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열사 진성일 열사 30주기 추모행사 열려

전두환 군부독재로 전국의 대학생들이 ‘군부 독재, 파쇼 타도’를 외치며 저항하던 86년, 경성대학교 전신인 부산산업대 시청각관 5층(구, 문과대) 옥상에서 한 청년이 불꽃이 되어 몸을 날렸다. 11월 5일 오후 12시 43분, 분신과 투신이라는 단어가 번갈아가며 학생들의 가슴에 뜨겁게 내리꽂혔다.

▲ 군부독재와 파쇼 타도를 외치며 경성대 옥상에서 분신한 진성일 열사의 모습

“저 비록 미약한 존재이만 격분을 참을 수 없어 여러 친구들 보다 먼저 갑니다. 부디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싸우십시오. 승리의 그날까지.” (유서 중에서)

군대를 재대하고 24살에 복학한 진성일 열사는 당시, 시위와 집회가 없는 학교로 정부로부터 상을 받을 정도로 사회 문제에 대해 외면하던 경성대학교(전신 부산산업대학교) 학우들에게 현실을 인식시키고 싶었다. 12.12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군사정권 장기집권음모에 맞서 1986년 10월에 조직적으로 항거하던 학생들이 건대 항쟁에서 용공분자로 몰려 무자비한 탄압받는 시기였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군사정권을 규탄하는데 자신의 학교는 아무런 실천도 없이 대동제만 진행하는데 격분해 자신의 뜻을 유서로 남기고 옥상에서 온 몸에 불을 붙이고 투신한다. 이후 학생들은 각성하고 87년 6월 항쟁에 주도적으로 참가해 부산지역 6월 항쟁의 불길을 더 세차게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88년에는 학원자주화 투쟁을 통해 학내 비리를 척결하고 학교 운영의 학생 참여라는 획기적인 성과를 이룬다.

▲ 진성일열사

24살의 젊은 나이로 나라를 짓밟는 군부정권과 부조리한 사립학원재단의 부조리에 온 몸으로 저항한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당시 경성대 재학생들은 1987년 민주항쟁에 헌신적으로 참여하며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것이다.

그해 말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는 공명선거감시활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하고 1988년 학원자주화 투쟁을 통해 학내 비리 척결과 학교 운영에 학생이 참여하는 획기적인 성과도 이뤘다. 이후 학원민주화 운동뿐 대학생들이 주도한 통일운동, 노동자와 농민 등 민중연대운동, 독재정권 종식을 위한 민주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진성일 열사 정신 이어온 후배들은 온 몸으로 ‘민주주의’를 일깨워준 선배를 위해 1996년 11월 4일 <민주열사 진성일 추모사업회>를 결성한다. 그가 온 몸으로 항거한지 10주기 만에 일이다. 추모사업회는 ‘열사의 정신 계승 발전을 통해 민족분단 모순을 너머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는 참민주사회 건설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매년 11월 4일 진성일 열사 계승제를 민주동문회와 함께 지내고 있는 추모사업회는 2005년부터 ‘진성일민주상’을 제정하고 한반도 평화통일과 민주화 활동에 모범적인 동문 및 부산지역 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시상하고 있다.

아울러 2006년에는 졸업생들로 구성된 민주동문회 회원들이 중심이 돼 진성일장학회를 설립하고 2011년부터 모교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활동가 후원을 위한 연대기금 ‘어깨동무’를 조성하고 경성대민주동문회 소속 민주시민단체 상근활동가 또는 경성대민주동문회 소속 민주시민단체 상근활동가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 일하는 2명을 선정해 월 50만원씩 1년 동안 지급하고 있다.

▲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진성일열사정신계승주간’동안 ‘박는혜대통령 퇴진촉구’ 1인 시위와 함께 계승제 당일에는 200여 명의 졸업생들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시국선언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는 민주열사 진성일 30주기를 맞아 그 의미를 담은 추모행사를 진행하는데, 민주열사진성일추모사업회(회장 임덕기)는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진성일열사정신계승주간’을 선포하고 11월 4일 본 행사를 통해 민주열사 진성일의 정신을 되새기는 다채로운 행사를 갖는다.

특히 교문 앞에서는 ‘박는혜대통령 퇴진촉구’ 1인 시위를 하고, 계승제 당일에는 200여 명의 졸업생들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시국선언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성대학교 27호관 7층 프레지던트홀에서 진성일민주상 시상식, 진성일장학금 수여식, 활동가 후원을 위한 연대기금 어깨동무 전달식 및 각종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행사 이후에는 진성일열사 추모비에서 제사를 지낸다. 이후 동문 간 화합의 시간도 마련된다.

추모사업회는 진성일 열사를 소개하는 자료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고 후배들이 당시 시대와 분신 상황 등을 만화로 제작해 재학생들과 시민들을 위한 민주주의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며 추모비 주변 단장과 진성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고 민주주의 교육공간으로 활용할 ‘기억의 공간’ 사업도 진행 중이다.

▲ 진성일열사를 운구하는 학생들
▲ 당시 진성일열사 장례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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