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정과 손 맛으로… 12일까지

“40대에 자식 감옥에 보내고 25년(민가협장터) 하는 동안 지금은 7~80대가 돼서 다들 힘에 부치지만 이거 해야 활동비가 나오지. 요즘은 후원도 많이 줄어서 예전만 못하고 이렇게 해야 또 힘을 받아서 일하지.”

▲ 서울대 오월제 민가협 장터

서울대 오월제 첫 날인 지난 10일,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서 장터를 열고 있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상임의장 조순덕 어머니(67)는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크고 작은 일들을 챙겼다.

민가협 21년차인 조 어머니는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보안법) 폐지를 위한 목요집회 등을 비롯해 다양한 집회와 행사를 챙기던 모습 그대로 5월제 장터를 챙겼다.

▲ 서울대 오월제 민가협 장터

매년 장터를 찾는다는 장기수 양원진 선생(88)은 찾아온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면서 의자를 갖다 주고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손수 음식을 날라다 주기도 한다.

순대며 떡볶이며 만두에 파전까지, 맛있는 시장통 음식들이 어머니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즐거운 외침 속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그야말로 먹을거리장터 분위기가 한껏 돋아있다.

▲ 손수 음식을 나르시는 양원진 장기수 어르신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서울대 축제인 오월제와 10월제 기간 동안 어김없이 열리는 민가협장터는 올해로 25년째이며 횟수로는 올 가을이면 딱 50회가 된다. 장터 나이도 반백에 이른 셈이다.

장터 수익금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활동비가 어느 정도 충당은 되는데 갈수록 시원찮아. 학생운동 하다가 여의도로 들어간 사람들도 몇 명 오긴 하는데 초선 때는 이것 저것 먹어보며 맛나다고 그래주드만, 세월이 흐르니 목이 왜 그리 뻣뻣해지는지 몰라. 높은데 올라가면 다 그런가봐” 하신다.

▲ 자식같은 학생들에게 만두를 입에 넣어주는 박미준어머니

학생들에게 만두 하나씩을 입에 물려주며 인정을 베푸는 박미준 어머니(76)는 “한총련 마지막 세대야. 우리 앞에 어머니들은 더 고생이 많았지. 장터 나오니 재미있어.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니 힘도 덜 들고”라며 밝은 웃음으로 학생들에게 연신 만두를 권한다.

경찰에게 인적 드문 곳에 버려지는 과정에서 다친 허리 때문에 지금도 고생이 심하다는 김성한 어머니(76)는 “예전에는 하루에 밀가루만 여섯 포대를 쓸 만큼 장터가 버글버글 했지. 지금은 많이 줄었어”라며 음식을 사가는 학생들에게 정겨운 눈빛을 건넨다.

▲ 서울대 오월제에 장터를 마련한 민가협 어머니들

비가 내린 오전에는 매출이 크지 않아 오후를 기대한다며, 큰 소리로 먹을거리를 호명하며 손님맞이에 분주한 민가협 어머니들의 장터는 오는 12일까지인 오월제 기간 동안 계속된다.

민주화 투쟁을 하다 잡혀간 자식들을 대신해 거리로 나섰고 어머니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투사가 된 이들이 축제에서는 어머니의 정과 손맛으로 손자뻘인 학생들에게 음식을 전하는 모습이 오월 하늘처럼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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