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들어서 공무원 감축
문경소방서 정원 미달로 운영
소방관 40%가 PTSD, 우울증세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7만 소방관 총궐기 대회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근무 중 순직한 동료들을 상징하는 영정 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7만 소방관 총궐기 대회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근무 중 순직한 동료들을 상징하는 영정 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 뉴시스

해마다 이어지는 소방관의 희생에 화재 진압복을 입은 이들이 거리로 나와 투쟁을 외쳤다. 

이들은 “계속되는 소방관 순직에 정부와 국회는 수수방관만 하지 말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라” 촉구했다.

26일 열린 ‘7만 소방관 총궐기 대회’ 2021년 소방노조가 출범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국회 앞에 모였다. 한 해 평균 5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400여 명이 부상을 당하지만,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이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7만 소방관 총궐기 대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7만 소방관 총궐기 대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소방관이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소방을 온전한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 ▲대규모 인력 충원 ▲행정 중심의 소방조직을 현장 중심으로 개편 ▲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2월 제주에서 소방관이 순직한 이후 2월에도 연달아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젊은 소방관 2명(고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이 목숨을 잃었다. 이 자체도 비극적인 일이지만, 소방관 10명 가운데 4명은 동료의 순직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우울 증상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소방청이 지난해 실시한 ‘소방관 마음 건강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문제성 음주, 수면장애 중 1개 이상을 경험했다는 소방관이 2만 3천여 명으로 43.9%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는 답도 4천 4백 명, 전체의 8.5%로 나타났다.

현실이 이런데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소방관 정신 건강 관련 예산은 2023년 65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7억 원 증액됐지만, 2024년에는 동결됐다. 

부족한 인력도 문제다. 국내 공무원 수는 OECD 평균에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국가공무원 정원을 감축하는 기조로 들어섰다. 소방공무원 채용은 2022년 3,814명에서 2023년 1,560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그보다 약간 많은 1,638명이었다.

두 명이 순직한 문경소방서도 구조대 정원이 미달인 채 운영됐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기준 119구조구급센터 1, 2팀은 정원보다 1명씩 부족한 5명으로 운영됐다. 이번에 순직한 두 소방관은 1팀 소속으로 공장 내부에서 인명 수색을 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 목숨을 잃었다.

김정수 소방본부 위원장 권한대행은 “현장에서 그렇게 인력을 요구했는데도 정부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는 공무원들을 짜내어 일을 시켰다”며 “끝이 보이지 않는 업무에 한쪽은 과로로 쓰러져 죽고 한쪽은 결국 스스로 세상을 달리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자리에 함께해 소방관의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양 위원장은 “선거 때나 사고가 발생할 때만 소방관을 지켜야 한다고, 순고한 희생을 기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꼬집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에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만 소방관 총궐기 대회에서 발언하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 공무원노조
7만 소방관 총궐기 대회에서 발언하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 공무원노조
7만 소방관 총궐기 대회에서 발언하는 김정수 위원장 권한대행. ⓒ 공무원노조
7만 소방관 총궐기 대회에서 발언하는 김정수 위원장 권한대행. ⓒ 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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