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총선 승리 후 의원 50명 감축"
시민단체 "총선 앞둔 포퓰리즘 구호"
OECD 평균 8만, 우리나라 17만 명 대변
"국회의원 늘려야" 학계의 주된 주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승리 후 국회의원 250명으로 줄이겠다”는 정치개혁안을 1호로 내놨다. '학계의 상식을 뒤엎는 퇴행'이라는 지적과 또다시 '정치혐오에 기댄 포퓰리즘 정치'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한 위원장은 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250명으로, 50명 감축하는 개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은 꾸준히 존재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의원이 적을수록 자신의 권력은 강해지고 견제는 적어진다. 이에 선거철만 되면 이런 여론에 편승해 ‘제 살 깎는 척’ 생색내며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겠다는 공약하는 인물이 등장했다.

정치혐오로 인한 의원 수 감축 여론은 민생보다 기득권 싸움에 빠진 양당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거대 양당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쟁투를 벌인다. 이 상황은 언론을 통해 더 강조되고, 민생은 뒷전이 돼 국민은 삶이 나아지는 걸 체감하지 못한다. 그 결과 ‘국회의원은 일 안 하고 쌈박질만 한다’는 목소리가 모이고 ‘그럴 바엔 줄이는 게 낫다’는 결론으로 수렴한다.

"국회의원 늘려야" 학계의 주된 주장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인구는 1천만 명이 늘었다. 그러나 동기간 국회의원 수는 1명이 늘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300명, 대한민국 인구는 2024년 기준 5,175만 1,065명이다. 국회의원 1명 당 17만 명을 대변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OECD 국가와 비교해봐도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이 OECD 국가별 국회의원 1인당 대변하는 인구수를 조사했다. 

OECD 평균 국회의원 1인당 대변하는 국민 수는 약 8만2천 명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규모는 9위인데 반해, 의원 1명이 대변하는 인구는 17만 명으로 4번째로 많았다. 모범적인 의회로 평가받는 스웨덴의 경우 천만도 안 되는 인구에 349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의원 1명이 2만 8천여 명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많은 국가는 미국, 일본, 멕시코가 있다. 이에 대해서도 양원제와 연방제를 채택하는 국가와 우리나라는 단순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미국과 일본은 높은 수준의 지방자치를 이루고 있어 중앙의회의 일과 권력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는 정치혐오에 빠져, 국회의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회의원의 수를 줄일수록 국회의원의 권력을 강해진다. 견제와 보완을 위해서는 오히려 국회의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주된 평가다.

숙의 후 의원 늘려야 한다는 여론 높아져

지난해 4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5,000명의 국민을 상대로 국회의원 구성에 대한 1차 여론조사를 벌이고 그중 469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13일 동안 숙의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1차 조사에서 ‘국회의원이 줄어야 한다’는 답이 65%에 달했지만, 이후 숙의 조사 결과(2차)에서는 37%로 줄었다. 늘려야 한다는 답도 1차(13%)보다 2차(33%)에서 20% 더 높아졌다.

선거철만 되면 ‘제 살 깎는 척’ 생색내며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겠다는 주장은 여러 번 나왔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정치혐오에 기댄 포퓰리즘 정치라고 입을 모았다. 

▲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 결과 ⓒ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 결과 ⓒ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시민사회단체 "총선 앞둔 포퓰리즘 구호에 불과"

참여연대는 곧바로 논평을 통해, “행정부 장관에서 집권 여당의 당대표직에 준하는 자리로 직행한 한 위원장이 반(反)의회적 포퓰리즘 구호를 총선 전면에 내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당의 실질적 대표인 비대위원장이 국민들의 정치혐오 감정을 자극하여 국민들의 표를 얻어보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것으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며 “정치개혁의 진의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을 이용해 인기와 표를 얻겠다는 반정치 포퓰리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진보당과 기본소득당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손솔 진보당 대변인은 “정수가 줄면 특권의식은 그만큼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일 안 하는 국회를 질타하는 목소리에 교묘히 편승하여 특권이 더욱 강화된 국회를 꿈꾸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21대 총선은 실패한 정치실험”이라고 주장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지난 총선에 실패한 것은 국민의힘 뿐“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위성정당 만들기에 앞장서고도 국민께 외면받은 정당인 국민의힘이 반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정치개혁을 향한 숙의를 희화하시킨다”고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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