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토크콘서트 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토크콘서트 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를 향한 보수언론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30일 조선일보는 “이준석을 집단 린치로 내모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의힘은 청년을, 개혁세력을, 소수자를 저런 식으로 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각인됐다”며 이 전 대표를 품지 못한 국민의힘 기득권 세력을 비판했다.

4일, 월간조선 편집장을 역임한 바 있는 조갑제 역시 이 전 대표를 두고 “반공 보수가 수명이 거의 다한 상황에서 보수의 새로운 미래상을 이야기한다”며 지지입장을 밝히는 칼럼을 냈다.

이는 지난 21일 조선일보 주필 김대중의 칼럼과 겹치면 더욱 의미심장하다. 당시 김대중은 내년 총선에 우려를 나타내며 “국힘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임기와 상관없이 물러나는 것만이 참담함을 면하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당에서 “내부총질이나 한다”며 비난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이 같은 보수언론의 태세전환에는 30퍼센트 초반을 오가는 윤 대통령의 처참한 국정운영 평가에 이어,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패배가 크게 작용했다.

달리 말해, 보수세력은 이준석을 리스크로 보던 데서 벗어나 보수확장의 기회로 간주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만으로는 총선에서 과반을 얻어낼 수 없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10명 중 2명이 이준석 신당을 지지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이어, 정권 심판론으로 기우는 총선 지형도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여야 초접전 지역에서 이준석 신당이 야권 표를 더 많이 가져 간다는 조사결과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신당은 ‘제3지대’로서 거대 양당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을 끌어모으게 되고, 그 결과 상당한 중도층이 보수 정당에서 이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이 이준석 신당을 띄우는 것은 신당을 통해 범여권 벨트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신당 창당 시 지지 응답이 민주당 32%, 국민의힘 31%, 신당 16%로 계측된 것을 보면, 이준석 신당은 결과적으로 정권 심판론을 희미하게 하여 국민의힘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이에 조갑제는 “국민의힘 의석과 이준석 신당 의석을 합쳐 과반이 된다면 그것도 침몰하는 보수의 구명정 역할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노골적으로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나 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침몰하는 배의 구명정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배다.

이준석 신당이 무늬만 다른 ‘국민의힘 2.0’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선 ‘제3지대’로서 갖춰야 할 지향 자체가 불분명하다.

당초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나선 명분은 ‘반윤’이었음에도 불구, 정작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윤석열 연대’를 제안하자 지난 3일 “반윤연대는 안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는 언제든 국민의힘 당권파와 협력·연대·통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 전 대표는 한국 수구 보수세력의 핵심 가치인 반공주의, 엘리트주의, 능력주의, 반 페미니즘 등에서 국민의힘 수구보수 세력과 완전히 결을 같이한다. 당장 이 전 대표 본인이 당대표시절 킹메이커로서 윤 대통령을 세우고 윤핵관의 당내 집권을 도왔다.

이는 이준석 신당이 수구 보수세력 내 권력 투쟁에서 밀려났다는 것 외에 어떤 구별되는 가치 지향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 신당은 양당제에 대한 환멸로 착시를 일으켜 보수의 파이를 키우는 교란 요인일 뿐이다. 그러니 현명한 시민들은 국민의힘 아류 정당에 현혹되기보다는 진정한 제3지대를 찾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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