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1월 5일 오전까지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았다
북의 훈련 자체는 위협이 아니었다
우리 군의 대응 훈련이 긴장을 고조시킨다
김여정 담화가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 전에 한미 군사훈련이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에서 남북이 포사격 훈련을 실시하여 긴장이 고조되었다. 특히 1월 5일 연평도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발령되면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정황이 연출되었다.

 

▲ 우리 언론은 연평도 주민 대피 소식을 전하며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YTN 화면 캡쳐
▲ 우리 언론은 연평도 주민 대피 소식을 전하며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YTN 화면 캡쳐

또한 1월 7일 김여정 부부장이 ‘기만 작전’을 언급하고, 우리 군은 김여정 부부장 담화가 ‘기만’이라고 반박하는 등 진실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새해 벽두부터 전개된 서해 남북 포사격과 ‘기만 작전’ 관련한 공방의 진실을 파헤쳐본다.

우리 군은 1월 5일 오전까지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한 언론 보도는 1월 5일 12시 경부터 시작한다. 연평도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보도가 첫 출발이었다. 연평면사무소는 낮 12시 2분과 12시 30분 2차례에 걸쳐 연평도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방송을 한다. 보도에 따르면 연평면사무소 직원은 “북한 도발 관련 상황이 있어 연평도에서 해상 타격을 한다는 군부대 연락을 받고 대피 방송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1월 5일 오전 군부대가 연평면사무소에 군부대의 해상 타격 훈련 계획을 전한다. 그 시간이 오전 11시 18분이었다는 것은 나중에 확인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면사무소는 12시 2분에 첫 번째 방송을 했고, 아마도 못들은 주민들이 있을 것에 대비하여 12시 30분에 방송을 다시 한다. 그리고 이 방송 소식이 언론에 보도가 된 것이다.

그 후 언론에서는 3개의 속보를 전한다. 북 군대가 오전 9~11시 경에 백령도와 연평도 북방 일대에서 해안포 사격을 했다는 사실, 합참이 “국민과 군 피해가 없으며, 북한 도발에 상응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는 사실, 해병 연평부대가 서북도서에서 대응 사격훈련을 할 것이라는 사실이 차례로 속보 형태로 전해진다. 3개의 속보는 모두 군에서 언론에 통보한 것을 내보낸 것이다.

다시 상황을 정리해보자. 북이 1월 5일 오전에 연평도 일대에서 해안포 사격을 가했고, 그것은 11시에 종료되었다. 그러자 우리 군이 대응 사격훈련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연평면사무소에 전달하고, 연평면사무소는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방송을 했다. 이 때까지 우리 군은 어떤 사실도 공개하지 않았다. 연평면사무소에 훈련 계획을 고지했을 뿐이다.

북의 훈련 자체는 위협이 아니었다

연평도에 주민대피 방송이 나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제서야 군은 관련 사실을 언론에 알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발견된다. 군이 해당 사실을 알린 것은 오후 1시 이후이다. 왜 군은 북이 해안포 사격 훈련을 하던 1월 5일 오전 9~11시 사이에는 아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을까? 이 의문은 우리 군의 설명으로 간단히 풀렸다. 군의 설명에 따르면, 오전에 했던 북의 훈련은 연평도 주민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오전에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 우리 군이 훈련을 하고, 여기에 북이 추가적인 대응 훈련을 할 경우, 연평도 주민의 안전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여기서 대단히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월 5일 오전 북의 훈련이 우리 국민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 군이 인정한 것이다. 이는 북의 보도와도 일치한다. 1월 5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보도 자료를 내고 1월 5일 오전 9시~11시까지 해상실탄사격훈련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 보도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해상실탄사격 방향은 백령도와 연평도에 간접적인 영향도 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 언론은 마치 북의 군사훈련 때문에 연평도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우리 군도 인정했듯이 북의 훈련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았다.

5일 우리 군의 포사격 훈련이 종료됨과 동시에 대피령이 해제되었다. 그리고 북이 6일과 7일에도 포사격을 했다고 우리 군이 발표했지만(북은 6일은 포사격을 하지 않고 폭약을 터트렸고, 7일엔 포사격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대피령이 다시 내려지지 않았다. 이런 정황도 북의 훈련 자체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우리 군의 대응 훈련이 긴장을 고조시킨다

다시 한번 연평면사무소 직원의 발언을 복기해 보자. 그 직원은 “북한 도발 관련 상황이 있어 연평도에서 해상 타격을 한다는 군부대 연락을 받고 대피 방송을 했다”라고 말했다.

군부대가 연평면사무소에 연락한 이유는 5일 오전 북의 훈련 때문이 아니라 그날 오후에 계획된 우리 군의 해상 타격 훈련 때문이다. 즉 우리 군의 해상 타격 훈련이 남북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군이 인지하고 있었다.

