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네 살의 청년 정치인 전지예 씨가 승냥이들에게 갈기갈기 물어뜯겼다. 그는 결국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 정치인의 꿈 앗아간 승냥이 정치

전지예 씨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은 금융 정의를 실현하는데 오롯이 바쳐졌다.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이었던 그는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3 차세대리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제 권력을 감시하는 MZ 활동가라고 시사저널은 그를 소개했다.

그러나 승냥이들에겐 전지예 씨의 금융정의연대 활동 이력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에게 그는 오직 한미 군사훈련을 반대한 ‘반미활동가’였을 뿐이다. 한미 훈련 반대가 곧 반미인가, 한미 훈련을 반대하면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는가 하는 초보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게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 언론이 물어뜯기 시작했고, 한동훈과 국민의힘이 가세했다.

맘에 들지 않은 한 인물을 먹잇감 삼아 떼로 달려들어 물어뜯는, 그래서 정치판에서 배제하려는, 이른바 승냥이 정치는 오랫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해 왔다. 멀리 갈 것없이 21대 국회의 윤미향 의원은 승냥이 정치의 대표적 희생양이다.

승냥이 정치는 오늘도 계속되고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먹잇감이 발견되면 어떤 식으로든 ‘종북’, ‘반미’, ‘국가보안법’, ‘회계 부정’ 등의 시빗거리를 만들고,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평화와 통일을 외친 전지예 씨는 그렇게 승냥이의 먹잇감이 되었다.

승냥이에게 먹잇감 던져준 민주당

일부 승냥이들이 전지예 씨를 물어뜯으려 할 때, 민주당은 후보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상황실장 김민석 의원은 “비례후보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검증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운운했고, 비례연합정당 협의를 이끌었던 박홍근 의원은 “다른 분으로 추천을 요청”했다. 이재명 당대표 역시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합리적 의사 결정, 합리적 인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에서 후보 교체 메시지가 나오자, 승냥이들의 공격은 본격화되었다. 민주당의 후보 교체 요구는 승냥이들에게 공격 신호를 내린 결과가 되었다. 민주당의 이런 행위는 결코 ‘선거 전략’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당의 행위는 승냥이 정치에 투항한 것이며, 민주주의를 배신한 것이었다.

민주당의 배신으로 승냥이 정치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승냥이들은 전지예 씨만이 아닌 정영이 씨와 임태훈 씨에게도 달려들었다. 그렇게 전지예 씨와 정영이 씨는 사퇴를 했고, 임태훈 씨 역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임태훈 씨마저 사퇴하면? 승냥이는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돌진할 것이다.

1/300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정치할 자격을 갖는다는 신념에 기초한다. 한미 군사훈련이나 사드 배치를 찬성해도, 혹은 그것들을 반대해도 정치할 자격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군복무를 마친 사람에게도, 양심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에게도 정치할 자격을 동등하게 부여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300명 중 금융 정의를 주장하고 한미 훈련을 반대하는 청년 정치인 한 명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300명 중에 한반도 평화와 주권을 위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여성 농민 정치인 한 명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300명 중에 종교, 윤리, 도덕, 철학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남성 국회의원 한 명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달려들어 물어뜯는 ‘승냥이정치’에 의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피해가 있을 것 같으면 승냥이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민주당 류의 정치에 의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질식 상태에 빠져 있다.

승냥이 정치를 청산해야 민주주의 가능

승냥이 정치가 기승을 부리면 민주주의는 파괴된다. 그런 점에서 전지예 씨 사례는 민주주의 파괴의 전조이다. 우리 정치사가 보여주듯이, 민주주의가 파괴되면 어김없이 독재 체제가 등장한다. 승냥이 정치는 친미 독재 체제를 지향한다.

해방 이후 자주독립국가 건설이 좌절된 후 이승만 친미 독재가 찾아왔다. 4.19 혁명 이후 민주주의가 실패하자 5.16 친미 반공 쿠데타가 시작되었다. 1980년 서울의 봄이 실패한 후 전두환 신군부 독재 체제가 등장했다. 촛불혁명의 실패 이후 또다시 윤석열 검찰 독재가 찾아오지 않았던가.

승냥이 정치를 청산해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승냥이 정치는 민주주의 적일 뿐이다.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 힘을 심판하는 것은 승냥이 정치 청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승냥이들에게 먹잇감을 내주는 비겁하고 나약한 정치 역시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필요 없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단결하고 연대해서 승냥이에 맞서 싸우는 정치가 필요할 뿐이다. 기존의 정치가 아닌 새로운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정치는 바로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승냥이들은 바로 지금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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