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행보로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 사진출처 : 트위터

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은 올해로 73살이다. 무릇 사람이 이 나이에 이르러 어떤 일을 하려고 한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반기문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한국에 들어와 이른바 대선행보를 하고 있다. 그런데 반기문은 자기가 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대선행보’는 대선주자로서 위상을 높이기는 고사하고 ‘하루에 한건씩 웃긴다’는 비야냥을 받았다. 대통령을 하려는 까닭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1. 몰락한 왕조의 황태자

박근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던 반기문을 5번이나 만났다. 지난해 4월 총선 직전에는 그 바쁘다는 미국 방문길에 들러 비공개 회동까지 하였다. 청와대의 모 비서관이 여러 차례 그를 찾아가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박근혜는 반기문을 자신의 후임자, 친박의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하였다. 퇴임 이후를 보장받을 뿐만 아니라 수렴청정을 해보겠다는, 상왕 정치를 꿈꾸었던 박근혜의 욕망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을 하던 박근혜 로써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계획이었다.

이들이 벌인 일은 뻔한 수작이었지만 4월 총선 이전에는 박근혜와 친박의 위세가 나름대로 대단했으므로 반기문은 일약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되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반기문이 대선에 나간다는 것을 사람들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 직후에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매우 부적절한 일이지만,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는 그를 두고 출마자격을 문제 삼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후견인 박근혜가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 몰락해 버렸다. 새누리당은 지지율이 폭락하고 친박은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집권여당의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반기문은 귀국할 즈음에는 찾아갈 당이 없어져버린 한심한 처지가 되었다. 게다가 이제는 후보로 모셔가겠다는 당은커녕, 오라는 당도 없다.

그럼에도 반기문은 대선에 출마하겠다며 정치 퇴물들과 골수 지지자들을 끌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대선에 나가라고 부추긴 자도, 당선시켜 주겠다고 약속한 곳도 없어졌는데 부득부득 출마하겠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반기문의 대선 출마 소동은 민중에 의해 몰락한 왕조의 황태자가 자기가 왕이라고 하는 꼴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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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 번째의 공무원 생활

형편이 매우 어렵게 되었지만 자기가 가진 정치적 포부와 경륜을 펼쳐 보이고 싶다면 대통령 선거에 나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내가 구해야겠다’는 소명의식까지 있으면 대선후보로서 자격은 충분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선에 나가겠다는 사람들은 이미 여러 명 있다. 물론 세상이 그렇게 평가하느냐, 선거에서 얼마만큼의 지지를 받겠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런데 반기문은 위의 어떤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반기문은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을 하였다. 유엔은 태생부터 그러했지만 90년대부터는 유일 강대국 자리를 차지한 미국의 대외정책을 관철하는 도구로 완전히 전락하였다. 이런 사정은 한국에서 외교부 공무원만 해온 반기문이 사무총장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기문은 사무총장으로서 한 일이 없다.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하기조차 어렵게 ‘한 일이 아예 없다’. 지난 10년간 지구촌에는 수많은 분쟁과 사건들이 있었지만 반기문은 그것들을 조정하거나 수습하는 데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전임 사무총장들과 달리 분쟁 당사자들과 회담하거나, 사건 현장을 찾아가는 일에 매우 인색했다.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일하게 자랑하는 업적은 ‘유엔 직원들의 근무기강을 개선했다’, ‘재정상태를 호전시켰다’는 것들이다. 국제기구의 총수인 사무총장으로서는 무능했으며,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다.

이런 반기문에게 국가를 운영할 능력, 더구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방안이 있을 리 없다. 그가 절박한 청년실업문제 해결책으로 ‘자원봉사’를 들먹인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반기문은 기회만 있으면 내용도 없이 그저 ‘유엔 사무총장을 한 내가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이 문제는 그렇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반박을 받는 박근혜는 “그래서 내가 대통령이 되려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반기문의 수준도 이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가 늘어놓은 주장을 들으면 들을수록, 반기문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으며 이 땅의 민중들에게 애정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반기문은 누구의 결정에 따라 어떤 자리에 오르는 데만 길들여진 사람이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도 그런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를 여당의 대선후보로 임명하려 했던 박근혜가 저렇게 된 상황에서, 그에게 한국의 대통령을 하라고 지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물론 상상하기 나름이다.

분명한 점은 반기문은 외교부 직원과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세 번째의 공무원 생활을 해보려는 것이다. 반기문은 대한민국을 위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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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간장종지

고위직에 오른 사람 중에 유독 의전 받기에 집착하는 부류가 있다. 권한대행으로 있는 황교안이 대표적인 경우다. 대개 이런 사람은 자기가 가진 자질과 능력, 세상의 평판과 상관없이 자기도취가 심하기 마련이다.

귀국한 반기문은 첫날부터 자신이 이런 부류의 인간임을 버젓이 과시하였다. 귀족 행세를 하면서 서민행보라고 억지를 부리다 ‘자판기 2만 원 사건’을 벌인 것이 대표적인 일이다. 그런데 자신을 비판하는 기자를 거칠게 비난하고, 자기 잘못을 세상 탓으로 돌리는 그의 태도에서는 ‘나는 유엔 사무총장을 했다’는 자만감이 가득 묻어났다.

아마도 반기문은 자신이 귀국하면 사람들이 구름 떼같이 모여들고 전임 유엔 사무총장에게 환호와 찬사가 넘쳐날 줄 알았을 것이다. 대선 가도는 꽃길일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날마다 세계 정상들과 커피를 마시던 그에게 이 나라와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하찮은 대상이었을 것이다. 민중들은 성공한 자기를 우러러보는 존재라고 여겼을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와 달랐다. 대중들은 냉담했고 그의 언행에 대해 맵짠 비판이 쏟아졌다. 왜곡과 과장이 섞여 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이 엄중한 시국에 분수도 모르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반기문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기문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신중하게 행동할 생각은 않고 ‘왜 나를 이렇게 취급하느냐?’는 식으로 도리어 화를 냈다. 자신은 정중하고 극진한 대접만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물론 보수집단의 누구건 민중의 종복이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국가원수급 대접을 안 해 준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에게서는 기대할 게 없다. 간장종지에는 배를 띄울 수 없는 법이다. 반기문은 자질에서도 대통령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한국의 대통령은 사기꾼 이명박도 하고 유신공주 박근혜도 했는데, 반기문이라고 못할 게 있냐?’고 하면 달리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이 이를 허용하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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