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 미국의 분단체제유지전략에 맞서는 한국민중진보세력의 대항쟁

역사적 격변기다. 4.19와 6월 항쟁 그리고 광주민중항쟁과 같다. 하지만 행로와 목표가 다르다. 노동자·농민·청년·학생·빈민 등 조직화된 기층대중들 즉, 투쟁하는 민중이 정세를 개척해 갈 것이다.

이 땅 투쟁하는 민중들은 한국정치사에서 그리도 원했던 그러나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던 이른바 ‘민중주도의 민주연립정부’를 전민항쟁을 통해 기어코 세워내게 될 것이다. 개혁진보연립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국의 본질은 미국의 분단체제유지전략에 맞선 한국민중진보세력의 대 항쟁이다.

▲ 지난 5일 광화문광장에 모인 하야 촛불. [사진출처 민주노총]

1. 각 정치세력의 동향

역사적 격변기를 맞는 각 정치세력의 태세는 당연하게도 각기 다르다. 보수세력은 미국과 함께 분단체제 연장과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 정세의 맨 앞에 서서 정세를 왜곡오도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최순실 기획 입국에서부터 청와대 지휘부 구성 그리고 국회에 총리 내정 요구' 등이 그것들이다.

보수세력은 박근혜게이트를 보수의 재구성을 위한 정치기제로 설정하고 있다. 보수의 재구성으로 위기를 모면하여 종국에는 보수개혁정권을 수립하는 것이 보수세력의 목표다.

개혁세력은 보수세력과는 달리 정세의 앞에 서지를 않는다. 다만 흐르는 정세에 몸을 싣는다. 보수세력이 분단체제에 의거해 권력운용을 하는 것을 반대하되 다만 분단체제를 용인하고 그 안에서 권력을 분점해 존재하는 개혁세력의 본질 때문이다. 개혁세력이 박근혜 하야를 주장하지 않는 배경이다. 개혁세력은 박근혜가 식물정권이 되는 것만을 원한다. 개혁세력은 박근혜가 식물정권화된 것에 기초하여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목표는 김대중 노무현 때와 같은 개혁정권 수립이다.

보수세력에 맞서서 투쟁으로 정세를 돌파하고 개척하는 세력이 민중진보세력이다. 민중진보세력은 한국사회의 전략적 과제인 자주·민주·통일에 대한 관점과 입장을 튼튼히 틀어쥐고 정세의 맨 앞에 서서 정세를 개척해가고 있다. 민중진보세력은 아울러 불철저한 개혁세력에 대해 일면으로는 타격하고 일면으로는 단결하는 원칙을 구사하여 개혁세력을 대중투쟁전선으로 견인하고 있다. 박원순이 박근혜 하야를 요구하며 그 실천적 태세로 광화문을 내주겠다고 말한 것이 이를 증좌하고 있다.

진보민중세력이 미국의 분단체제 유지전략을 파탄내 실현하려는 현 시기의 최종 목표는 개혁진보정부 수립이다. 그 고지에 도달하는 경로로는 박근혜 하야, 과도정부(거국내각) 구성 그리고 조기대선으로 설정해놓고 있다.

2. 폐기된 반기문최순실 플랜

박근혜게이트 진행 과정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것으로 최순실 기획입국을 꼽을 수 있다.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최순실 기획입국은 박근혜게이트의 전환적 국면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 보수세력이 오랫동안 가동해왔던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 하나를 폐기한 것이자 새로운 보수정권재창출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한 사건이 최순실 기획입국이다.

첫째, 최순실 기획입국은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인 반기문·최순실 플랜을 폐기한 것이다. 박근혜게이트에 따르면 기존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 것이었다. 반기문이 그 하나였다. 박근혜가 직접 챙겼다. 올해 박근혜가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반기문을 다섯 번 이상이나 만났던 것 그리고 반기문 입에서 ‘새마을 운동’이 나오는 것에서 대표적으로 확인된다. 반기문을 세우는 방도는 이원집정부제식 개헌이었다. 최순실사태가 터진 초기에 박근혜가 내놓은 개헌론으로 구체화됐다.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의 또 하나의 축은 최순실이 설립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였다. 이 역시도 박근혜가 직접 챙겼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는 전두환의 일해재단이나 이명박의 청계재단처럼 단순히 대통령 퇴임 이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반기문정권을 세우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경제적 토대 마련을 목표로 설립된 것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였던 것이다. 재벌들이 주저 없이 돈을 댄 이유다. 재벌들은 박근혜에게 돈을 뜯겼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이는 슈퍼마켓 주인도 웃을 일이다. 재벌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에 자본을 출연한 것은 규제 완화 감세 혜택 등 박근혜 재벌우대정책에 대한 대가 지불이며 본질적으로는 차기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한 투자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반기문과 최순실을 엮어 만든 이러한 보수정권 재창출 플랜을 최순실 기획입국으로 폐기해버린 주체는 누구일 것인가? 박근혜일 수는 없다. 권력위기에 내몰린 박근혜가 최순실기획입국을 지휘했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다. 상식에 따르면 최순실 기획입국의 지휘 주체는 미국이다. 구체적으로는 마크 리퍼트다. 전시라면 토머스 밴달 주한미군사령관이 나서겠지만 일상적인 시기 그리고 지금과 같은 역사적 격변기 때에는 주한미대사가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라크 전에서 활약했던 정보장교였던 리퍼트가 왜 한국에 왔는지가 완벽하게 이해되는 이유다.

