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국회 체류 중인 노동인권 교육
그 사이 현장실습에서 죽어가는 학생들
서울시 예산 전액 삭감, 법제화 필요한 이유

2017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 소속 고등학생 등 참가자들이 고 이민호 학생의 마지막 추모제를 열고 있다. 이민호 군은  현장실습을 하던 중 기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제품 적재기에 눌려 목과 가슴 등에 큰 부상을 입었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열흘 뒤인 19일 끝내 숨졌다. ⓒ 뉴시스
2017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 소속 고등학생 등 참가자들이 고 이민호 학생의 마지막 추모제를 열고 있다. 이민호 군은  현장실습을 하던 중 기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제품 적재기에 눌려 목과 가슴 등에 큰 부상을 입었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열흘 뒤인 19일 끝내 숨졌다. ⓒ 뉴시스

19대,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까지 노동교육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내일과 모레(22, 23일) 있을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원회 심사에서도 ‘노동교육법제화’가 통과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12년째 체류 될 위기에 처한 것. 현재 관련해서 발의된 법안은 6개다. 그러나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을 만큼, 산재가 끊이지 않는 국가 중 하나다. 매일 2명이 출근 후 돌아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874명으로 집계됐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이름 뒤에는 이러한 어두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런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은 청소년들이다. 성인이 된 직후 바로 취업에 들어가야 하는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은 부당한 처사를 당해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22년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학생 약 80%가 노동 중 부당한 일을 경험했을 때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49.4%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14.7%가 정해진 시간보다 초과근무를 강요받았다. 14.2%는 휴게 시간도 보장받지 못했고. 언어폭력과 성희롱, 물리적 폭행을 경험한 적 있냐는 질문에도 각각 3.5%, 4.3%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2010년과 2022년 두 번에 걸쳐 정부에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법제화 권고를 하였으나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논의가 이어지는 와중 올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노동인권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본예산 심사에서 교육청의 예산 3억 2,600만 원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최종 확정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도 1억 7,276만 원을 모두 깎았다. 조례로 때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등 여러 국가에선 이미 1970년대부터 노동교육을 의무화했다. 정규 교과과정에서 노사 교섭을 배울 정도로 체계적 노동교육을 한다. 자본주의가 견고한 영국도 2002년부터 중학교 시민교육 과목으로 노동 교육을 필수적으로 다루고 있고, 가까운 일본도 중학교 공민교과서(사회교과서)에 헌법과 함께 노동법 일부 조문 게재 등 기초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반복되는 비극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동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도 10여 년이 다돼간다. 그동안 많은 청소년이 일터에서 비극을 맞이했다.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A 군은 주야 맞교대로 주 6일을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졌고, 2014년 1월에는 CJ 제일제당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B군이 동료직원의 타박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같은 해 2월에는 울산 금영 ETS 공장에서 일하던 실습생 C군은 눈 무게를 못 버틴 공장이 무너져 숨졌다. 2016년 전주에서 과중한 업무와 직장내 괴롭힘으로 야근, 우울증에 시달리던 홍수연 양이 졸업을 앞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017년 12월에는 제주시 음료제조업체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이민호 군이 프레스기에 눌려 열흘 만에 사망했다. 2년 전인 2021년 10월에는 여수에서 잠수작업을 강요받은 홍정운 군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이런 비극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인권교육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학교를 졸업하기 이전부터 노동자가 되는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의 삶이 너무나 비참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인권 교육을 받지 못했던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은 산업 현장에서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며 “노동 인권 교육은 이것을 바꿔내기 위한 최소한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인권교육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21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인권교육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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