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경찰국 반대하며 소신지키다 직위해제까지
나경원, 당대표 선호도 1위였지만...‘윤심’ 김기현에 굴복하며 사퇴

서울 동작을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34.7%,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가 44.2%로 집계됐다(조사기관: 여론조사꽃. 조사기간: 3월 4-5일. 조사대상: 동작구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10명. 조사방법: 무선전화면접 100%. 표본오차: ±4.3%P에 신뢰수준 9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같은 결과에 정치권에서는 의외라는 평가다.

두 후보의 이력을 비교할 때, 류삼영 후보는 경찰서장으로 재직 중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설립 방침에 저항하다 직위해제까지 당한 반면, 보수진영 내에서조차 나경원 후보는 줏대 없이 권력에 줄을 잘 서는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비록 일시적으로 류 후보가 나 후보에게 밀리는 모양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상황이 역전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후보,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문을 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후보,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문을 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당대표 선호도 1위였지만...‘윤심’ 김기현에 굴복하며 사퇴

판사로 재직하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며 정치에 입문한 나 후보는 이후 친이, 친박, 친윤을 오가며 그야말로 살아남는 데 급급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 대표적인 면모는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당대표 선거)에서 드러났다.

2022년 10월, 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었다. 그러나 나 후보는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1월 9일 사의를 표명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으로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면제하는 헝가리식 정책을 언급하여 대통령실과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나 전 의원(부위원장)의 일련의 처사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자리를 넘보지 말라는 우회적인 압박이었다. 이미 윤 대통령은 김기현 의원을 2022년 11-12월 사이 최소 두 차례 만나며 차기 당대표로 낙점해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나 후보가 지난해 1월 13일 저출산위에 사직서를 제출한 당일, 대통령실은 나 후보를 저출산위에서 해임한다는 발표를 내보냈다. 사직서에 대한 입장 표명이 아니라 ‘해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윤심’을 거스르지 말라는 뜻이었던 셈.

나 후보가 당시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30.7%로 1위를 달성하며 18.8%를 기록한 김기현 의원을 크게 앞질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나 후보는 ‘윤심’에 적극 반발하며 당을 사유화하려는 윤 대통령에 맞서야 했다.

그러나 나 후보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나 후보는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아예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한술 더 떠, 나 후보는 윤심을 업은 채 자신을 부당하게 밀어낸 김기현 의원에 지지선언을 하며 ‘윤심’에 복종하는 자세를 취했다. 대통령실로부터의 부당한 압력이 없었더라면 문제없이 당 대표가 되었을 그가, 눈앞의 당 대표 자리를 빼앗기고서도 어떤 저항도 하지 않은 것이다.

나 후보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당 대표 선거에서 사퇴한 나 후보의 지지자를 ‘윤심’ 김기현 의원에게로 땡겨 오려는 기획이었다. 대통령실에서 전화를 받은 나 후보는 아예 김기현 의원의 공식 일정들에 동석하며 들러리를 서줬다.

심지어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에게서 “(나 후보) 본인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 아니겠느냐”며 “안 그러면 (내년 총선) 공천도 못 받게 생겼으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나 후보가 최근 동작구을 선거구에서 공천을 확정받은 데에는 이 같은 굴복이 있었던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해 류삼영 동작을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류삼영 선거캠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해 류삼영 동작을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류삼영 선거캠프

류삼영, 경찰국 반대하며 소신지키다 직위해제까지

반면 류삼영 후보의 행보는 나경원 후보와는 정반대다.

류삼영 후보는 1988년 경찰 임관 이후 PK(부산·경남) 지역을 돌며 경력을 쌓았다. 2019년 부산영도경찰서장, 2021년 부산지방경찰청 반부패수사대장 등 직책을 맡았고, 2022년에는 울산중부경찰서에서 서장으로 근무했다.

울산중부경찰서장으로 근무 중 윤석열 정부가 경찰국 신설을 발표하자 그는 이에 반발하여 2022년 7월 23일 사상 최초로 전국 경찰서장회의 소집을 주도했다.

독재정권 치하에서 경찰이 정치권력의 도구로 이용되면서 정치 사병화됐던 전력이 있기에, 행정안전부 아래에 경찰 지원조직을 신설하는 취지의 ‘경찰국’은 경찰 중립화라는 헌법 정신에 반하는 조치라는 것이었다.

류 후보가 주도했던 전국 경찰서장회의는 전국 총경급 경찰관 절반 이상이 참여해 윤석열 정부의 경찰장악 시도를 규탄했으며, 정치권력이 경찰을 예속하는 퇴행을 막고자 했다.

윤 정부는 이를 두고 보지 않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항명에 대한 처분으로 당시 서장이었던 류 후보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려 사실상 직위해제시켰다. 국민의힘 지지 단체 회원들은 내란 혐의로 류 후보를 검찰과 국방부에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가 경징계를 권고했음에도 윤 청장은 류 후보를 향해 중징계(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를 고집했고, 끝내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관철했다.

그러나 류 후보는 서울행정법원에 정직 3개월 징계안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서 징계의 부당함을 증명해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그를 경상남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발령하여 좌천시켰다. 류 후보가 7년 전 2017년 부산청에서 ‘상황팀장’ 이상의 직급 ‘상황실장’을 역임했음을 감안하면 이는 명백한 탄압이었다.

결국 그는 보복인사에 항거하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8월 퇴임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이 류 후보를 3호 영입인재로 초빙한 뒤, 그는 일관되게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고향도 부산이고, 경찰 경력도 PK 지역에서 주로 쌓아온 그가 서울 동작구을에 전략공천된 까닭이다.

 

결국 동작구을 선거구는 부당한 명령과 ‘윤심’을 거스르며 항거한 인물과, 이에 굴복하며 추종한 인물이 맞붙는 구도가 그려진다.

동작구을 선거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