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남북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9·19 남북군사합의 1조3항의 효력 정지를 선포했다.

한덕수 총리는 북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언급하며 “9·19 군사합의의 일부 효력정지를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활동을 즉각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9.19군사합의에 따르면 전투기와 정찰기는 동부지역 40km, 서부지역 20km가 비행금지구역이다. 헬기와 무인기는 10km, 기구는 25km까지 접근하지 못한다. 효력정지 처분에 따라 이제부터 군사분계선 상공에 이들 비행체를 띄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미 군사훈련 과정에 전투기와 정찰기는 이미 여러 차례 비행금지구역을 넘나들었다. 주한미군이 9.19군사합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미 공군 전투기에 은근슬쩍 끼어들어 한미 공중훈련을 전개해 왔던 것.

그렇다면 왜 굳이 효력정지를 선언했을까?

윤석열 정부가 9.19군사합의를 서둘러 효력정지한 이유는 무인기와 기구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띄우기 위해서로 보인다.

지난 9월 1일 국군은 윤 대통령 지시로 새롭게 드론사령부를 창설했다. 드론사령부는 국방부 직할부대로서 대한민국 합동참모의장이 지휘·감독하는 부대이며, 육·해·공군, 해병대로 구성된 최초의 합동전투부대다. 그런데 9.19군사합의에 따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선 드론(무인기)을 띄울 수 없었다. 국방부가 틈만 나면 9.19군사합의 파기를 운운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대북전단 살포를 보장할 목적도 있다. 풍선 등 기구에 대북전단을 실어 군사분계선을 넘기면 9.19군사합의 위반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통일부가 나서 ‘대북전단살포금지’ 조항 위헌 판결까지 받아냈는데, 9.19군사합의로 제동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무인기와 대북전단 살포를 위해 9.19군사합의 1조 3항을 콕집어 효력정지시켰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은 윤석열 정부는 왜 그토록 무인기와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싶어 할까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조치에 ‘정략적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선거 상황이 나빠지면 혹시 과거 ‘북풍’처럼 휴전선에 군사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올까 걱정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을 맡은 이부영 전 의원은 "언제 남북이 충돌할지, 국지전이 일어날지, 전면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태"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이 전쟁 위기를 조장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북 입장에서 보더라도 무인기나 대북전단 풍선 격추는 인명 피해가 없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반면 총선 정국에서 북이 무인기를 격추하고, 풍선을 향해 남쪽으로 총격을 가했다는 소식은 북풍을 조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이변이 없는 한 22대 총선은 야당에 유리한 국면이다. 여당이 불리해질수록 윤석열 정권은 북풍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어쩌면 총선을 앞두고 이런 전쟁위기 상황을 미리 준비한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현재 남북이 대화 창구가 완전히 봉쇄된 조건에서 무인기를 향한 총격전이 자칫 전쟁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전쟁 불사’의 각오로 북 무인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총선 앞 전쟁위기설을 기우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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