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혈세 운운하며 피해자 외면
개정안에 2조 소요? 3700억이면 충분
HUG 재정건전성 악화?...회수율 악화는 일시적 현상
전세사기 무대책, 정부 과실 100%...피해자에 전가 말아야

▲2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2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여당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인다.

최근 국토위 전체회의 중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로 부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이 피해자를 위한 대책마련 과정을 정쟁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한다.

정부 여당, 혈세 운운하며 피해자 외면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해왔던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를 골자로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여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 보증금을 돌려주는 식이다. 이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면 정부는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선 구제’ 방식은 회수하는 데 다소의 시간은 걸릴지언정 돈 한 푼 없이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피해자들에게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채권 매입 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렵고 피해 인정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특별법 개정안을 거부한다.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들이 약 1만3000명이고, 이들의 평균 보증금이 1억-2억 원대라면 약 1조2000억-2조4000억 원이 든다는 것.

개정안에 2조 소요? 3700억이면 충분

하지만 이는 개정안을 반대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개정안에서 상정한 채권 매입 대상은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후순위 피해자들이기 때문이다. 채권 매입 가격도 보증금의 30%에 해당하는 최우선변제금 수준으로 상정하면 그다지 높지 않다.

현재 후순위 피해자들은 9720명으로, 이들을 최우선변제금 선에서 ‘선 구제’할 경우 소요예산은 최대 3700억 원에 그친다.

이중 경매를 통해 회수되는 금액을 빼면 실제 투입 예산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여당이 민생 문제를 정쟁의 빌미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천안에서 전세사기를 당해 대출금을 갚고자 원양어선에 뛰어든 최지수 씨는 “일평생 모은 돈이 허무하게 사라질 걱정에 피해자들은 매일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세금의 30%라도 우선 변제하자는 법안조차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22대 국회에서는 신속히 선구제 후회수 법안을 통과시켜 피해자들도 봄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HUG 재정건전성 악화?...회수율 악화는 일시적 현상

일각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구실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거부하기도 한다. 전세사기로 인해 집주인을 대신하여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보전해준 금액(대위변제액)이 최근 크게 증가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415억 원이었던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 원, 2022년 9241억 원까지 늘어났다가 지난해 3조5544억 원에 달했다. 대위변제액에 대한 회수율도 낮아지는 추세다. 2022년 24%에 달했던 회수율은 지난해 10%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반대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대위변제액의 회수율이 낮은 것은 구상권을 행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 부동산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가 수습되면 회수율은 개선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세사기 무대책, 정부 과실 100%...피해자에 전가 말아야

무엇보다 대위변제액의 증가는 악성 임대인에 대한 관리 부실의 결과로서, 현 정부와 국회가 져야 할 책임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대인이 바뀔 때 임차인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거나,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강화해 악성 임대인에 대한 부실 대출을 억제했다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는 말이다. 한 사람이 주택 수백 채를 소유할 수 없도록 종합부동산세 강화도 이뤄졌어야 한다.

따라서 대위변제액의 증가로 HUG의 재정건전성이 악화한다면 해당 공사에 정부 출자를 늘리며 관련 법안을 정비해야지, 정부 실정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

이미 지난해만 7명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 정부 여당에 상식을 기대하기란 어려울까.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