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새벽 파리에서 열린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투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선정됐다. 국제박람회기구(BIE)에 가입한 182개 회원국 중 165개국이 투표해 리야드 119표, 부산 29표, 로마 17표를 차지했다.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2/3 득표를 견제해 결선투표에서 ‘대역전극’을 펼친다는 한국의 전략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정부 관계자는 부산 탈락에 대해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고, ▲부산이 2025년 개최지인 일본 오사카와 인접 국가이며,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치전 등을 패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결정적인 패착은 윤석열 정부가 변화된 국제질서의 현실을 무시하고 주관적인 의욕만 앞세운 탓으로 봐야 정확하다.

▲윤석열 대통령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엑스포, 올림픽 유치와 차원 달라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민관합동으로 엑스포 유치위원회를 꾸린 뒤 최종 투표까지 509일 동안 지구를 495바퀴 돌며 각국 정상을 포함해 3472명을 만났다고 유치 노력을 홍보했다.

특히 한덕수 총리와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삼성전자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LG 구광모 회장까지 총출동했다.

윤석열 정부가 유치위원회에 대기업 총수를 앞세운 이유는 88올림픽을 유치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과 달리 엑스포는 각국 정부 관계자가 직접 투표에 참여하기 때문에 기업인들의 영향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엑스포 유치전에서 바로 이점을 간과해 버렸다. 그러니 ‘목발 투혼’을 선보인 최태원 회장이나 지구 세 바퀴 돌았다는 이재용 회장의 노력은 단지 헛물켜기에 지나지 않았다.

국제질서 무지가 부른 참사

최만정 남북상생통일연대 대표는 부산 유치 실패는 예견된 결과라면서 부산과 로마에 투표한 46개국의 성향을 분석했다.

최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46개국은 미국이 정보를 공유하는 ‘5개의 눈’ 국가와 유럽, 일본, 한국 등이다. 반면 리야드에 투표한 쪽은 과거 저개발국으로 불린 남반구, 냉전에 참여하지 않는 비동맹국,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 등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로 불리던 나라들이다. 이들은 미국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한다. 굳이 반미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중국, 러시아와 우호적인 대략 120여 개 나라다.

최 대표는 한국이 이러한 흐름을 외면, 무시하면서 국제사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엑스포 개최지 투표결과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제박람회기구 본부를 둔 프랑스만 해도 일찌감치 사우디 손을 들어줬다. 또한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유럽 여러 나라도 안정적 유가 공급을 약속한 사우디를 지지했다. 특히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은 미국에 맹종하는 한국 대신 상대적 균형을 유지하는 사우디 쪽에 표가 몰렸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5,77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유치비용을 썼지만, 겨우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탈리아는 한국보다 2배 넘는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치비용만 따지면 사우디가 가장 적은 예산을 투입한 셈이다. 이는 유치비용이나 노력이 참패의 원인이 아니라는 뜻도 된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윤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태가 벌어졌을때 즉각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하마스를 비난함으로써 전세계 인구의 30%가 넘는 무슬림이 한국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종교를 기준으로 하면 이슬람국가의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을 것이다.

결국,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유치 전략과 변화된 국제질서에 대한 무지가 부른 참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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