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1구역 세입자 철대위 생존권 투쟁 현장을 가다

▲ 지난달 26일 오후 빈민해방실천연대(전철연, 민주노련) 회원들이 마포구청 앞에서 신수1구역 철거민들의 재정착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지역에 오래 터 잡고 열심히 장사해서 상권을 발전시킨 사람들을 왜 인정해주지 않는 겁니까? 우리는 이 지역에서 정말 아무 권리도 없는 겁니까?!”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열린 신수동철거민대책위원회(신수철대위)의 생존권 쟁취투쟁 결의대회에서 터져 나온 외침이다.

지난 1월12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신수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지역에서 이주를 거부하던 상가·주거 세입자들은 강제퇴거를 당했다. 신수철대위(위원장 이순복)에 따르면 강제퇴거 당시 “재건축조합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소화기를 얼굴에 직사한 뒤 정신이 혼미해진 철거민들을 길거리에 내동댕이쳤다”고 한다.

이날 대회에 힘을 보태려 함께한 경기도 평택시 세교개발지구 철대위 회원들도 지난 1월30일 강제진압을 당했다. 세교철대위는 “복면을 쓴 남자들이 새벽에 망치로 사무실 문을 부수고 들어와 폭력을 휘두르는 바람에 75세 노인이 충격을 받아 아직 말을 더듬는 등 피해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신수1구역에서 강제퇴거 당한 철거민들은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 채 마포구청 앞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 중이다.

“용역들, 소화기 얼굴에 직사한 뒤 내동댕이”

신수철대위 회원들은 신수1구역 재건축 관리감독기관인 마포구청 앞에서 지난 1월28일부터 90일 넘게 텐트를 치고 노숙투쟁 중이다. 세입자 회원들은 “구청 직원들에게 노숙농성장도 강제침탈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철대위 회원들은 마포구청 앞에서 버너 같은 취사도구를 이용해 최소한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씻는 것은 마포구청 화장실을 이용한다. “노숙투쟁하는 회원들 자녀들은 군대에 가있는 경우도 있고, 친구나 친척집에 얹혀 살기도 해요. 이건 정말 사람 사는 게 아니에요” 이 위원장이 고개를 저었다.

철대위 회원들의 요구사항은 재정착이 보장되는 ‘순환식개발’이다. 순환식개발은 먼저 재개발이나 재건축 지역 내에 원거주자들을 위한 임대아파트단지부터 건설하고, 입주가 완료되면 전체적인 재건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상가세입자들은 임대상가를 우선 분양받고 재건축 기간에도 임시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기를 원한다. “신수1구역에서 장사만 하던 회원도 있지만, 장사와 주거를 함께 하던 회원도 있어 주거지까지 뺏긴 사람들은 임대주택 분양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세입자라도 짧게는 6년 넘게 살았는데 쥐꼬리만큼 보상해주고 나가라는 건 너무 하잖아요.” 재건축조합이 주거세입자들에게 책정한 보상금은 최고 2천만 원을 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서울에서 기존의 주거수준을 유지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액수다.

“정 임시시장이 안 되면 근처 상권에라도 상가를 얻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요. 이 문제는 법적으로도 요구할 권리가 있다던데 우리가 시기를 놓쳐버린 거예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변호사 만나서 자문 받을 돈도 없으니까, 있는 권리도 찾아먹을 수가 없는 겁니다.” 이 위원장은 설명을 마치자 답답했는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이미 재건축이 시작된 신수1구역은 공사 현장 관계자들의 제지로 사진촬영도 쉽지 않았다. 이미 모든 가옥이 헐린 상태에서 공사장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임대상가 분양과 임시시장 보장” 농성 3개월째

철대위 회원들이 쫓겨난 신수1구역은 이미 가옥들이 모두 헐리고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현장을 촬영하려하자 현장 관계자는 “대체 사진을 찍는 이유가 뭐냐”며 신경질적으로 막아 나섰다. 누군가에게 작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있던 보금자리는 사라진 채 더 많은 분양가를 감당할 능력 있는 이들을 위해 지금은 폐허가 됐다.

마포구청쪽은 신수1구역 상황과 관련해 “철대위 회원들의 의견도 경청하고 있으며, 원만히 상황이 해결될 수 있도록 재건축조합과 철대위 회원들이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폭력적인 강제철거에 대해서도 “그것은 기본적으로 조합과 철대위 간의 일이지만 어쨌든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양측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청쪽이 보기에 폭력은 ‘오해’란 거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20여 곳에서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이에 반발한 철거민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3월 돈의문(교남-홍파동)지역에서는 세입자들이 상가 재입주를 보장받고 4월 염리2구역에선 기존 평가금액의 2배 이상의 현금청산을 받아내는 등 투쟁을 통해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철거민연합 김소연 조직위원장은 “이런 사례들을 보면 기존 세입자들의 재정착을 보장해도 건설사들은 충분히 이윤을 남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다보니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철대위 세입자들은 하나같이 “여기까지 온 이상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재정착을 보장받을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농성장을 지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신수1구역 철거민들은 재정착을 보장받을 때까지 절대 농성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1월 28일부터 시작된 신수1구역 철거민들의 노숙농성은 이미 90일을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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