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냉전 격돌 지역 ② 중동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장기전과 학살전

10월 7일 시작한 팔-이 전쟁은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진행되고 있다.

하마스를 중심으로 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투쟁은 팔레스타인 독립이 실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제거를 목표로 하는데, 하마스의 완전한 제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팔-이 전쟁은 장기전을 띨 수밖에 없고, 현재 그런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해방전쟁의 성격을, 이스라엘의 전쟁은 학살전쟁의 성격을 갖는다.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투쟁은 100년 넘게 진행되었다. 해방전쟁의 1차 목표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세력을 몰아내는 것이며, 최종 목표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집단학살(genocide)하고 있다. 3만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었고, 7만 명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다쳤다. 그중 절반 이상이 노인과 어린이, 여성이었다. 가자 지구 주택의 절반인 36만 채가 파괴되거나 손상되었고, 35개의 병원 중 13개 병원만이 부분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 2월 9일까지의 통계 ⓒ알자지라 홈페이지
▲ 2월 9일까지의 통계 ⓒ알자지라 홈페이지

이스라엘 전쟁 범죄를 두둔하는 미국

이스라엘의 도 넘는 군사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유엔 안보리 역시 교전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세 번에 걸친 결의안 시도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모두 무산되었다.

많은 국가의 요청으로 유엔 총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고, 결국 유엔 총회에서 교전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물론 유엔 총회 결의안은 아무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다음은 유엔 총회 결의안 표결 결과이다.

10월 27일 유엔 총회 표결 결과

제목 : 민간인 보호 및 법적, 인도적 의무 준수

결과 : 찬성 120개국, 반대 14개국, 기권 45개국으로 결의안 채택

주요 찬성국 : 모든 중동 국가, 중국과 조선 등 다수의 아시아 국가, 브라질 등 많은 남미 국가,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 등

주요 반대국 :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과테말라, 헝가리, 이스라엘, 미국 등

주요 기권국 : 캐나다, 독일, 인도, 이탈리아, 일본, 대한민국, 필리핀, 영국, 호주 등

결의안에 반대한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14개국에 불과했다. 아시아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도 거의 반대하지 않았다. 상당수의 G7, 나토와 아시아 동맹국들은 기권표를 행사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하나인 프랑스는 찬성표를 던졌다.

유엔총회 표결 결과는 오직 미국만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두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2024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중동 전체 지역으로 이동하는 전쟁의 무게중심

지난해 12월 26일 이스라엘 국방 장관이 언급했던 것처럼, 이스라엘은 7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펼치고 있다. 가자지구 외에도 레바논, 시리아, 서안지구, 이라크, 예멘, 이란 등 7개의 서로 다른 전장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은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의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멘의 군사 조직인 안사르 알라(Ansar Allah, 소위 ‘후티 반군’)는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홍해에서 공격함으로써 팔레스타인 해방전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2024년 들어와 미국과 영국은‘후티 반군’이 장악한 북예멘을 연일 폭격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사실상 예멘을 통치하는 정규군이다. 예맨 정부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망명해 있다. ‘후티 반군’이 장악한 북예멘 지역에 예멘 인구 대부분이 살고 있다. ‘후티 반군’은 현재 사실상 예맨의 정규군이다. ‘후티 반군’은 미국과 영국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그편에 선 모든 세력은 적이며, 그들은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면서 미국에 대한 항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후티 반군’은 현 시점에서 중동의 반미 투쟁에서 선봉에 서 있는 셈이다.

▲ 예멘의 왼쪽 지역이 ‘후티 반군’이 장악한 북예멘이다. 붉은 색 불꽃 표시는 미국과 영국이 공격한 지역이다.
▲ 예멘의 왼쪽 지역이 ‘후티 반군’이 장악한 북예멘이다. 붉은 색 불꽃 표시는 미국과 영국이 공격한 지역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미군 기지는 중동 지역의 반미 무장단체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의 반미단체들을 겨냥해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 반미 무장세력은 대개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미국도, 이란도 상대방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중동의 상황은 점차 미국과 이란이 직접 맞붙는 중동 전쟁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의 중동 전쟁(1948, 1953, 1967, 1973년)이 벌어졌고, 네 번 모두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이 승리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났다. 지금 중동 국가들은 과거의 그들이 아니다. 이란, 시리아 등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중동의 강자로 성장했다. 5차 중동 전쟁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미국 위상 추락은 말할 것도 없고 군사 강국으로서의 미국 신화도 깨질 수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이스라엘 전쟁 범죄 규정하고 중단 촉구

지난해 12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위에 대해 대량 학살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잠정 조치를 요구하는 소송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기했다. 이스라엘은 사실적 근거가 없다면서 기각을 요청했으나 국제형사재판소는 1월 11일 사건 심리를 진행하고, 1월 26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의 대량 학살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명령했다.

1월 26일의 판결은 임시조치 판결이었다.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잠정 조치를 명령한 것이다. 본안 판결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또한 국제형사재판소의 판결은 유엔 총회 결의안처럼 어떤 구속력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판결이 갖는 파장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판결이 나오자, 알제리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국제형사재판소의 명령을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유엔 안보리가 이 문제를 논의하더라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대량 학살로 규정한 범죄를 두둔하는 미국의 모습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판하는 국제적 여론은 갈수록 비등해질 것이다.

가자지구의 유엔 구호 활동 예산을 삭감하는 서방의 민낯

국제형사재판소의 잠정 조치 판결 직후인 1월 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한 유엔구호사업국((UNRWA)에 대한 자금을 삭감할 계획을 발표했다. 자금 지원을 중단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핀란드, 호주 9개국이다.

UNRWA 대변인에 따르면 2월이 지나면 기구의 자금이 고갈된다. 가자지구의 20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이들의 활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 유엔구호사업국(UNRWA) 직원들이 2023년 10월 25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팔레스타인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 유엔구호사업국(UNRWA) 직원들이 2023년 10월 25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팔레스타인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예산 삭감 이유는 유엔구호사업국의 일부 직원이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혹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단죄하는 재판을 시작하자 이스라엘이 근거 없이 내세운 주장일 뿐이었다. 서방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이스라엘의 근거 없는 주장을 비판 없이 수용한 것이다. 자유와 인권을 부르짖던 서방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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