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결 앞둔 국민의힘, 정파 벗어나야
"언제까지 규탄만 할 거냐" 야권 연대 강조

1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연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에 동참하며 본청 앞 계단을 가득 메웠다. ⓒ 김준 기자
1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연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에 동참하며 본청 앞 계단을 가득 메웠다. ⓒ 김준 기자

 “인간적 고통 앞에 정치적 중립은 없다.”

10년 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달았다. 이에 누군가 “정치적 중립을 위해 노란 리본을 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자 교황이 거부하며 답했다. “인간적 고통 앞에 정치적 중립은 없다”고.

30일, 대통령은 끝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외면했다. 이태원 참사를 정쟁으로 몰아넣은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여당과 최대한 합의를 끌어내 대통령의 거부권 가능성을 낮추려 했던 야당과 국회의장, 유가족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자식을 잃고 삼보일배, 삭발, 전국 순회로 보낸 450여 일이었다. 그 필사적인 노력이 무너지는 순간, 유가족들은 국무회의가 진행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울분을 터트리며 참담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이 의결되자 슬퍼하고 있다. 뉴시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이 의결되자 슬퍼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야당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서울시청 앞 분향소로 향했다. 여권 인사는 오지 않았다.

거부권 직후 YTN 라디오에 출연한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단 10분이라도 특별법 필요성을 설명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제 남은 건 국회에서의 재의결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2월 국회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재의에 붙여지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있어야 특별법이 통과된다. 특별법 통과를 위해서는 여당의 이탈표가 필요한 상황, 재의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입구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보라색 꽃다발을 나눠주는 이태원참사 유가족을 지나쳐가고 있다. ⓒ 뉴시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입구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보라색 꽃다발을 나눠주는 이태원참사 유가족을 지나쳐가고 있다. ⓒ 뉴시스

지난해 12월 본회의를 앞두고 유가족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영원한 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리시안서스 꽃을 전달했다. 특별법을 반대하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몇몇 의원들은 어색하게 꽃을 받아들거나, 못 본 체하며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날도 특별법은 통과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유가족이 먼저 내민 손에 화답해야 한다. ‘인간적 고통 앞에 정치적 중립이 없다’는 교황의 말처럼 정파를 벗어나 가족을 잃고 좌절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인간적 고통을 더 정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당대표를 내리꽂으며 대놓고 당 활동에 개입하는 대통령과 선 그을 마지막 기회다.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써 자존심을 세울 마지막 기회다.

“언제까지 규탄만 하고 있을 거냐”

1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연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에 동참하며 본청 앞 계단을 가득 메웠다.

1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연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에 동참하며 본청 앞 계단을 가득 메웠다.  ⓒ 뉴시스
1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연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에 동참하며 본청 앞 계단을 가득 메웠다.  ⓒ 뉴시스

이주영 님의 아버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된 이정민 씨는 여당을 향해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대통령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한심한 작태”라고 꾸짖었다. 이어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도 야당 편이라고 폄훼하고 무시하는 이해할 수 없는 집권 여당”이라며 “소통하지 않는 집권 여당이 무슨 염치로 ‘합의’를 말할 수 있냐”고 일갈했다.

연대 발언으로 나선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야권 연대를 강조했다.

강 의원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조법, 방송법, 특검법에 이어 이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법안인 이태원 특별법마저 거부하고 말았다”며 “대통령에게 한마디 건의도 못하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을 한없이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언제까지 규탄만 하고 있을 것이냐” 따져 물으며 “4월 10일 야권이 총단결해서 국민의힘을 심판하고 거부권을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김준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김준 기자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