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권력 욕심이 낳은 비극
국회 재의결 기한 없어
총선 앞두고 재의결 변수

검찰의 수사권 남발이 또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제 막 할리우드에서 조명을 받기 시작한 배우, 두 아이의 아빠 고 이선균 씨. 그는 마약 정밀검사에서 두차례 음성판정을 받았다. 술집 사장과 진술이 엇갈리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했다. 정치인이나 선출직 인사같은 공적 인물이 아니니 포토라인 대신 비공개 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 권력 독점 욕심이 낳은 비극

검찰에게 마약 수사는 놓칠 수 없는 권력이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때 마약, 공직자, 방위사업, 대형참사가 검찰의 수사 범위에서 빠졌고, 부패·경제 범죄에 관해서만 한정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시행령을 수정하며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를 경제범죄로 포함했다. 잃어버린 마약 수사 권한을 되찾으려는 시도다.

이때부터 ‘마약 수사는 역시 검찰’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듯 대대적인 마약 수사를 벌이기 시작한다. 이태원 참사 때는 검찰이 마약 수사를 위해 경찰 인력을 차출해 공백이 생겼었다. 이에 참사 책임에 대한 비판이 일자, 참사 희생자의 마약 투약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가족에게 부검을 권했다. 

검찰의 칼날은 연예계로도 번졌다. 배우 유아인이 소환조사를 받아 공판이 진행 중이고 남태현, 이선균, 지드래곤도 연이어 수사대상에 올랐다. 유아인을 포함해 올해에만 17,000여 명 이상이 마약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여론은 검찰 수사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배우 이선균 씨가 정밀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고, 지드래곤은 18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이선균 씨는 촬영이 예정된 영화에서 하차했고, 광고회사는 그의 광고를 중단해 강압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 씨는 속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고,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이 씨는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 나의 아저씨 포스터
ⓒ 나의 아저씨 포스터

강자에게는 무딘 칼

‘사법 살인’ 검찰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 재판도 받지 않은 한 배우를 마녀사냥 하듯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반면 그 권력을 가진 이들의 측근에게는 칼도 들지 않았다. 이정섭 검사의 처남과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그의 아내다. 

지난 25일 대통령실은 성탄절 비공개 고위당정협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 불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본회의에서도 여당은 “검찰이 2년 넘게 수사했지만 김 여사에 대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며 거부권 건의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2년의 수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검찰의 칼날은 권력에 닿지도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김건희 여사는 2009년부터 약 3년간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2021년 12월 검찰은 김 여사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했다. 김 여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서면 조사만 이뤄졌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일당 15명을 법정에 세웠다. 김 여사의 계좌가 48번 쓰인 것으로도 판단했다. 또 당시 검찰 수사기록에는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거래를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지만, 김 여사는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이후로도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이어지지 않았다.

같은 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50억 클럽 특검도 마찬가지다. 50억 클럽은 화천대유 자산관리가 성남시 대장동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법조계 고위 인사들에게 50억 원씩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애초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를 겨냥한 수사였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공개한 신학림·김만배 녹취에서 윤석열 당시 검사가 대장동 관련 봐주기 수사를 한 의혹이 드러나 역풍이 불었다. 이후로도 이재명 대표는 400건이 넘는 압수수색이 이뤄졌지만, 전직 검찰총장,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28일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강성희 의원 ⓒ 진보당
28일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강성희 의원 ⓒ 진보당

"윤석열·김건희·한동훈 셋만 평등", 총선 앞두고 재의결 주목

본회의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지금 법 앞에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 셋만 평등하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강약약강 수사는 늘 그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도 검찰의 부실수사로 11년간 감춰진 진실이 특검으로 밝혀졌다. 현재 이정섭 차장검사의 처남 마약 의혹은 아직도 수사되지 않았다. “지금껏 수사가 진행돼왔다”라는 정부, 여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제 공은 정부에게 넘어갔다. 정부는 거부권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에서 재의결을 치른다 하더라도 그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아, 이 또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배제된 여당 의원이 변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비대위원장 임명으로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총선판이 됐다. 공천 방향에 따라 특검의 운명도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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