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신청은 700억 달러, 준비된 보조금은 280억 달러뿐
미국은 반도체 부활목표 초과달성
WD-키옥시아 합병에 한국정부 SK하이닉스 압력설까지 나돌아

보조금 신청은 700억 달러, 준비된 보조금은 280억 달러뿐

미국 텍사스에 막대한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한 삼성전자가 미국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조금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지난달 11일 뉴햄프셔주 내슈아의 한 업체를 방문해 발언하는 모습 [내슈아(뉴햄프셔)=AP/뉴시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지난달 11일 뉴햄프셔주 내슈아의 한 업체를 방문해 발언하는 모습 [내슈아(뉴햄프셔)=AP/뉴시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행사에서 “보조금에 관심을 표명한 기업들의 상당수가 자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이 600건 넘는 투자의향서를 상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애초 접수된 400여 건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이다.

2022년 제정된 미국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은 보조금 390억 달러를 마련하고 그중 280억 달러를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에 투입한다고 되어 있었다. 러몬드 장관은 “인텔, TSMC,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이 요청한 자금만 700억 달러(약 93조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에게 절반만 얻어도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럼에도 그들이 최종 합의를 하려고 다시 올 때는 원했던 금액의 절반도 못받게 되고, 그게 현실”이라고 내뱉었다. 보조금 준다고 투자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못 준다고 딴소리를 하는 건데, 전형적인 미국식 일방주의이다.

이미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을 확정한 기업도 있다. 미 상무부는 영국 BAE시스템스와 미국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9일에는 글로벌파운드리스의 뉴욕주·버몬트주 신규 설비 투자 및 증설에 대해 15억 달러를 지원하는 예비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으로, 반도체법 발효 이후 첫 대규모 지원의 수혜자이다.

다음 주자는 인텔이다. 지난 16일 블룸버그은 미국 정부가 1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는 방안을 인텔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 보조금은 반도체법 시행 이후 최대 금액”이라며 “대출과 직접 보조금 모두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 오하이오주, 뉴멕시코주, 오리건주에서 435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대만 TSMC의 경우 총 40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인근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건설 중이다. 이밖에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글로벌파운드리 등도 보조금을 둘러싼 경쟁 기업들이다.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 역시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인텔, TSMC, 삼성전자 등에 대한 보조금 규모는 3월말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러몬드 장관의 발언에 비추어 볼 때 삼성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 규모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러몬드 장관은 “나는 납세자의 돈을 보호하는 데 충실하고 있으며 기업에 대해 강경해야 한다”면서 “각 기업이 더 적은 비용으로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내 의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입 가지고 두 말을 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부활목표 초과달성

러몬드 장관은 이번에 미국의 반도체 부활전략이 성공하고 있음을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그는 미국에 “대규모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 클러스터 2곳을 조성하는 것이 칩스법의 목표였는데, 이를 초과 달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최첨단 로직 반도체를 전혀 생산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보조금 전략을 통하여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미국서 생산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의 예산은 현재의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충분하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엔 ‘칩스투’라고 부르는 제2의 지원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보조금을 절반도 안 준다면서 뭐가 예산이 충분하다는 것인가. 미국이야 원래 약속한 보조금을 다 주지 않아도 반도체 기업들이 몰려드는데 제2, 제3의 칩스법을 미국이 안 만들 이유가 없다. 거기에 속는게 바보들이다.

미국의 반도체 부활전략은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의 20%를 미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대만,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4개국이 세계 반도체의 83%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 미국이 반도체를 다시 끌고 가는 이유이다. 보조금 지급 기준은 초과이익 발생시 보조금 반납, 대중국 반도체 수출 차단 등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달려있다.

삼성의 반도체 전략은 어떠한가. 애초에 TSMC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종합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운드리에서 TSMC를 추격하는데 거듭 실패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텍사스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은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10조원이나 증대하고 있다. 미국내 반도체 숙련 노동자의 숫자는 6만여명이 부족한 현실이다. 때문에 국내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배로 실어 수출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더 들어가고 있다. 2030년이 다가올수록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내 반도체 업체와의 경쟁력을 오히려 축소되거나 추월당할 형편이다. 한미동맹에 맹종하고 미국에 의존하는 한 한국 반도체 전략의 미래는 암울하다. 삼성은 이미 미국 반도체 부활을 따돌리고 독자생존을 모색할 기회를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WD-키옥시아 합병에 한국정부 SK하이닉스 압력설까지 나돌아

한편 지난 25일 <한겨레>는 <아사히 “미-일 반도체 회사 합병시키려 윤 정부가 SK 압박">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인용보도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세계 3위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이하 WD)과 4위인 일본의 키옥시아가 합병을 하려고 하는데, 키옥시아에 최대지분을 가지고 있는 SK하이닉스의 반대로 중단된 상태였다. 두 회사는 합병을 위한 협상을 오는 4월에 재개할 예정인데, 합병성사를 위해 미일정부와 함께 'SK하이닉스 압박'에 윤석열 정부도 나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는 게 요지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시장 규모가 비슷하지만 2025년 이후에는 낸드플래시 시장이 D램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는 동일한 제품을 누가 더 많이 더 싸게 만드느냐가 관건인 규모의 산업이다. D램 시장에 비해 낸드플래시 시장은 1위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2위권을 두고 SK하이닉스, 일본 키옥시아, 미국 WD(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쟁투를 벌이는 형국이다. 이에 WD와 키옥시아가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는데, 이 합병이 성사되면, SK하이닉스가 3,4위로 밀려나는 것은 물론이고, 1위인 삼성전자조차도 위협받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키옥시아는 원래 도시바였는데, 2018년 경영 위기를 맞아 메모리사업부를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탈이 주축이 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2조엔에 매각했다. 이때 SK하이닉스가 4조원을 투입해 컨소시엄 내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후 베인캐피탈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업계 재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후 매각하는 전략을 세우게 되는데, 그 방안이 WD와 키옥시아를 합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정부는 최근까지 반도체 불황으로 조단위의 적자를 내고 있는 키옥시아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며 재탱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사히 신문 보도 캡처. 제목에 "일미한 SK에 혈안의 설득"이라는 제목이 나온다.
아사히 신문 보도 캡처. 제목에 "일미한 SK에 혈안의 설득"이라는 제목이 나온다.

이런 조건에서 4월경 다시 WD와 키옥시아의 합병을 추진하려는 것이고, 여기에 미국과 일본정부가 SK하이닉스가 합병에 동의하도록 강한 압력을 들이대고 있다. 이 와중에 아사히 신문이 ”한미일 정부가 SK설득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며 윤석열 정부도 미일정부의 SK하이닉스 압박전략에 동참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온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8일 저녁 "우리 정부가 미-일 반도체 합병에 SK하이닉스가 동의하도록 압박했다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문구의 해명을 언론사에 통보했는데, <아사히신문> 보도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은 없었다. 과연 윤석열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일까. 추미애 전 국회의원은 SNS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