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분석과 전망

지난 11월 13일 제5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한미 SCM은 한미 동맹의 상설 논의 기구로서, 1968년에 시작하여 매년 한미 양국의 국방부 장관이 서울과 워싱턴을 번갈아 가면서 회의를 개최하여 한미 동맹의 현안 및 방향을 논의한다. 올해 동맹 70년을 맞이하는 관계로, 양국 국방부 장관은 이 회의에 예년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해 왔다.

이번 회의에서 한미 양국은 국방 비전을 발표했다. “동맹 100주년을 준비하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즉 앞으로 30년 동안 한미동맹을 더욱 발전시켜 지역과 세계의 안보에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태세를 갖춘다는 것이다.

국방 비전에서는 향후 30년간 동맹 협력의 3가지 핵심축을 제시하며, 이를 전략적 우선순위라고 표현했다. 그 세 가지는 ▶ 북한에 대응한 확장억제 노력의 향상 ▶ 동맹 능력의 현대화 ▶ 유사 입장국과의 연대 및 지역 안보협력 강화이다.

그러나 최근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미동맹이 30년을 더 지속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생각이다. 게다가 30년 동안 강화하겠다는 3가지 핵심축은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뜨리는 위험한 접근이다.

10년 만에 개정된 “맞춤형 억제전략”, 미국의 핵 작전을 위한 군사전략

언론에서 많이 보도되었듯이, 이번 SCM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10년 만에 개정했다는 점이다. 이 개정에 대해 많은 언론은 북의 한국에 대한 핵 공격에 대비한 억제전략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틀렸다.

올해 2월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최초의 한미군사 연습이 개최된 바 있다. 지난해 북이 핵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한 것에 따른 대응인 셈이다. 그 군사 연습이 한국을 방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한국에서 열려야 한다. 그러나 그 연습은 워싱턴에서 열렸다. 한국 방어가 아닌 미국 방어를 위한 연습이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정된 “맞춤형 억제전략”은 한국 방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본토 방어도 포함된 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공동성명에 명시된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라는 문구 역시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게다가, 후술하겠지만 최근 북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 이후 ‘한국 방어’를 위한 전략은 사라지고, 미본토 방어를 위한 전략만 남을 것이다.

북·중·러 3국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핵 작전에 한국군 동원

이번에 채택한 국방 비전에 “북한을 포함한 역내 적대적 행위자들의 전략적 공격과 침략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맞춤형 억제전략”의 대상은 북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선언도, 프놈펜에서 캠프 데이비드까지 이어졌던 한미일 정상회담도 북·중·러 3국의 위협을 명시했다. 따라서 “맞춤형 억제전략”은 단지 북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북·중·러 3국에 대한 억제전략으로 봐야 한다.

이번 SCM 공동성명에 “유사시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측의 재래식 지원”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한국의 재래식 병력은 미국의 핵 작전을 지원한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핵 작전은 북·중·러 3국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이 표현은 북·중·러 3국에 대한 미국의 핵 작전에 한국의 재래식 병력을 동원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재래식 병력은 미국 핵 작전의 도구가 된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 본격화

국방 비전에서 한미 양국은 “일본과의 3국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명시했고, “세 가지 전략적 우선순위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기존의 동맹협의체를 재편”하기로 했다. 또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 협력하는 것은 더 큰 복합적 효과를 발휘한다”라고 적었다.

이를 해석하면, 북·중·러 3국의 위협에 “맞춤형 억제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그 이상의 국가들로 구성된 복합적 안보협력체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겠다는 발상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오랫동안 미국이 공들여 왔던 사안이다. 미국은 그동안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안보 협력체)를 중심으로 하여 ‘아시아판 나토’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쿼드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인도가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놈펜에서 시작하여 올해 8월 캠프 데이비드까지 이어지는 연쇄적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한 것은 쿼드를 대신하여 한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이번 국방 비전은 바로 그 시도를 공식화한 것이다.

한편 이번 SCM 공동성명은 “한반도 안보에 대한 유엔사의 기여 확대”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대한민국과 유엔사 회원국들간 연합훈련 확대와 상호운용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54차 SCM 공동성명에 한 차례 등장했던 ‘유엔사’라는 단어는 이번 55차 SCM 공동보도문에는 11번 등장한다.

미국에 있어 유엔사는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는 데 가장 좋은 플랫폼이다. 유엔사는 이미 16개국의 회원국을 갖고 있다. 이들 유엔사 회원국들은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 걸쳐 존재한다. 유엔사를 플랫폼으로 하여 ‘아시아판 나토’가 구축된다면 유럽의 나토보다 더 크고 포괄적인 동맹체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100년 가는 동맹,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국방 비전에서 제시한 세 가지 핵심축은 결국 미국을 위한 것이다.

세 가지 핵심축의 첫 번째인 “북한에 대응한 확장억제 노력의 향상”은 “북·중·러 3국에 대응한 미국의 핵 작전 능력 향상”이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하지만 북·중·러 3국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또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세 가지 핵심축의 두 번째인 “동맹 능력의 현대화”는 미국의 핵 작전의 현대화이고, 미국에 동원되는 한국군의 현대화이다. 전자를 좀 더 풀이한다면, 북·중·러 3국에 대한 미국의 핵 작전과 이들로부터 미본토를 방어하는 능력의 현대화이다. 미국의 핵 작전에 동원되는 한국군의 현대화는 결국 한미일 MD 체계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세 가지 핵심축의 세 번째인 “유사 입장국과의 연대 및 지역안보 협력 강화”는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유엔사에 편입시키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결국 이번 국방 비전에서 명시된 100년 가는 동맹은 미국의 군사 작전에 한국군을 완벽하게 편입시키는 동맹을 의미한다.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동맹 비전이다.

한국을 위한 동맹은 없다

한미 동맹은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한국의 안보를 위한 한미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SCM 합의와 국방 비전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제 한미동맹은 미국의 핵 작전을 위한 한국의 동원 체계로서 존재할 뿐이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고, 북의 ICBM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방어를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을 동원하는 의미로서 한미동맹을 활용할 뿐이다.

최근 발사된 북의 군사위성은 주한미군, 주일미군은 말할 것도 없고 괌과 하와이, 미국의 군사기지를 하루에 여러 차례 촬영하여 송신하고 있다. 미 백악관까지 촬영하는 실정이다.

북은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북의 ICBM 보유가 미본토가 공격받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북의 군사위성 보유는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과 동시에 혹은 그보다 선제적으로 북의 군사력이 움직일 가능성을 의미한다. 즉 미국의 군사력은 그만큼 더 취약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오직 한국의 안보를 위해 자신의 군사력을 움직일 이유는 없다. 한국을 위해 미 본토가 공격받는 위험한 선택을 미국은 하지 않는다. 이제 미국은 오직 자신의 안보를 위한 군사정책을 추진할 뿐이다. “맞춤형 확장억제”에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한국 방어 내용은 신속하게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국방 비전에서 합의한, 미국을 위한 동맹으로의 재편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한국을 위한 미국의 동맹 정책은, 북의 군사정찰 위성 발사로,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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