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피스 공실율 19.6%, 부실율 6% 넘어
2025년 만기도래 부동산 담보대출 1300조원
한국 해외부동산 펀드 손실, 벌써 2조4600억원 넘어
미국 소형은행 줄파산 예고

1.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 발생

미국 뉴욕커뮤너티방코프(NYCB)
미국 뉴욕커뮤너티방코프(NYCB)

올해초 미국 뉴욕커뮤너티방코프(NYCB)의 주가가 연속해서 64%이상 폭락했다. 이후 피치가 신용등급을 낮췄고, 무디스는 투자 부적격 정크등급으로 2단계로 강등시켰다.

NYCB가 이렇게 된 것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큰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작년말 NYCB가 대출손실충당금을 10배 이상 올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가 급락하면서 파산직전에 몰렸다.

블룸버그TV 보도. NYCB 주가하락
블룸버그TV 보도. NYCB 주가하락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어떻다는 것인가?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크게 오피스(사무실, office), 임대용 공동주택(아파트, multifamily), 소매(retail, 중소상공인 상가), 숙박(호텔 등), 산업(industry, 창고·병원) 등으로 구분한다. 영어로는 CRE(Commercial Real Estate)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임대용 공동주택을 아파트라고 하고, 한국처럼 등기소유한 아파트는 ‘콘도’라고 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최근 오피스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실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상업용 부동산 공실율은 19.6%에 달했다. 10층 건물에서 2층이 비고 있다는 뜻이다.

공실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코로나 시기 재택근무에 들어간 노동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47% 정도가 계속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임대 아파트보다는 더 나은 재택근무 조건을 찾아 주거형태까지 바꾸고 있기 때문에 오피스와 공공임대 아파트 공실율이 동시에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공실율 추세는 구조화되어 2026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사태는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테크기업이 모여있는 미국 서부와 동부 뉴욕 등지로 확산되었다.

그 결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24년 2월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22년 4월과 비교할 때 23% 하락했고, 그중 오피스 가격은 41%나 급락했다. 미국 사무실 건물 가치가 전체적으로 1조 2천억 달러(약 1600조원)나 떨어졌다고 하는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규모가 20조 달러(약 2경 6500조원) 정도이니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2. 연체율 증가와 금융위기 조짐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한국의 부동산PF 시장과 유사하다.

자기자본은 별로 없이 저금리 시대에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임대료 수입과 매매 차익을 노리고 엄청난 투자붐이 일어났다. 그런데 최근 공실율이 늘어나고 가격이 하락하는 데다 고금리까지 겹쳐 연체율이 급상승하면서 금융위기로 번지고 있다.

대출을 끼고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는 4조 6천억 달러(약 6천조원)에 달한다. 세계 3위인 독일의 GDP가 4조 3천억 달러(약 5700조원)이니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이중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시중은행부문이 50%(2조9천억 달러), Fannie Mae와 Freddie Mac과 같은 정부지원기관(GSE)이 17%(9900억 달러), 생보사가 12%(7천억 달러)를 담당하고 있다.

이중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절반을 시중은행이 차지하는데, 대형은행보다는 소형은행들이 많이 했다. 소형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이 급상승하던 시절에 급격히 대출을 확대하여 2조 달러(약 2600조원)로 늘어났고, 이는 전체 대출규모의 70%에 해당한다.

문제는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이 늘어나는데 있다.

2023년말 상업용 부동산 담보증권(CMBS)의 연체율은 4.51%로 늘어났고, 이중 오피스 담보대출 연체율은 6.5%로 부실화가 심화되고 있다. 2023년 12월 오피스 대출 중 45%의 부동산 가격이 담보대출보다 낮은 ‘underwater’ 상태에 빠졌고, 올해 오피스 가격은 20%가 추가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연체율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규모 대출만기가 계속 돌아오고 있다.

2025년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규모는 1조 달러(약 1300조원)이고, 2027년까지는 2조 2천억 달러(약 2900조원) 이상의 담보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이렇게 만기가 도래하면, 빚을 갚거나 차환대출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저금리 시대 2~3%로 변동금리로 빌렸던 부동산 담보대출 이자가 7~8% 이상으로 금리부담이 매우 커졌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소형은행의 줄파산으로 이어져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3. 문제가 되는 은행들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 지역은행 중 밸리내셔널방코프(Valley National Bancop)는 자기 자본대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472%로 NYCB와 비슷하다. 이외에도 WaFd가 371%, Axos Financial이 356%, Bank OZK가 345% 순으로 위험노출도가 매우 높다.

앞으로 경기침체와 겹쳐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중 10~20% 정도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미국 은행권 손실이 800억 달러(약 106조원)~1600억 달러(약 212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최대 385개 소형은행들이 파산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 시중은행은 4천 개 정도이다.

일본과 유럽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아오조라은행(Aozora Bank)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올 1분기 예상 실적이 적자로 발표되면서 주가가 15.5% 하락하고, 은행장이 사퇴하였다.

유럽은행들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6조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손실이 예상되어 대손충당금을 2배로 올렸다. 스위스 3대 은행인 율리우스베어(Julius Baer)는 대출을 해준 부동산 기업 시그나그룹이 파산하는 바람에 7억 달러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고, 그 책임으로 CEO가 교체되고 해당 부서가 없어졌다.
  
4. 한국 해외부동산 투자현황

국내 금융사들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다가 손실을 당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 중 해외 부동산 투자는 보험사가 56.6%, 은행이 17.9%, 증권사가 14.9% 순으로 해 왔다. 지역별로는 북미지역이 61.1%로 가장 높고 유럽 19.2%, 아시아에 4.4%를 투자했다. 그중 오피스 투자는 7조원 규모로 해외 부동산 투자 중 52%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숙박시설 16%, 주거용 10% 순이다.

국내의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계속 확대되어 2013년 4.9조원에서 2023년말 79조원으로 10년 만에 16배나 증가했다. 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2만3천명에 달한다.

그런데 국내 금융기관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투자액 56.4조원 중 22.5%인 약 12조6천억원 정도가 올해 말에 만기가 도래하고, 개인투자자가 포함된 해외 부동산 펀드도 11.6조원 정도가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이미 최근까지 해외 부동산 투자손실액은 2조4600억원에 달했다. 올 연말과 그 이후에도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큰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 가격하락률이 큰 북미나 유럽 지역에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투자유형에서도 대출은 현지 은행에서 선순위 담보대출로 추가 자금을 조달해서,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에는 가장 후순위인 지분(equity) 형태로 매입해 원금회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셋째로 가격하락 리스크가 큰 B급 오피스 투자가 많다.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 모집 시 건당 투자규모 제약으로 중규모 딜(1,500~4,000억원)의 비중이 높은데, 이 가격대는 주로 대도시 외곽의 B급 오피스를 매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 오피스들의 공실율이 높아지고 가격하락이 되는 경우가 많다.

넷째로 투자만기기간은 보통 5~7년인데, 임차기간은 이보다 짧다. 때문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차만기 2~3년 전에 6~12개월 정도의 임대료 페널티를 내고 사전통보하면 중도해지가 가능한 옵션(break option)으로 계약한 경우가 많다. 공실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5.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 전망

BOA(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 따르면 편드매니저들이 향후 국제 금융위기에서 트리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 1순위로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를 들었다. 2위가 그림자 금융, 3위가 미 국채 신용등급 하락이다.

이처럼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향후 경기침체와 맞물리면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시스템의 위기’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번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위기를 수습했던 것처럼 미연준과 재무부가 나서서 어떻해서든지 금융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조만간 미국 소형은행을 중심으로 줄파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