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피아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불황기에는 다단계 폰지사기로 전락
이해당사자별 입장에서 선 본 부동산PF 위기

걸핏하면 나오는 부동산PF 위기설. 지금 어떤 상황이라는 건지 알 듯 모를 듯하다.

원래 지난 9월 위기설이 매우 강력했는데 타고 넘어갔다. 그런데도 위기설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이 12월 위기설, 내년 총선 위기설, 2024년 하반기 위기설 등등이 계속 나온다. 부동산PF위기의 실체와 이 위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기재부·국토부·한국은행·금융지주·정책금융기관과 함께 부동산 PF 사업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2023.09.12. (사진=금융위 제공) photo@newsis.com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기재부·국토부·한국은행·금융지주·정책금융기관과 함께 부동산 PF 사업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2023.09.12. (사진=금융위 제공) photo@newsis.com

1. 부동산PF, 건피아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부동산PF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의 약자이다. 보통 금융권이 대출을 할 때는 ‘담보’가 있거나 ‘신용’을 본다. 그런데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해주는 것을 뜻한다. 이중 ‘부동산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하는 것을 부동산PF라고 한다. 부동산 경기가 잘 나갈 때는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에 막대한 부동산PF 대출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때는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된다. 최근에 부동산PF위기는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 발생하는 금융권 부실위기를 뜻한다.

90년대까지는 부동산PF라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건설사가 대출도 내고, 땅도 사고, 공사도 하고, 분양도 했다. 당시 금융권은 신탁사가 결합했다. 이렇게 해서 강남개발, 88올림픽, 노태우 200만호 건설 등으로 재벌건설사들은 많은 수익을 챙겼다. 그런데 IMF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경기가 꺽이면서 수많은 건설사들이 무너지고, 신탁사도 위험에 빠졌다. 그 이후 시행사와 시공사를 분리해서 시행사가 부동산PF를 조달하여 건설사에게 시공을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때문에 지금은 시행사가 건축주이다, 예를 들어 ‘00주택조합’, 대장동 개발 주최 ‘천화동인’이나 ‘성남의 뜰’, 청담동 고급오피스텔 개발 주최 ‘루시아홀딩스’ 등등이 있다.

부동산PF흐름도
부동산PF흐름도

부동산PF는 ‘브리지론’과 ‘본PF’로 나뉜다.

시행사는 처음 땅 사고 인허가 받을 때까지 자금이 필요하다. 이때 빌리는 돈을 ‘브리지론’이라고 한다. 다리를 놓아준다는 뜻이다. 시행사는 전체 개발비 중 5% 정도 되는 돈으로 땅을 살 계약금을 치르고 사무실을 차리고 해서 사업을 시작한다. 다음에는 금융권에서 브리지론을 빌려서 땅값에 대한 잔금을 치르고 공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브리지론은 만기가 3개월, 6개월 정도로 짧고, 이자가 비싸다. 그리고 막상 공사를 시작하면 공사비가 필요한데, 이때는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내서 공사를 시작한다. 이걸 본PF라고 한다.

브리지론 단계에서는 증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주로 들어가고, 본PF단계로 가면 은행들도 참가한다. 브리지 단계에서는 아직 사업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건설사의 보증 또는 책임완공을 요구한다. 시행사는 금융권에 가서는 관에서 인허가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고, 건설사 보증, 책임완공 약속을 받아 대출을 한다. 이렇게 보면 시행사는 형식상 사업자이고, 실제 주인은 시공사인 건설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금융권은 건설사의 신용을 보고 이자를 결정한다.

본격 공사단계로 들어가면 어느 정도 사업의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본PF에는 은행도 참가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선분양’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입주자들 자금이 ‘분양 계약금“, ’1, 2차 중도금”식으로 추가 자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렇게 해서 분양을 마치면 떼돈을 버는 것이다.

부동산PF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시행사가 자기 자본 약 30억원 가지고 부동산PF으로 대출을 내서 건설사에 아파트단지개발 공사를 맡기고 분양을 완료하면 300억원 이상의 순수익을 남기는 것은 보통이다. 한 예로 어떤 시행사는 400억원 정도 자기 자본금으로 90% 이상을 부동산PF로 대출을 내 공사하고 분양을 완판해서 1조 6천억원을 벌었다. 땅값, 공사비, 금융비용을 빼고도 2,600억원을 벌었다. 6배가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해외의 경우 부동산 시행사는 30% 이상의 자기 자본금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대체로 후분양이 많다.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의하면, 부산 기장군의 아파트 건설 사업에 여러 금융기관들이 PF대출을 해주었다. 이 중 2백억원을 빌려준 우리종합금융의 경우, 1년 4개월 만에 73억원을 벌었다. 그중 이자수입이 23억원이고, 50억원이 각종 수수료 명목의 수익이었다. 연수익률로 환산하면 27%이다. 보통 2조원짜리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한다치면 3000억원이 남는다. 이중 시행사가 15% 1,500억원, 증권사 등 PF대출자가 15%, 1,500억원을 나누어 먹는 구조이다.

