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사설]주미 필리핀 대사의 말이 오히려 미국 관리의 말처럼 들린다(2023.12.15)

중국은 환구시보를 통해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주권 수호 의지를 피력했다. 아무리 외부 세력이 도발하고 위협한들 우리 영토에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남중국해에서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누군가 얼굴에 코를 대고 자꾸 킁킁거린다면 중국도 함부로 굴도록 계속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피력했다.<편집자주>

▲ 남중국해를 두고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영유권 분쟁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으며, 미국은 필리핀을 앞세워 남중국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 남중국해를 두고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영유권 분쟁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으며, 미국은 필리핀을 앞세워 남중국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로무알데즈 주미 필리핀 대사가 최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절묘한 문구가 떠오를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语不惊人死不休)는 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필리핀과 중국 선박의 남중국해 소규모 충돌이 ‘언제든’ 중대한 충돌을 일으킬 수 있고, 남중국해야말로 "위기가 곧 닥칠 지점"이며 "또 다른 전쟁, 심지어는 세계대전의 시작일 수 있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전력을 다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자신에게도 불을 당길 뿐만 아니라, "(중국의 협박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자간 국가들이 무력을 과시하는 것"이라면서 이 필리핀 대사는 더욱 기름을 끼얹는다. 필리핀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사가 아닌 마치 워싱턴 관리의 말처럼 들려 의아스럽다.

로무알데즈의 이 발언은 최근 며칠 미국 측의 다양한 표현이나 몸짓과도 '엄밀하게 일치'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12월 10일 "우리는 동맹국인 필리핀과 함께 하고 있다"라는 가식적 성명을 내고 <미국-필리핀 공동방위조약>을 들고나와 중국을 위협했다. 다른 한편 미군은 필리핀과의 이례적인 연합 순항을 조직한 이후, 마닐라 측에 "좀 더 용감해지라"라고 종용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일본·호주 등 아우들을 끌고 나와 응원하면서 필리핀을 불에 올려 놓고 달구고 있다.

필리핀의 대표적 친미파 중 한 사람인 로무알데즈는 미국에 과도한 친밀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중국에 대해선 자주 적개심을 보여왔다. 필리핀에서 친미파와 반중파(적어도 대중국 강경파)가 기본적으로 이처럼 일치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등호가 언제 생겨났는지, 어떻게 그려졌는지에 대해 필리핀 사람들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남중국해 물을 흐리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났는데, 필리핀은 바로 이런 미국의 물을 흐리는 막대기로 사용되는 것이다.

인애초(仁爱礁, 난사군도의 일부) 문제는 미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필리핀이 인애초 부근 해상에서 몇 차례 문제를 일으켰을 때, 미국 군함과 비행기는 바로 옆에 있었고 정찰기로 필리핀 측에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이는 마치 다른 사람에게 범죄를 교사하는 것과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부추기고, 범행 도구를 그의 손에 건네준다. 미국은 중국군과 바다에서 직접 마주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제 필리핀이 앞장서겠다고 하니, 당연히 그를 앞세워 '길'을 열게 하고 자신은 뒤에서 어부지리를 챙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로운 사업일 것이다. 이 때문에 워싱턴은 동맹국을 끊임없이 부추겨서 필리핀에 힘을 실어주고 마닐라를 정신없게 한다. < 미국-필리핀 공동방위조약>을 미끼로 삼지만, 실제로 이 조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될지 줄곧 언급을 회피해 왔다.

예컨대 중국의 어떤 행동이 <미국-필리핀 공동방위조약>을 촉발하는 '무장 공격'이 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행동과 의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필리핀에 대해서 어떠한 '확고한' 약속을 할 뒷 힘이 없는 것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겉으로는 콧구멍으로 숨을 내쉬는 듯한 관계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필리핀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필리핀 내에서도 마닐라 정부의 남중국해 정책에 대한 경계심과 반발이 만만치 않다. <마닐라타임스> 12월 13일 자 칼럼 제목은 "군과 해안경비대가 필리핀을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였다. 이 기사는 지금 필리핀의 '광기'는 "미국이 중국을 악마화하고 탈동조화해야 할 필요성으로부터 촉발된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영토라고 생각하는 것을 방어하고 ‘고압 물총’으로 모욕적으로 우리 배를 몰아냈을 뿐인데, 우리 군은 이 부끄러운 사건을 언론에 가장 상세하게 녹화하도록 주선했다", "미국인들은 은밀히 우리를 비웃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필리핀 각계각층에서 비슷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점에 대해서 마닐라 측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하다.

중국은 영토주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석같이 강하다. 아무리 외부 세력이 도발하고 위협한들 우리 영토에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터이다. 그런데도 한 마디 구체적 언급도 못 하는 <미국-필리핀 공동방위조약>이 어떻게 중국을 겁줄 수 있단 말인가? 중국은 지금 남중국해에서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누군가 얼굴에 코를 대고 자꾸 킁킁거린다면 중국도 함부로 굴도록 계속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 점에 대해 진지하게 경중을 헤아려야 하며, 불장난하다가 스스로를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필리핀 또한 어떠한 요행심도 갖지 말고 남에게 이용당하는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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