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실체
법원 판결도 무시? 2인 체제로 의결 가능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대통령이 ‘존경하는 선배’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대한 자격 논란이 계속된다. 김 후보의 청문회에서는 그의 방송 관련 경력이 단 한 줄도 보이지 않았고, 검찰 출신다운 준법의지조차 검증되지 않았다. 사실상 김 후보가 내정된 이유는 ‘존경하는 선배’라는 게 전부라는 비판이 따른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가족과 전 직장 직원들이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넣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직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더해, 방송 정책과 사업에 막대한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장 후보를 두고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홍일 후보는 이동관 전 위원장이 탄핵을 앞두고 도망치듯 사퇴한 이후 지명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 시절 각별한 선후배 관계로 알려졌다. 문제는 김 후보가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유가 이게 전부라는 거다.

윤 대통령은 “부모님을 일찍 여읜 김 선배가 세 동생을 직접키웠다”며 “뒤늦게 대학 진학 후 법조인이 된 입지적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를 두고 언론노조는 “소년가장이었다는 점이 도대체 방통위가 요구하는 정치적 독립성, 투명성, 중립성, 공정성, 전문성 이런 가치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지적했다.

검찰 안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후보는 검사 시절, 중수부와 강력부에서 강력범죄를 맡았다. 굵직한 사건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이 있으며 모두 방송·통신과 연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금융사건 수사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이복현 부장검사를 금융감독원장으로 앉혔던 그 작은 명분조차 없는 셈이다.

"전문성도, 유능함도 없어"

27일 진행된 김 후보의 인사청문회는 그의 방송 전문성을 물론, 유능한 검사였는지조차 의구심을 갖게 했다.

1990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했던 김 후보자가 강압 수사를 묵인했단 사실이 드러났다.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등 피해자 인권침해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 윤 씨는 김 후보자가 지휘하던 경찰에게 잠 안 재우기, 구타, 전기고문 위협 등 각종 가혹 행위를 당했다.

당시 윤 씨는 9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성폭행 사건의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 나흘간 구금된 상태로 잠을 자지 못하고 구타와 전기고문 등 가혹 행위에 시달린 윤 씨는 결국 거짓 자백을 했고, 이후 DNA 불일치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윤 씨는 석방된 뒤 암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진실화해위 보고서는 당시 윤 씨를 직접 조사했던 김 후보가 불법 구금과 별건 구속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실수였던 것이냐, 무능했던 것이냐” 물었다. 김 후보는 “적법한 수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도 지적됐다. 김 후보는 BBK 주가조작 사건에 불기소 처분을 내려 11년 동안 진실을 가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법과 원칙대로 공정하게 했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법원 판결도 무시? 2인 체제로 의결 가능

고등법원은 ‘대통령과 여야 추천위원 5명으로 운영되는 방통위가 이동관 위원장 시절 여권 추천 2인만으로 정책이 의결되는 것은 법의 취지를 저해할 수 있다’며 2인 체제에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대신 새로운 위원을 임명한 처분을 정지했다.

정 의원은 “2017년에도 2인 체제에서 아무것도 의결하지 않았다”며 2인만으로 합의제 정신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2인 체제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다.

김 후보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2인 체제도 심의와 의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원의 판정을 부정하는 의견을 내비쳤다. 허숙정 의원이 재차 “2인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냐” 묻자, “5인 체제를 만들어달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사실상 2인 체제에서도 의결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27일 국회 앞에서 열린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7일 국회 앞에서 열린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같은 날 언론노조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방송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규제 및 정책 기구인 방통위의 수장이 될 자가 방송통신에 단 한 줄의 경력도 없다는 점 ▲이동관이라는 희대의 언론장악 기술자를 몰아낸 직후에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 이동관의 행동대장 노릇을 했던 자가 다시 이동관의 후임으로 등장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이 언론장악과 독재 통치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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