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스팅보트 : 표결에서 양쪽의 표가 같을 때 결과를 결정하게 되는 표
∙ 스윙보터 : 선거에서 지지 정당이나 후보자가 없는 유권자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주요 정치 일정에서 ‘캐스팅보트’, ‘스윙보터’ 하면 흔히들 충청권을 떠올린다. ‘충청에서 이긴 정당이 원내 1당이 된다’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충청남도는 11개 선거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6석을 차지했고, 국민의힘은 5석을 얻었다. 충청북도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4석으로 동률이다(대전 7석, 세종 2석은 모두 민주당이다).

‘정권 심판’의 목소리가 커가는 22대 총선에서는 어떨까. 충청권의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충남·북 주요 지역구 후보 현황을 살펴본다.

▲ 지난해 3월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정황근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3월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정황근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천안갑·을·병에 포진한 ‘용산 출신’ 후보

충청은 거대양당의 놓칠 수 없는 지역구인 만큼 ‘수성’이냐, ‘탈환’이냐를 놓고 각축전이 예상된다. 각축 속에서도 눈에 띄는 건 용산 출신 후보와 ‘정권 심판’을 앞세운 민주당 후보 간의 대결이다. 천안갑·을·병 선거구 모두에 용산 출신 후보가 등장했다.

‘충남 정치1번지’라 칭해지는 ‘천안갑’에선 윤석열 정부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전 차관(국민의힘)이 예비후보에 등록해 민주당 문진석 의원과 맞붙을 것이 예상된다. 이 두 후보는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대결한 전력이 있어 이번 총선은 리턴매치 격이다. 당시 1,328표(1.4%) 차로 문 의원이 당선된 바 있다. 신 차관은 국방부 차관 시절 군 정신교육 교재에 독도를 ‘영토 분쟁 진행 중’이라 표기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당시 군이 교재 전량 회수에 나선 바 있다.

‘천안을’은 여야 모두 전략공천이 관측되는 곳이다. 현재 박완주(무소속) 의원이 성추행 혐의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후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곳에서도 용산 출신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가 최근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황에서 박완주 의원의 무소속 출마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천안의 남은 선거구, ‘천안병’. 이곳에도 용산 출신 후보가 등장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이정문 의원에 맞서 국민의힘 이창수 천안병 당협위원장이 도전장을 내밀어 또 한 번의 리턴매치가 예상됐지만, 신진영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출사표를 던지며 공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여기에 진보당의 권오대 천안시위원장도 예비후보로 등록해 정권 심판 총선에 힘이 모일지 지켜볼 만하다.

청주상당, 공주·부여·청양.. ‘정권심판’ 통할까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4석씩 나눠 가진 충북의 ‘정치1번지’는 ‘청주상당’ 선거구다.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 중 하나인 이곳에서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6선에 도전한다. 민주당에선 문재인 정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거론되면서 거물급 대결이 점쳐지고 있다.

21대 총선에선 민주당 정정순 의원이 당선됐지만 회계부정 혐의로 구속된 후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당시 정우택 후보는 무소속 의원들과 겨뤄 당선했다.

정 의원은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국회의원’으로 국민의힘 공천 경쟁에서 ‘-15% 감점’을 안고 있는 상황. 민주당 노영민 후보는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이 거론되는 와중이지만, 청주 상당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의 기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선 6선에 도전하는 정진석(국민의힘) 의원과 문재인 정부 박수현 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의 각축이 예상된다.

두 후보는 20·21대 총선에 연거푸 대결했으나 정 의원이 당선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죄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판 중이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고 재판이 진행 중인 자는 공천에서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당 내부에서도 중진 의원 험지 출마 요구가 있어 박수현 후보와의 세 번째 리턴매치가 성사될지 관심이다.

불붙은 국민의힘 공천경쟁.. 막말 후보까지 등장

충북 동남4군(보은·옥천·영동·괴산) 선거구는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3선)과 민주당의 이재한 동남4군 지역위원장의 양강구도가 점쳐졌으나, 지난 7일 박세복 전 영동군수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불붙고 있다. 박 전 군수는 공천 무산 시 무소속으로 완주할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위안부’피해자 비하 막말 논란으로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가장 먼저 낙마했던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까지 “윤석열 지킴이가 되어 여당의 승리 이끌 것”이라며 공천을 신청했다. 더욱이 박덕흠 의원은 청주상당 정우택 의원처럼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국회의원’에 해당해 국민의힘 공천 경쟁에서 ‘-15% 감점’을 받고 경선을 치러야 한다.

충북 ‘충주’에서는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4선 도전에 나선 가운데 용산 출신 이동석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정용근 전 충북경찰청장도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당내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민의힘의 이전투구 속 야권에선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출마가 거론되며, 진보정당 주자로는 진보당 김종현 충북도당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충남 ‘홍성·예산’에선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5선 도전에 나선 가운데, 용산 출신 강승규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도 출사표를 던졌다. 자리를 지키려는 자와 ‘윤심’을 앞세운 자의 공천 쟁탈전이 벌써부터 격렬하다. 중진 의원 추가페널티(감산)를 적용받아야 할 홍 의원이 컷오프(공천배제)될 경우 무소속 출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촌지역 선거구인 이곳엔 민주당 강희권 지역위원장과 ‘진짜 농민 후보’ 진보당 김영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출마가 거론되는 여야 주자만 9명에 달하며 치열한 공천경쟁이 예상되는 청주청원에서 6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용산 출신 국민의힘 서승우 전 대통령비서실 자치행정비서관과 대결할지도 관심사다.

곳곳에서 초접전, 이번엔?

21대 총선에서 ‘564표’라는 근소한 표 차로 초접전을 벌인 지역이 충남에 있다. 이명수 의원(국민의힘) 지역구인 ‘아산갑’ 선거구는 4년 전 낙선한 복기왕 민주당 충남도당 위원장이 예비후보에 등록해 세 번째 리턴매치를 펼친다. 민주당 내에선 복 위원장의 뚜렷한 경선 경쟁자가 없는 반면, 국민의힘은 다르다. 용산 출신 후보는 없지만, 박근혜 정부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나섰고, 역시 박근혜 특별보좌역을 담당했던 이건영 전 청와대 행정관도 경선 레이스 중이다.

‘청주서원’은 역시 캐스팅보트 지역답게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각각 1.29% 포인트, 3.07% 포인트로 승리한 지역이다. 민주당 이장섭 의원의 재선 도전에 국민의힘 김진모 당협위원장이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했다. 청주서원은 흥덕구갑 선거구 시절이던 17~19대 총선을 포함해 20년간 민주당이 의석을 빼앗기지 않은 곳이다.

본격화된 공천 경쟁 속에 ‘윤심 후보’가 살아남을지, 어떤 후보가 ‘정권 심판’를 놓고 겨루게 될지 ‘캐스팅보트’, ‘스윙보터’가 될 충청 지역구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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