3. 리퍼트·김기춘의 새로운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 안철수·유승민 플랜

최순실 기획입국은 아울러 새로운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이 가동되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전략은 체계적으로 구사된다. ‘7인회’가 회자되었다. 친박원로 7인. 유신헌법의 설계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집단이다. 문고리 3인방이 날라간 뒤 최순실기획입국 그리고 이후에 곧바로 이어지는 비서진 개편과 총리 내정 등을 기획했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맞다. 8일 박근혜가 국회에 총리내정 카드를 던진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기춘과 동의어로 사용해도 좋을 ‘7인회’는 지금과 같은 역사적 격변기에 리퍼트가 한국정치에서 운용할 수 있는 최고의 비선이 되는 셈이다. 이명박이 거론되고 조선일보가 나오고 심지어는 김종필도 언급되지만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 '7인회'다. 팩트가 아니라 정치공학적으로 말이다. 최순실 기획입국과 청와대 지휘부 구성 그리고 박근혜의 국회 방문이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던 이유다.

리퍼트·김기춘이 완성하게 될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에서 핵심은 보수의 재구성이다. 리퍼트·김기춘에게 박근혜게이트는 보수의 재구성에 절대적인 정치기제로 된다. 보수의 지형상 보수의 재구성은 유승민과 안철수의 융합이다. 확고한 친미주의자 유승민은 이른바 ‘합리적 보수’의 아이콘이다. 유승민의 그 아이콘은 박근혜에게 찍혀 나가떨어진 뒤 더욱 선명해졌다. 유승민의 ‘합리적 보수’에 정치공학상 가장 잘 어울리는 정치영토가 있다. ‘합리적 개혁’이다. 유승민 못지 않은 친미주의자 안철수가 주구장창 정치화해왔던 개념이다.

보수의 재구성은 그렇게 리퍼트·김기춘에 의해 유승민을 기반으로 안철수를 띄워내는 그림으로 완성되게 될 것이다. 친미의 대단히 자연스러운 공학적 정치조합이다.

4.박근혜는 폐기처분될 것인가 아니면 하야당할 것인가?

박근혜는 이미 오래 전 국정동력을 완전 상실했다. 박근혜에게 투표했다는 사람이 5일 박근혜퇴진 촛불에 나와 핸드폰 밧데리도 5%면 갈아끼운다는 말을 했다. 식물정권이라는 말조차도 성립되지 않는다. 박근혜가 권력에서 퇴출당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문제는 퇴출의 형태다.

폐기처분인가 하야인가? 이는 한국의 진보민중세력과 미국과의 대결전의 결과가 결정해주게 될 것이다. 민중에 의한 퇴출이 하야라면 폐기처분은 미국에 의한 퇴출이다. 리퍼트·김기춘은 민중투쟁에 의한 박근혜의 하야를 막아내고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에 따르는 폐기처분을 소시기 목표로 설정해두고 있을 것이다.

흥미로울 것은 폐기처분의 시기에 대한 문제다. 박근혜가 폐기처분되는 시기는 보수의 재구성 기획이 완료되는 시기와 공학적으로 일치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유승민플랜이 기획상으로 완성하는 그 때에 박근혜는 비로소 폐기처분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시기와 관련 시간 확보는 리퍼트·김기춘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대목으로 된다. 김병준을 총리로 내정한 것에서 읽힌다. 김병준 카드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로서의 의미를 빼고는 다른 정치적 의미는 찾아내기 힘들다. 박근혜가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한 것 역시 시간 확보, 즉 시간 끌기다.

