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65% 상반기 조기 집행
총선용 선심성 세금 감면
조삼모사 예산집행, 국민이 속을까

1.

정부가 재정 65%에 달하는 350.4조 원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다. ‘서민 체감경기 개선’을 명분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신속집행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지난해는 62.5%로 281.5조 원에 그쳤다. 이로써 노인·저소득층·소상공인 등 약자 복지와 일자리, 도로·철도·항만·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상반기 총선 전으로 몰리게 된다.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2.

한편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내리기로 결정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적용되는 비과세 한도도 대폭 올린다. 또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상속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시사했다. 특히 최근 들어 세금과 전기요금, 은행 이자 등을 깎아주는 대책들을 수시로 발표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대책을 쏟아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3.

문제는 하반기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할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2024년 한국경제는 IMF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무역적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재정적자까지 겹쳤다. 가계부채는 GDP(국내총생산)를 훌쩍 넘겨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고, 공공요금을 비롯해 하반기 소비자 물가는 극한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상반기 이렇게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세수를 줄이면 하반기 불어닥칠 민생위기에 대처할 국가 예산이 바닥난다. 더구나 지난해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무려 117조 원을 빌렸고, 아직 4조 원을 갚지 못한 상태다.

4.

송나라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길렀다. 그런데 원숭이를 너무 많이 기르는 통에 먹이가 부족해졌다. 저공은 고민 끝에 원숭이들에게 줄 먹이(도토리)를 줄여 아침엔 3개, 저녁에 4개 준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마구 반발하며 화를 내자, 저공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었더니 원숭이들이 흡족해하더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것이 바로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유래다.

5.

영화 ‘내부자들’에서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뭐 하러 개돼지한테 신경을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국민은 개돼지도 아니고, 원숭이도 아니다. ‘조삼모사’식 예산집행에 흡족해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오는 4.10총선에서 이 사실을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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