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의 교수의 GMO 이야기 마지막 연재

▲ 사진출처: 소비자TV 유튜브 화면 캡쳐

몇 달 전 인도산 찐쌀을 수입하면서 수출업자가 그것을 GMO라고 표시하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도 하고 식약처에서는 해당 제품을 다 수거하고 GMO 여부를 검사하겠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식약처의 검사 결과 GMO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한 토론회에서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최종 결과 발표를 기다려야겠지만 어쨌든 다행한 일이다. 이 문제는 표시제 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정당성을 설명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예컨대 지금 우리나라의 표시제도는 현재 수입 승인된 GM작물을 대상으로 하는데 그 맹점이 드러난 셈이다. 왜냐하면 쌀은 수입 승인된 GM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아예 표시대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함께 고려해야 할 안전관리의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지금까지 수입 승인되지 않은 GM작물에 대한 문제는 여러 차례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발견된 사례들의 공통점을 보면 모두 우리나라에서 안전관리를 잘 해서가 아니라 수출국이었던 미국이 문제를 발견하고 국제적으로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2000년의 스타링크 사건, 2004년의 BT10옥수수 사건, 2006년의 GM쌀 사건에서 2013년의 GM밀 사건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는 미국 정부의 통보로 알게 되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것은 재배 승인되지 않은 GM작물이 유통되었다는 것이다. 재배 승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컨대 식용이나 가공용, 사료용, 공업용 등 용도에 따라 승인이 된다. 스타링크는 재배 자체는 승인이 되었으나 식용이나 가공용이 아니라 사료용 내지는 공업용으로 승인인 된 것이었다. 그런데 가공식품에서 발견되면서 문제가 되었다. 알려진 최초의 승인되지 않은 GM작물 유출 사건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스타링크는 제한적으로 상업적 재배가 승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재배가 포기되었다. BT10옥수수, GM쌀, GM밀은 어떤 용도이든지 재배 자체가 승인되지 않았던 GM작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배가 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그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GMO 관리의 핵심은 안전성 관리이다. 우리나라의 안전성 관리는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안전성 평가이고 두 번째 단계는 안전성 심사이다. 첫 단계인 안전성 평가를 위한 항목은 GMO를 규율하기 위한 국제법인 바이오안전성 의정서에 정해져 있고 우리나라법도 이를 기준으로 안전성 평가항목을 정하고 있다. 문제는 안전성 평가의 주체가 GM작물을 개발하는 측이라는 것이다. 즉, 개발자가 개발을 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면 몇 년의 기간에 걸쳐서 상업적 재배를 위한 안전성 평가를 한다. 그러나 이 안전성 평가의 내용을 일반인들이 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이 기업의 영업비밀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인 안전성 심사는 재배 내지는 생산을 승인하는 주체인 정부기관이 한다. 물론 항목은 안전성 평가 항목과 동일하다.

여기에서 함정은 똑같은 것을 두 번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즉, 안전성 평가는 각 항목에 대해 직접 실험을 하는 것이지만 심사는 서류심사가 원칙이라는 것이다. 즉, 개발자가 안전성평가를 한 후 그 결과를 제출하면 정부기관은 그 서류를 근거로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를 검토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 심사과정에서 서류에 의문이 생기면 해당 서류에 기재된 내용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의문에 대해 심사기관이 직접 실험 등을 통해 그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개발사에게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그 자료를 중심으로 또(!) 서류만을 검토한다는 데 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아마 지금까지 식약처가 GM작물 수입에서 승인을 거절한 사례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결과는 짐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2004년의 BT10옥수수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사실 당시에 미국에서는 이미 상업적 재배가 승인된 GM옥수수 품종이 많이 있었다. 그 가운데는 BT11옥수수도 있었다. 물론 당연히 우리나라는 이 BT11옥수수를 이미 수입 승인한 상태였다. 그런데 상업적 재배 승인을 받지 못한 BT10이 GM옥수수 사이에서 발견된 것이다. 당시 개발자였던 신젠타는 재빠르게 우리나라에 BT10의 안전성 심사를 요청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개발단계에서 이미 안전성 평가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평가서류를 우리나라에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수입 승인 요청은 가능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를 승인했다. 2004년 사건이 터지고 2005년 미국 내에서 BT10이 포함된 모든 옥수수가 회수되었고 이후에도 BT10이 공식적으로 상업적 재배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수입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GM옥수수에 BT10옥수수가 섞여있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것만 보면 상업적 재배가 이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출 가능성이 있는 GM작물에 대해서도 안전성 심사를 하는 우리나라가 대단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상업적 재배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수입 승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GMO 개발자들은 일단 GM기술을 이용해서 작물 생산이 가능해지면 그때부터 상업적 재배를 위한 안전성 평가를 진행한다. 연구/개발은 주로 실험실에서 이루어지지만 일단 성공하면 이후 온실과 노지에서의 시험재배를 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이 문제를 쌀과 밀로 가져와 보자. 아직까지는 전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상업적 재배를 승인한 적이 없지만 이미 시험재배 과정에서의 유출로 인해 계속 문제가 되는 작물이다. 이렇게 문제가 반복되면 이를 개발한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들은 곧 자신들이 시험재배과정에서 해왔던 안전성 평가자료를 근거로 우리나라에 수입을 위한 안전성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고 서류만 심사하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서류를 근거로 수입 승인을 해줄 가능성은 아주 높다. 실제 우리나라 식약처가 상업적 재배가 승인되지 않은 GM작물에 대해 수입 승인을 해준 사례는 BT10옥수수뿐만 아니라 많이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농촌진흥청이 GM벼를 말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GMO가 상업적으로 재배될 가능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그리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GM벼를 상업적 재배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문제는 달라진다. BT10 사례처럼 만약 GM벼의 상업적 재배가 이루어지면 아직 상업적 재배가 승인되지 않은 다른 GM벼의 승인이 잇따라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이 서류만으로 진행하는 안전관리인 안전성 심사만으로는 문제가 있다. 어떤 GMO이건 우리나라 땅에 생산이건 유통이건 가능성이 있다면 서류심사만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제대로 된 안전관리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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