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임시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자마자 신속히 재가한 것이다.

이로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4월 양곡관리법과 5월 간호법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이에 정부의 독단과 오만이 하늘을 찌르다 못해 민생을 망치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권의 무능과 독주를 감추기 위해서 국회가 의결한 방송3법과 노조법을 이렇게 함부로 내팽개쳐서야 되겠느냐"며 "'국민은 늘 옳다'던 대통령은 대체 어디에 계시냐"고 꼬집었고, 진보당은 “입법부를 무력화하는 행정독재”라 규탄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즉각 반발하며 “사법부와 입법부의 판단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사용자단체만의 입장을 조건 없이 수용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혹자는 거부권을 두고 대통령이 의회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며, 여소야대일 경우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라 말한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만 해도 거부권을 6회 행사했다.

그러나 거부권의 내용은 상이하다. 노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안은 ‘대북 송금 특검법’ ‘노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 등 대개 법안 자체가 여당에 대한 부당한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헌법학자들이 지적하듯 법률 자체가 위헌적이거나 정부에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경우로서, 거부권 행사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

그러나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민생법안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노사 관계상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여 하청·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교섭 의무를 적시하고,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그동안 원청은 실질적으로 하청·특수고용노동자들을 통제했음에도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침해해왔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국민 10명 중 7명이 지지하는 법안이다.

여기에는 어떤 위헌성과 부당한 정치적 압력도 없다. 방송 3법도 마찬가지다.

그간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은 정부의 내시처럼 권력의 입맛대로 휘둘려왔다. 이는 공영방송 3사의 이사진이 정부와 국회가 임명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세워진 데서 오는 폐단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장악 작업을 완수했던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폐습을 근절하고자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한을 시민사회로 확대하고 사장까지도 시민 주도로 추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결국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과 마찬가지로 어떤 명분도 없는 셈. 유일한 명분은 기득권의 이익 보호다.

대통령의 무분별한 거부권 행사를 저지할 힘은 결국 국회에 있다.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률로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가 이 같은 특별의결정족수를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전국민적 분노가 높아가는 가운데, 이로써 총선서 200석 이상 확보를 위한 야권의 흐름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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