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을 출간한 이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 사회주의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전반부에는 마르크스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 착취구조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후반부에서는 착취와 차별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사회주의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데, 강의 내용에 공감을 표시하는 참가자들의 반응에 큰 힘을 얻는다. 그런데 강의 후 종종 다음과 같은 의견을 표하는 이들이 있다.

사람들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혼동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사회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와 다른데 말이에요.

사회주의를 공산주의 같은 ‘독재’ 시스템과 혼동하다 보니 오해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봐야 할 구석이 있다. 그동안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왜곡되고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되었는데, 과연 ‘공산주의’는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단어 하나 가지고 뭘 그리 까탈스럽게 구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5.18 민주화 운동은 군부 독재 세력에 의해 한동안 5.18 광주 폭동이라고 폄하됐다. 조선시대 특권층은 동학도를 동비(東匪)라고 부르며 비적(匪賊)으로 치부했다. 5.18과 동학에 덧씌워진 오명을 벗기고 그 의미를 바로 세우는 게 까탈스럽게 구는 행위일 리는 없다. 그것은 ‘공산주의’ 또한 마찬가지이다.

너는 어차피 뼛속까지 좌파니까 이참에 공산주의에 대해서 좋게 얘기하려고 술수 쓰는 것 아니냐고? 내가 그렇게 미덥지 않다면 한번 챗GPT에게 물어보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에 대해서 말이다. 설마 챗GPT 보고도 좌파라고 하지는 않겠지?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communism and socialism?

챗GPT 무료 버전 대화창에 이렇게 입력했더니 순식간에 답변이 생성되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공산주의는 모든 자원과 생산 수단이 공동체 또는 사회 전체에 의해 공동으로 소유되고 운영되는 계급 없는 사회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각자 필요에 따라 분배가 이루어진다. 계급이 철폐되고 모두가 평등해지니 계급 지배 시스템으로서의 국가는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소멸하게 되며, 공동체는 구성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의해 자치적으로 운영된다.

사회주의는 공산주의로 가는 과도기적 단계를 의미한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자원과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적 소유를 지향하고 실현해 나가지만,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여전히 존재하며 자원과 생산 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 또한 일정 부분 남아있다. 국가는 계급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 복지 정책을 확충해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 역점을 둔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기여도에 따라 분배가 이루어진다. 화폐와 시장은 여전히 존재하나, 국가는 공평하고 공정한 분배를 보장하기 위해 부를 재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도기적 단계를 거쳐 사회는 진정한 자유의 왕국인 공산주의 사회로 한발 한발 나아간다.

자! 도대체 공산주의의 그 어디가 ‘독재’와 연관이 있는가. 모든 사람이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받으며 민주적인 방식으로 공동체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사회인데 말이다. 공산주의 사회가 당장 현실에서 가능하겠냐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공산주의 사회가 지금 당장 가능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인류의 기술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 업무 대부분을 대체하게 됐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과도기인 사회주의를 필연적으로 거치는 것이다. 하지만 번지수가 완전히 잘못되어 ‘독재’ 운운하며 공산주의를 비판하면 어디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독재와 연관이 있는 건 오히려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이나 공장 같은 생산수단이 자본가 개인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소유권자인 자본가가 제왕적 권력을 행사한다. 극소수 자본가들이 전용 제트기를 몰고 섬 하나를 통째로 빌리고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며 무제한의 자유를 누릴 때 다수의 노동자는 좁아터진 집구석에서 대충 배를 채우고 쪽잠을 자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일정에 따라 자유를 제약당하며 산다. 노동자의 자유가 제약되면 제약될수록 극소수 자본가의 자유도가 끝없이 올라가는 것이다. 도대체 이것이 독재가 아니면 무엇이 독재란 말인가. 자본주의란, 자본 독재의 다른 말일 뿐이다.

5.18을 폭동으로 몰아간 이들은 군부 독재 세력이다. 동학도에게 도적 이미지를 덧씌운 이들은 조선시대 특권층이다. 그들은 민중을 착취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미지 조작을 저지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악마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이들이 과연 누구며, 그들이 왜 이토록 왜곡에 진심인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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