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일합의, 뭐가 문제였나
졸속 2015 한일합의 계승한 윤석열의 제3자 변제
재원 부족에 적법성 논란...3자 변제안 전망 어두워

28일 오전, ‘2015 한일합의’ 8년째를 맞아 시민사회단체가 일본 대사관을 항의방문했다.

정의기억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일본이 과거 한국에서 행한 성노예라는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 배상할 것을 요구하며 입장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결국 우편 발송하기로 했다.

기자회견 후 항의서한 전달은 으레 이뤄지는 일이지만, 이번에 직접 서한을 전달할 수 없었던 것은 일본 대사관이 위안부에 관한 어떤 입장문도 받지 않겠다고 경찰에 사전 통보한 탓이다. 이에 시민사회의 분노도 한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오전 11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15 한일합의' 8년 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및 전달"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 오전 11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15 한일합의' 8년 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및 전달"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2015 한일합의, 뭐가 문제였나

‘위안부 합의’로 알려진 ‘2015 한일합의’는 박근혜 정부가 밀실에서 처리해 발표한 것으로, 법적 배상금이 아니라 위로금을 출연하는 조건으로 국제사회에서의 비판 자제와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을 약속했기에 국민 대다수의 비난을 받았다.

그간 피해자들이 원했던 것은 가해 사실에 대한 공식 인정과 사죄에 따라 지급되는 법적 차원의 ‘배상금’이었지, 두루뭉술한 인도적 차원의 ‘위로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5 한일합의 목적은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미일한 삼각공조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과거사를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심지어 당시 박근혜 정부는 비공개로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과 제3국에 설치된 위안부 기림비 철거, 공식석상에서 ‘성노예’ 용어 사용 자제 등을 일본에 약속하는 등 이면 합의까지 진행했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들은 1년 뒤 2016년 12월 28일 일본을 상대로 한 소를 직접 제기했고, 지난달 23일 재판부는 일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정부에 소송을 각하해달라며 ‘주권 국가인 외국 정부에 대해서는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 법리를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엔 협약과 외국 사례 등을 근거로 들며 “재판이 열리는 나라의 영토 내 그 국민에 대해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선 그 행위가 (외국의) 주권적 행위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제 관습법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달리 말해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발생한 타국의 불법행위에는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며, ‘국가면제’ 역시 개인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졸속 2015 한일합의 계승한 윤석열의 제3자 변제

앞선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은 일제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 책임을 적시한 판결과 마찬가지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강제노역을 시켰던 일본제철 주식회사와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 기업은 피해자들에게 1억원 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일본제철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지난 21일,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1965년 박정희 정부가 경제원조를 대가로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며 졸속 처리된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의 내용과 별개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 및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청구권’으로서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법원이 명백히 피해자들의 편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의 배상책임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하여 한국 기업에서 출연한 돈으로 배상금을 대납하며 ‘자해 외교’를 펼친 바 있다.

이 역시 미국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 직후 바이든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정치적 용기와 일본과의 외교에 대한 개인적인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쾌재를 불렀던 일은 이러한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고, 피해자들의 의견을 제물 삼아 치러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원 부족에 적법성 논란...3자 변제안 전망 어두워

그러나 제3자 변제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해당 재원은 과거 한일청구권협정 자금을 받은 국내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조성하기로 했지만, 적용대상이 늘어나며 재원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이에 더해 적지 않은 피해자·유족들이 3자 변제안을 거부하며 불거진 적법성 논란도 이어지는 중이다.

무엇보다 국민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제3자 변제를 통한 강제징용 대리 배상에 반대하는 국민이 60%로, 30%에 불과한 찬성 여론의 두 배다.

양국 합의도 없이 치러진 ‘셀프 과거사 청산’이라는 점에서 윤 정부의 대리 배상안은 박근혜 정부의 한일합의 보다 더 형편없는 성과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제하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들이 연이어 승소 판결을 받는 가운데, 윤 정부만이 시대 정의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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