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전환된 안전업무직 임금 과장돼” 당사자들 한숨

▲ 지난해 5월 김모 군이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승강장안전문 수리업무를 하다 사망한 자리에 시민의 추모헌화와 포스트잇 추모메시지가 이어졌다. (사진제공: 매일노동뉴스)

지난해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PSD(승강장안전문)을 수리하던 김모 군이 안타깝게 사망한지도 7개월이 넘었다. 사회적인 비판이 쏟아지자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서울 지하철 1~4, 9호선 운영)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가장 첨예하게 거론된 이슈 중의 하나가 시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안전관리업무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서울메트로 소속이 아닌 외부 민간위탁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의 정규직화 문제는 물론 열악한 임금수준 등 처우문제도 지적됐다.

서울시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전체 90%까지 정규직화하고 무기계약직도 정규직과 동일한 복지혜택과 호봉제, 승진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11월 서울메트로에 ‘승강장안전문 관리단’이라는 부서가 신설되고 김 군이 일했던 위탁업체 직원들을 포함해 200여 명의 PSD 관리업무 직원이 신규채용 형식으로 이 부서로 들어왔다.

문제는 PSD 유지보수 직원들은 여전히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서울메트로에 입사하면서 역무지원, 전동차검수지원, 모터카 및 철도장비 관련업무를 하는 직원들과 함께 ‘안전업무직’이라는 새로운 고용형태로 묶였다.

서울메트로는 연초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직영화된 안전업무직 직원들의 실질보수가 평균 21% 높아졌으며 정규직 직원과의 임금격차도 약 8%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또한 안전업무직 직원들의 임금수준이 서울시가 약속한 수준과 유사한 연 3,100~300만원 수준으로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매체들은 서울메트로의 발표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전업무직 직원들은 서울메트로의 발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한 PSD 유지보수 직원은 “서울메트로가 말하는 연 3천만 원 이상의 임금은 조장, 부조장 직원이 받는 직무수당 등 모든 수당을 받아야 달성되는 수준이며 대상자는 200명의 직원 중 24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모두가 조장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 포함 4인 가족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가족수당 등 많은 직원들이 아예 해당사항이 없는 수당 항목도 많은데 그런 부분을 일괄적으로 다 받는 것처럼 계산해서 발표한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의역 참사 이후 외주화된 지하철 안전관리 관련 업무 종사자들을 서울메트로 소속으로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출처: 유튜브 화면캡쳐)

안전업무직 직원들은 “이마저도 1년 이상 근무해야 대상자가 되는 평가급과 연차수당을 받게 되는 2018년 말이 돼야 도달할 수 있는 임금수준인데 벌써부터 정규직 부럽지 않은 임금을 받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크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PSD 유지보수 직원은 “벌써부터 내가 월 300만 원 정도 받게 된 줄 알고 주변에서 술사라고 하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현재 안전업무직 직원들은 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을까? 지난해 서울메트로 소속으로 전환된 후 대부분의 직원이 보너스가 없는 달에는 실수령액 기준으로 120만 원, 보너스가 있는 달에 16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지난해 임금협상 결과 2017년 기본급이 8% 인상하기는 했지만 연봉 3천만 원과는 거리가 멀다. 정규직과 비교할 경우 5호봉 직원끼리 비교하면 기본급에서만 월 40만 원 이상 차이난다.

그리고 신규 채용된 안전업무직 직원들은 군대경력 외에 과거 위탁업체에서 했던 동일업무를 포함해 어떤 사회경력도 호봉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서울메트로 정규직의 경우 동일업무는 물론이고 현재 업무와 관련 없는 경력이라도 정부 및 공공기관 경력의 경우 100%, 200인 이상 사업장 근무경력은 70%를 호봉으로 인정받고 있다. 안전업무직 직원들은 “심지어 서울메트로에서 15년 일하다 안전업무직으로 입사한 직원도 호봉을 7년밖에 인정받지 못했다”며 인사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호소했다.

서울메트로는 “일반직과 안전업무직 간에 수당도 동일하게 설계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 부분도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있다.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받는 수당은 정액 기준으로 받는 수당도 있지만 기본급이나 통상임금 대비 몇 %로 계산되는 수당 항목도 있다. 이 경우 정규직과 안전업무직의 기본급 차이가 커서 받을 수 있는 수당의 액수도 차이가 큰데 마치 완전히 동일한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PSD 유지보수 직원은 “PSD 관리업무는 본래 정규직이 하던 일이었고 오세훈 시장 때 경영합리화를 한다면서 외주화 시킨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즉 업무의 중요성에서 정규직과 다른 대우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업무직 직원들은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근본대책을 내놓지 않고 이런식으로 미봉책으로만 일관하면 안전업무직 직원들이 연대해서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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