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주최 ‘박근혜 하야정국과 한미관계, 남북관계’ 긴급토론회 열려

급변하는 대외정세 속에서 어떻게 ‘박근헤 게이트’를 수습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와 통일위원회가 주최하고 민족재단이 후원한 ‘박근혜 하야정국과 한미관계, 남북관계’ 긴급토론회가 25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재화 민변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대통령이 누구여도 한미동맹 흔들림 없다?”를 주제로 이재봉 원광대 교수가, “최순실 사라져도 북한붕괴론인가?”를 주제로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이, “최순실 정국,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김민웅 경희대 교수가 각각 발제를 했다.

이재봉 교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자주적 입장을 고수할 새로운 대통령의 필요성을, 곽동기 연구원은 박 정권의 위기탈출용 안보위기조장을 막기 위한 즉각 퇴진을, 김민웅 교수는 박 대통령 퇴진 이후 시민권력 확립의 중요성을 각각 강조했다. 아래는 각 발제자의 주요 발언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재봉 원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큰 변화 없을 것, 오히려 우리가 어느 대통령을 뽑느냐가 중요”

한두 달 전쯤 한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미국대선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선거였다고 보고 그나마 트럼프가 차악이 아니겠냐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트럼프는 일단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이고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세계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신고립주의’를 말해왔다. 물론 고립주의라기 보단 소극적 개입주의가 적절한 표현일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외교안보분야 책임자로 물망에 오르는 면면을 보면 강성인사들이 많아 후보 때 공약대로 갈지 우려는 된다. 그리고 미국은 개인이 아닌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기존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통상정책에서는 자유무역이 자국 내 일자리를 많이 없앤다는 데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TPP는 오바마도 다음 정권에 넘긴 것이고 힐러리도 탈퇴를 공약한 사항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트럼프의 외교방향보다 우리나라의 새 대통령을 누구로 뽑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정권이 요구해 올 것으로 보이는 한미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등의 이슈에 자주적 입장에서 당당하게 대처할 대통령이 절실해진 것이다.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국정혼란의 원인은 박 대통령, 안보 관련 사고치기 전에 빨리 끌어내려야”

박 대통령은 전쟁위기 카드 등 중차대한 안보사안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써왔고 앞으로도 대형 이슈들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보수언론에서 북의 테러위험성을 부각시키는 심상치 않은 보도들도 눈에 띈다. 일례로 중앙일보는 8일 “경기남부경찰청이 ‘우려되는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한글파일을 첨부한 악성코드 정보를 입수하고 북의 소행으로 추정 된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근거로 북이 사이버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지금 북미 비밀접촉이 회자되고 있지만 대북강경세력들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북의 핵능력은 이미 상당히 고도화됐다. 따라서 한반도에 우발적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어렵사리 나타난 대화기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결과는 끔찍한 핵재난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퇴진하면 국정 혼란이 오는 것이 아니라 퇴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혼란이 오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 새누리당도 특검, 거국내각 등을 거론하며 박근혜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의 부역자이며 공모자일수도 있는 새누리당도 향후 정국을 구성할 자격이 없다.

 

김민웅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시민혁명의 성과 야당이 독식하게 할 수 없어, 직접 민주주의 실험방식 고민해야”

‘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이후 지금까지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는 적절치 못했다. 이들은 국정혼란 운운으로 사태의 본질을 바로 보지도 못하고 퇴진 이후의 상황을 감당할 자신감도 보이지 못했다. 정치적 이해계산에 몰두하고 국민들을 믿고 가는 자세가 결여된 것이다. 그에 비해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은 일찌감치 박근혜 퇴진으로 입장을 정했다.

박 대통령 퇴진 이후 정국을 관리할 거국내각은 중립내각이 아니다. 그것은 청산과 이행의 과제를 근본성격과 기능으로 하는 과도정부다. 이걸 애초에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각을 지휘할 예상 인물들이 먼저 튀어나와 버렸다. 그 과정에서 또 다시 헛발질한 인물들도 있었다.

거국내각은 새누리당을 배제하고 야당과 시민사회와 협의해나가는 전방위적 협치를 토대로 운영돼야 한다. 야당이 이를 배재하고 기존의 정치권만의 주도권을 내세우면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거국내각의 임무를 정리해 보면 1)박근혜 국정문란 청산 2)새누리 부역세력 책임 추궁 3)경제의 일상적 안정화 4)남북관계 안정 5)국정교과서, 사드, 성과급퇴출제 등 반민주적 정책 중단 6)대선관리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광장의 힘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린 이후의 성과를 야당이 독식하게 둘 수는 없다. 지금은 시민권력 창출을 위한 여러 헌법적 내용에 대한 대안체제를 준비하는 초기단계가 아닌가 한다. 시민들이 단순히 광장에 모여 분노를 표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 열기를 지역과 부문으로 확산시키면서 더욱 단단하게 조직돼 새로운 시민권력을 창출하는 데까지 나가야 한다. 한 가지 아이디어로 시민들이 국회를 점령해 국회의사당 마당에서 자유롭게 모여 토론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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