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선 주민을 무시하는 행정을 규탄하는 주민들의 집회가 자주 벌어진다.

지난해 가을, 의창구 주민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마을 발전을 가로막는 ‘도계동 안골 북부순환도로 노선’ 사업. 밀실공청회와 노선 졸속 변경으로 뭇매를 맞고, 주민들의 투쟁으로 ‘노선 변경 투쟁’은 승리로 일단락됐다.

의창구 주민들은 또 한 번 주민의 힘으로 주민의 삶에 무관심한 행정을 규탄하고 나섰고, 주민의 힘으로 지역 발전을 이루겠다는 결심을 높였다. 바로, 의창구 북면 스포츠센터(국민체육센터) 건립을 위한 행동이다.

▲ 18일, 창원시 의창구 감계로에서 열린 '북면 스포츠센터 건립 촉구' 주민대회. 청소년들도 참가했다.
▲ 18일, 창원시 의창구 감계로에서 열린 '북면 스포츠센터 건립 촉구' 주민대회. 청소년들도 참가했다.

지난 18일, 의창구 감계로에서 ‘북면 스포츠센터’ 건립을 촉구하는 주민대회가 열렸다.

창원 의창구 북면의 감계·무동지구 신도시는 2014년 입주를 시작해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북면 인구는 2013년 12월 말 13,369명에서 2023년 12월 말 43,163명으로 3만여 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북면 신도시엔 주민을 위한 행정·문화·복지 관련 기초시설이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다.

주민들은 2018년부터 스포츠센터 건립을 요구하는 민원 행동을 시작했다. 그해 7월 창원시 동전일반산업단지 조성을 계기로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결과 2019년 4월, 창원시는 동전산단 내 스포츠센터 건립을 위한 부지를 확정했다.

그러나 이후 창원시는 건립 예산을 반영하기는커녕 ‘검토가 필요하다’, ‘노력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스포츠센터 건립 사업은 전혀 진척의 기미가 없었다. 운동시설로 용도 변경된 부지는 5년째 쓸모없는 공터로 방치됐다.

▲ 주민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주민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청소년은 물론 많은 주민이 주민대회에 참가해 창원시의 ‘주민 무시, 약속 무시’ 행태에 분노를 표했다.

북면 신도시 입주 11년 차가 되었다는 정성미 씨. 그는 주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창원시의 ‘에코신도시계획’을 보고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공기 좋고, 기반 시설이 잘되어 있을 거라 예상한 북면 신도시로 이사를 결정했다.

정 대표는 “인구 4만 3천이 사는 도시에 우리 아이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문화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사 할 때 생후 9개월이었던 아이가 13살이 되었는데, 아직도 우리 북면 주민들과 아이들은 문화·건강 증진을 위해 스포츠를 즐기려면 값비싼 민간 시설을 이용하거나, 교통 위험을 감수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시내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감계복지센터 시설을 이용하라고 했다. 그러나 4만 3천명의 인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 정 대표도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려고 복지센터 신청 사이트에 접속해 봤지만,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인원이 몰렸다.

부푼 기대를 안고 신도시로 이사한 주민들은 부족한 행정문화시설을 겪으며 북면을 떠나기 시작했다. 북면은 2019년부터 전입보다 전출 인구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고, 최근 5년간 1만 명가량의 주민이 전출했다. 전출한 인구의 절반은 경남도 내로 터전을 옮겼고, 인근 지역인 김해시로 다수가 이동했다.

운동을 하려면 창원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학생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창 체육문화 공간이 필요할 법한 학생들도 주민대회에 참여에 목소리를 높였다.

북면에 사는 한 중학생은 “수영장에 가고 싶어도 사람이 꽉 차서 갈 수가 없고, 놀 데가 없어 PC방에 가게 된다. PC 앞에 앉아 있으면 눈도 나빠지고, 멀리 가려면 집에 늦게 와서 엄마한테 혼나기도 한다”고 했다.

8살부터 북면에 살았다는 북면고등학교 학생은 “이 인근만 벗어나면 도로밖에 없다. 운동을 하려면 성산구까지 나가야 하는데 어머니가 운전을 해주셔야 갈 수 있다”며 스포츠센터 건립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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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 진보당 경남도당 의창구위원장.

이날 대회를 공동주최한 진보당 경남도당 의창구위원회 정혜경 위원장은 북면 스포츠센터 건립 문제는 “단순히 ‘스포츠센터 건립’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포츠센터 건립은 곧 “출퇴근길 정체를 일으키는 도로 문제, 아이들 병원이 없는 문제 등 북면을 무시하고, 북면 주민을 무시하는 창원시 행정의 문제를 풀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격려했다.

앞서 ‘북면 스포츠센터 건립 추진위원회’와 진보당 의창구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시청 체육진흥과 과장 등과 면담했다.

당시까지 “토지매입비에 100억이 넘는 돈이 필요해 2021년도 예산 심사를 올려봤자 안 될곳 같아서 안 올렸다”, “이후엔 시청 예산 담당에서 계속 잘렸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담당자들은 이날, “4~6월 안에 부지 예산을 1차 추경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주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창원시장에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시장 면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면담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시장 면담 불가’ 통보를 받았고, 체육진흥과 면담 결과가 적시된 공문을 요청했지만, 시청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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