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가결 발표 후 “새누리당 해체하라!” 구호 외치기도

통상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는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9일 본회의에서는 각 정당에 방청권을 분배하는 형식으로 입장을 시켰다.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입장을 시키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정식으로 초청을 받지 않은 채 방청하러 들어온 경우도 있어 방청권을 가진 사람들이 “처음에 했던 말과 다르지 않냐”며 항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때마다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에게 방청권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없는 사람은 내보낸 뒤 남는 자리 숫자에 따라 차례로 방청객을 입장시키는 상황도 벌어졌다.

방청석 곳곳에 배치된 국회 직원들이 방청객들이 휴대폰이나 촬영장비로 본회의장 촬영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계속되는 촬영금지에 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의장님!”이라며 본회의장을 향해 소리치려 하자 다른 유가족들이 제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방청객들은 본관 건물 4층에 있는 방청석으로 입장한 뒤 3층에서 벌어지는 본회의를 내려다보게 된다. 본회의장과는 거리가 멀어 일반 렌즈로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방청석 앞 기자석에 자리 잡은 기자들은 보통 망원렌즈로 사진을 찍는다. 일시 취재증을 받은 의원 보좌진이 방청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기표하는 자신의 의원의 모습을 찍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초청으로 입장한 40명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평소처럼 노란 상의를 맞춰입고 방청석 왼편에 모여 탄핵소추안 투표를 관람했다. 대선후보 급이나 당직자급 의원이 기표할 때는 기자석에서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가 더 분주하게 들린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동시에 기표를 할 때 유가족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의원들의 기표가 끝나고 검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수신호로 결과를 다른 의원들에게 알려주려 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제지하는 광경도 벌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투표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이미 “찬성 234명”이라는 말이 떠돌면서 방청석이 다시 웅성이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찬성이 134명밖에 안 된다고?”라고 소리를 높이자 옆자리에서 “아니 234명”이라고 속삭여주자 “어 그럼 그렇지”라며 안도한다.

이윽고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진다. 직원들이 “제발 박수는 나가서 쳐달라”며 제지하느라 진땀을 뺀다. 새누리당 초청으로 들어온 방청객들은 굳은 표정으로 금방 자리를 뜬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직원들의 제지에도 끝까지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방청석을 나와 계단으로 내려오면 3층 본회의장에서 나오는 의원들과도 마주치게 된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이 흐뭇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나서다가 새카맣게 몰린 카메라 기자들을 보고 표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의원들의 목격담이 들린다.

본회의장을 나와 본관 정문 앞으로 가면 국민의당과 ‘민중의 꿈’이 각각 탄핵안 가결을 축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가지각색의 깃발이 뒤섞여 하야송을 부르는 국회의사당 정문 밖 광경이 한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고비를 넘긴 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도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에게도 아직 수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국회 본관 곳곳에서 “한 고비 넘었지만 아직도 까마득하다”는 탄식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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