규방예술 보여준 전통섬유그림전

무명과 광목은 소박한 여인들이 옷감으로 즐겼던 섬유다. 흰색과 아이보리색의 옷감에서는 은은하게 자연의 향기와 잘 마른 햇볕향이 풍기는 듯하다.

이런 옷감을 자르고 바느질하며 옷을 만드는 옛 여인네의 손놀림에는 정갈하면서도 흐뭇한 정이 담뿍 담겨 있으리라.

하지만 소박한 옷이라할지라도 멋을 담고 싶은 것이 여인네들의 마음.

그래서 옷을 깁는 한 땀의 바느질에도 숨겨진 여인의 개성이 들어있고 자신만의 멋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리라.

지난 11일부터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인 KCDF에서 열리고 있는 제7회 전통섬유그림전 〈들꽃마당〉을 둘러보면 이런 여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광희 흙과 그림〉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일곱 번째 회원전이며 섬유그림(염직공예) 명인 21호인 이광희씨의 제자 34명과 초대작가인 노향분, 한수자씨의 작품 등 총 100여점(옷, 발, 가방, 쿠션 포함)이 전시되고 있다.

옷감을 고르고 천염염색과 그림으로 멋을 낸 다음, 손수 디자인하고 바느질한 옷에는 여성 작가들의 개성과 매력이 화려하게 드러나 있다.

손바느질과 섬유그림으로 규방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복을 현대에 맞게 개량한 옷과 가리개, 가방, 쿠션 등을 볼 수 있다. 전시회는 17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전통섬유그림이란 본 없이 사진이나 실물을 보고 직물(실크, 광목, 무명 등)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작업으로, 광목과 무명, 비단 등에 그림을 그려 넣은 뒤 천연염색과 손바느질로 옷, 가리개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솜씨좋은 여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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