이 훈련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 5일 오전 북의 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급히 조직한 것이다. 우리 군은 자신들이 진행하는 대응 훈련이 북의 추가적인 대응을 불러올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연평도 주민들의 안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11시 18분 연평면사무소에 연락을 취해 대피 방송을 하게 한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발견된다. 연평도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우리 군의 대응 훈련이었다는 점이고, 우리 군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 훈련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북의 훈련에, 우리 국민들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대응 훈련을 ‘굳이’ 실시했다. 남북 군사적 긴장 고조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여정 담화가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군의 발표에 따르면 북은 6일에도 포사격 훈련을 했다. 이날 북은 60여발의 포탄을 날렸고, 그것이 북방한계선 북쪽에 떨어졌다. 그러나 1월 7일 김여정 부부장의 관련 담화가 나오면서, 진실 게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김여정 담화에 따르면, 북은 6일 포사격을 하지 않았고, 포사격처럼 들리게끔 폭약을 터트렸다. 이것을 포사격으로 알고 남측 군이 낙하지점까지 거짓으로 꾸며 발표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즉각 반박했다. 6일에도 북은 실제 포사격을 했고, 그 포들은 자신들이 발표한 탄착지역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진실 게임은 그 속성 상 진실은 사라지고 공방만 남는다. 따라서 누구의 말이 100% 정확한가 여부는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우리 군의 발표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 있다.

7일 우리 군의 반박에 따르면, 우리 군은 6일 북이 포사격을 한 전과 후에 10 차례의 폭약을 터트린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폭약 소리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 것이어서 당일 보도에서는 생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이해되지 않는다. 6일 우리 군이 북의 폭약 소리를 듣고, 그 폭약이 북의 ‘기만책’이라는 것을 파악했다면, 그것을 즉각 폭로하는 것이 상식이고, 심리전에도 부합한다. 이렇게 상대의 전술을 폭로해야 심리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북이 다시는 그런 ‘기만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단죄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북의 ‘야비한 기만전술’을 폭로, 단죄할 수 있는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그러나 6일 우리 군은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김여정 담화가 나온 다음에야 이미 알고 있었다는 해명을 했다.

따라서 6일 우리 군은 폭약 소리를 포탄 소리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5일 포사격 훈련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포사격 훈련이 실시되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탄착 지점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을 것이고, 예년의 상황을 참고하여 북방한계선 북쪽에 떨어졌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 담화에 따르면 북은 6일 60개의 폭약을 터트렸다. 우리 군의 6일 발표에 따르면 북은 60개의 포탄을 발사했다. 만약 우리 군의 발표대로 북이 포사격 전과 후에 10여 개의 폭약을 터트렸다면 우리 군은 북이 40개의 포탄을 발사했다고 발표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대목 역시 우리 군의 발표가 거짓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우리 군이 포착했다고 하는, 6일 발사된 북 포탄의 비행궤적만 공개하면 이런 공방은 사그러들 것이다.

그 전에 한미 군사훈련이 있었다

1월 5~7일 3일 동안 관련한 뉴스가 봇물 터지듯 했지만, 모든 보도는 5일 이후의 상황만을 다루었다. 그리고 모든 사태의 원인을 1월 5일 북의 해안포 사격훈련으로 돌렸다. 북의 훈련이 남북 긴장을 고조시켰고, 그 결과 연평도 주민들이 점심을 먹다가 ‘허겁지겁’ 대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새해 1월 4일까지 한미연합 사격훈련이 진행되었다. 이 훈련에는 한미연합사단과 미 2사단 예하 스트라이커여단이 참여했다. 이뿐 아니라 K1A2전차, K200장갑차, K600장애물개척전차, K30비호복합, AVLB(교량전차), KM9ACE(장갑전투도저) 등 사단 장비와 A-10 공격기,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 미군 장비 총 110여대가 투입돼 훈련의 실전성을 높였다고 육군은 밝혔다.

▲ 새해 첫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된 사실이 많은 언론에 보도되었다. ⓒSBS 뉴스 화면 캡쳐
▲ 새해 첫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된 사실이 많은 언론에 보도되었다. ⓒSBS 뉴스 화면 캡쳐

1월 3일 동·서·남해 전 해역에서는 우리 해군의 새해 첫 해상사격훈련이 실시되기도 했다. 특히 서해에서는 천안함과 을지문덕함 등 함정들이 해상사격훈련을 진행했고,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해상초계기에 탑승해 서해 상공을 비행하며 훈련을 지도했다. 지난해 말 작전배치된 천안함이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한다는 사실은 꽤 많은 언론에서 보도한 바 있다.

▲ 천안함(사진 맨 앞)과 을지문덕함(앞에서 두 번째) 등 함정들이 3일 서해상에서 새해 첫 해상사격훈련을 했다. ⓒ해군 제공
▲ 천안함(사진 맨 앞)과 을지문덕함(앞에서 두 번째) 등 함정들이 3일 서해상에서 새해 첫 해상사격훈련을 했다. ⓒ해군 제공

북이 최근 한미군사훈련에 맞대응하는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1월 5~7일 북의 해안포 사격훈련은 12월 29일부터 1월 4일까지 진행된 한미연합훈련과 우리 해군의 해상사격훈련에 대한 맞대응 훈련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우리 군과 언론은 북의 5일 해안포 사격 훈련만을 강조한다. 마치 그 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도 북이 ‘군사 도발’을 일삼는다는 판에 박힌 왜곡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올해 남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갈 것이다. 긴장 고조의 원인을 ‘북의 군사 도발’에 두려는 왜곡 보도 역시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런 왜곡 보도에 속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이다. 역사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한반도 긴장 고조, 전쟁위기의 원인은 한미 양국의 대북 군사적 적대정책과 한미(그리고 한미일) 군사훈련에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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