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의 의미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문제점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고되며 긴장이 감돌고 있다.

“노조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노동자들은 “거부권 행사 시 더욱 강력한 퇴진 투쟁”을 예고했고, 이들의 반대편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국민의힘, 경제6단체는 노조법 개정안이 ‘파업조장법’, ‘국가경제에 숨통을 죄는 법’이라 주장하며 거부권 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21일, 법학자들이 “개정 노조법에 대한 왜곡·과장된 여론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대통령 거부권과 이들 주장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정영훈 부경대학교 법학 교수는 국민의힘·노동부·경제6단체의 주장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이거나 불안을 조장해 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과장 또는 왜곡”이라고 일갈했다.

▲ 21일, 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로 구성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법학 전문가들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노동과세계
▲ 21일, 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로 구성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법학 전문가들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노동과세계

“거부권은 절차적 중지권.. 입법권 대체하는거 아냐”

김종철 교수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헌법적 문제를 살펴봤다. 그는 거부권에 대해 “입법 내용에 대한 ‘실체적 결정권’이 아니라 ‘절차적 중지권’에 불과”하다며, “입법독재 같은 거악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지 입법권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적극적 권한행사’의 차원이 아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위해선 △법률안의 위헌성 △집행불가능성 △국익불합치성 △오용가능성 등이 있어야 한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요건이다.

김 교수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과 달리 현행 노조법은 합법적 노동쟁의의 범위가 과도하게 축소되고,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과도하게 전가될 수 있어 헌법부조화적 상황”이라며 “(개정 노조법은) 입법적 흠결을 보완하고 있어 헌법정신과 국익에 부합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의 개정 노조법의 사례와 같이 국회의 입법권과 대통령의 거부권이 정치적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공론을 존중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즉, 무분별한 거부권 남용은 자칫 ‘행정 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주권자인 국민이 압도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바라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앞서 민주노총이 발표한 ‘노조법 개정에 대한 대국민 전화면접조사(CATI)’ 결과를 봐도 노조법 개정에 대한 여론이 압도적이다.

‘노동조합법 2조 개정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했다’는 의견이 77.4%로 ‘필요하지 않았다(14.4%)’의 5배가 넘었다(모름·무응답 8.1%).

반면,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해선 ‘부적절하다(63.4%)’는 의견이 ‘적절하다(28.6%)’는 의견보다 2배 이상 높았다.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실질적 지배자(사용자)’ 정의 모호?.. 이미 반복된 판례 있어

정영훈 교수는 국민의힘, 노동부, 경제6단체가 개정 노조법을 두고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사용자를 정의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된다”고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 정의에 대해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교수는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반복된 판례로 이미 정립된 개념인데도, ‘(노조법)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위해 경제단체들이 시비를 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21년 선고된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을 예로 들었다. 원청이 하청사업에 지배개입한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로 원청 책임자가 구속기소 됐고 대법원에서 형사처벌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도 문제가 없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실질적인 지배력’은 국민의힘, 노동부, 경제6단체의 주장대로 ‘모호한 개념’이 아니며, ‘실질’과 ‘지배’라는 개념은 이미 법률 문언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법 학계에서 이미 오랜 기간 논의되어 왔으며 현재까지 지배적인 견해가 되는 개념이다. 이에 정 교수는 개정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는 입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이런 ‘사용자’ 정의가 모든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의 경우 사용자로 책임을 다하라는 것임을 언급하며,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하고 싶지 않다면 하청사업과 하청노동에 관여하지 않으면 될 일”이라는 일갈도 남겼다.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면 불법파업에 대해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하다는 왜곡 주장에 대해선 “개정 노조법에 반영된 조항은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정할 때 각자의 행위만큼 정하자는, 책임주의에 따른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에 불과”하다며 “노조특혜법이라는 주장은 왜곡”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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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개정...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기대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노조법 개정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기업들이 간접고용을 너무 쉽게 사용하고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동안 간접고용 노동자의 임금 등 처우는 거의 개선되지 못해 사회적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었으며, “노조법 상 노조를 결성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사용자가 없기 때문에 임금인상 및 고용안정 등 처우를 개선하기 어려운 게 간접고용 노동자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조법 개정이 ‘간접고용 노동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간접고용 노동자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 권리를 보장해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일 것이며,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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