5. 개혁의 분열, 안철수를 주목하라.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개혁세력은 정세의 역동성 특히 대중투쟁의 역동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개혁세력은 다만 정세가 열어준 정치공간을 평면적으로 받아들여 교과서적인 수권계획에 안주하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 식물정권화, 거국내각, 내년 대선에서의 승리라는 이 계획에는 역사적 격변기에 걸맞는 태세가 별로 담겨 있지 않다. 그 중에서 미국이 구사할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에 대한 고려가 담겨있지 않다는 것은 자칫, 치명적이다. 미국의 분단체제유지 전략과 관련되는 안철수의 정치행보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것이다. 광장에 답이 있는데도 말이다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2일 안철수는 투쟁대중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사용해오고 있었던 문장을 그대로 빌려오는 것으로 박근혜 하야를 요구했다. 교활하다. 하지만 싸구려는 아니다. 안철수는 한발 더 나아가 혼자서 박근혜 하야 온라인 서명을 받겠다고도 했다. 당내에서 '불통', '독선'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당대표까지 한 인사가 저 혼자 튀는 행보를 가져가는 것은 대단히 특별하다. 하지만 아무도 크게는 의아해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이 있던 날 홀연히 미국으로 날아가 빌 게이츠를 만나던 안철수를 떠올리는 것으로 그 의아함은 충분히 누그러졌다. 사람들은 그리고는 안철수의 개념인 '합리적 개혁'을 곧바로 복기했다. 긴장하면서다. 안철수의 새정치는 사실 실체가 없다. 분단체제에서 안철수의 '합리적 개혁'은 그러나 허구가 아니다. 안철수의 '합리적 개혁'은 애초 다른 짝을 만나야만 실체화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안철수의 ‘합리적 개혁'은 구체적으로 현 정국에서 유승민의 '합리적 보수'와 융합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의 ’합리적 개혁‘이 미국의 분단체제연장 전략 하에서 완벽하게 정치 실체화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자 통로다.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 당 역시 분당을 피할 수 없게 하는 보수의 재구성이자 보수대연합이 이것이다.

사람들은 머지않아 리퍼트·김기춘이 주도하는 보수대연합이 기획서상으로 완성되는 시점을 정확히 인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의 대표직 사퇴가 그것이다.

안철수가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이전 ‘합리적 개혁’을 주창한 것에서 진보민중이 읽어야할 것은 이처럼 고급한 교활성이자 무서운 민첩성이다. 안철수의 고급한 교활성과 무서운 민첩성은 박근혜게이트 정세의 복판으로 올라타려는 것이자 본질적으로는 리퍼트·김기춘의 보수개혁정부 수립전략에 결합되려는 극히 정략적 정치행보인 것이다.

6. 머리끄뎅이를 잡고 당장 끌어내려야한다.

보수세력은 미국과 함께 박근혜게이트를 보수대연합의 정치적 계기로 설정해 박근혜를 폐기처분하고 보수개혁정부 수립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민중진보세력이 나아갈 길은 선명하다. 당장에는 보수세력이 미국과 함께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을 완성시켜 도모하게 될 박근혜 폐기처분전술을 저지하고 박근혜를 하야시켜내는 일이다. 시간이 중요하다. "퇴진은 관대한 것. 당장 머리끄덩이를 잡아채 끌어내려야 한다" 검버섯이 선명한 노인네가 촛불에서 한 이야기다.

답은 전민항쟁이다. 이전에 있었던 전민항쟁은 다들 위대한 것이었지만 그 성과는 많이 유실되고 만 것들이었다. 4.19는 박정희의 5.16쿠데타로 유린되고 말았으며 6월항쟁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획득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기간 전민항쟁이 사회발전을 결정적으로 추동하지 못하고 유실되고 말았던 것은 미국의 개입때문이기는 하지만 그 결정적 원인은 주체역량의 미약에 있었다. 6월항쟁 이후 사회운동은 노동자 농민 청년 학생 빈민 등 기층의 조직화에 주요 화력을 집중했다. 전민항쟁의 실패가 각인시켜주는 대로 주체역량 강화가 운동발전과 정세발전의 핵심이라는 것에 대한 처절하리 만치 비장한 실천적 태세였다.

물론, 여전히 미흡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있고 전농이 있고 청년연대가 있으며 그 주위에 학생과 빈민 등이 포진해 있으며 여러 시민단체들 또한 활약상이 풍부하다. 특히 9일 기층민중의 투쟁을 망라하게 될 범국민투쟁전선체인 '박근혜퇴진 국민행동'이 꾸려져 출범했다. 주체의 태세는 이처럼 역사의 격변기에 맞게 얼마든지 최고조로 조응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는 말을 했다. 촛불이 요구받고 있는, 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완수해야할 시대적 임무다. 조직화된 기층민중이 주도하는 전민항쟁은 미국과 한국보수진영의 보수개혁정권 수립 기도를 분쇄하고 박근혜하야와 과도정부(거국내각)와 조기대선을 통해 개혁진보연립정권을 기어코, 세워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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