지난해 증권사 부동산PF 담당 임원의 연봉은 하이투자증권 사장 65억 6,700만 원, 전 IBK투자증권 상무 39억 4,400만 원 정도이고, 최근 4년간 대형 증권사 9곳에서 부동산PF 담당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8,500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년에 한 사람당 평균 4억 원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요약하자면, 시행사는 5~10% 정도 되는 자기 지분만 가지고도 거대 아파트단지개발 사업의 주인이 되고, 여기에 건설사는 땅 짚고 헤엄치식으로 돈 벌고, 금융권은 한방에 대박나는 이자놀이를 하는 마술이 가능한 것은 다 부동산PF 때문이다. 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눈이 벌게 가지고 부동산PF대출을 해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동안 전체 부동산PF대출 중에 보험사가 약 43조원, 은행 28조원, 증권사 28조원, 캐피탈 26조원, 저축은행 10조원 씩 대출에 들어갔다.

2. 부동산PF, 불황기에는 다단계 폰지사기로 전락

문제는 부동산경기에 불황이 닥치고, 금리가 올라 부동산PF 모든 단계에서 ‘돈맥경화’가 발생하여 개발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개발입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청담동 프리마 호텔’ 부지를 고급 주상복합 오피스텔 49층으로 개발하는 ‘르피에드 청담’사업이 브리지론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루시아홀딩스라는 시행사가 400억원을 넣고, 26곳에서 4640억원 브리지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인허가가 길어지면서 여기에 참가한 새마을금고가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새마을금고는 전체 브리지 중 39%를 지원한 것인데, 사업 리스크 등을 이유로 브리지 만기연장에 반대하였다. 사업이 중단될 경우 새마을금고는 채권 1순위이기 때문에 그나마 원금은 건진다고 쳐도 후순위 채권을 가진 다른 금융기관이나 채권자는 1000억원 정도를 날리게 된다. 지난달에는 경기 부천시 이마트 중동점 부지를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부동산PF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이런 식으로 대형사업들의 부동산PF가 무너지고 있다.

다음으로 건설단계에서 건설중단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물가폭등으로 건설공사비가 급증하여 원자재값이 오르고 인건비가 올랐다. 게다가 금리까지 오르니 본PF조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출구에서는 미분양이 심각하다. 올 9월말 미분양이 전국적으로 6만 채에다 악성미분양도 1만 채에 이른다. 악성 미분양이란 완공을 했는데도, 아파트가 안 팔리는 것을 뜻한다. 미분양이 속출하면 건설사들이 공사를 지연하게 되는데, 이러다 보니, 공사비와 금융비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다 1~9월 신규 주택인허가 물량 25만채에 불과하다. 지난 해에 비해 32%로 줄어든 셈이다. 이렇게 부동산PF 부실이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PF는 사실상 다단계 피라미드 폰지 사기로 전락했다.

원래부터 시행사가 자기돈 5~10% 정도로 브리지론을 빌려 땅 사고, 여기에 금융권이 비싼 이자와 수수료를 받고 돈이를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였다. 이 건설마피아, 금융마피아들이 계속 부동산을 개발하고 땅값을 올리고 거품을 만들어 신나게 떼돈을 벌어왔다. 부동산 거품이 계속 올라가자, 이제 중소형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들도 리스크가 큰 개발사업에 대출을 해주고, 후순위 채권발행도 서슴치 않는다. 시행사는 이제 최고가로 땅을 사고, 더 높은 금리로 부동산PF 대출을 받는다. 다 성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리스크가 큰 부동산개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단계 피라미드 사업이 돌려막기 하다가 터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3. 이해당사자별 입장에서 선 본 부동산PF 위기

부동산PF위기는 관련 당사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2금융권

부동산PF 규모가 너무 크고,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PF 대출 규모를 보면 올해 6월 대출잔액이 133조원이다. 지난 3년간 40조원이 증가했다. 이 부동산PF 만기가 3개월, 6개월 단위로 주기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기설이 발생한다.

결국 갚지 못하는 연체율이 늘고 있다. 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이 이미 17.3%에 달했다. 3년 만에 연체율이 13%P 뛴 셈이다.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PF부실비율이 21.8%인데, 증권사 PF 대출의 20% 가량이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증권사 부동산PF 중 위험에 노출된 규모가 28조원 정도 되는데, 이중 1조 2천억원은 이미 부실채권이라고 한다.

최근 3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총 176명의 응답자 중 80명(45.5%)이 향후 국내 신용잠재위험 요인으로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 문제’를 꼽았다. 이 설문조사 자문위원들은 1~3년안에 부동산PF위기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 증 투자수수료 비중이 올초 40%에서 27%까지 떨어졌고, 부동산PF부문에 대한 대출축소와 부서축소, 인력감원을 강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건설사

건설사 신용평가하락과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상반기에 태영건설, 한신공영 등 종합건설사의 신용이 하향조정되었고, 시공능력 8위인 롯데건설이 부도설에 휩싸였다. 전문건설사들의 폐업과 부도도 줄을 잇고 있다. 이미 2,074개 건설사가 문을 닫았다. 시공능력 75위인 대우산업개발같은 중형 건설사도 쓰러지고, 상위 15%에 들었던 국원건설마저 지난 9월 부도처리되었다. 국원건설은 검암플라시아 역세권환승센타 개발사업에 들어갔는데, 분양이 잘 안될 거라고 보면서 부동산PF를 돌려막지 못해 무너진 것이다.

입주자

건설 지연이나 중단으로 입주자들 피해가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 울산에서 어떤 입주자는 ‘3차 중도금을 치른 다음날 시공사 부도’라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다른 지역 어떤 입주자는 4천만원 웃돈을 얹어 분양권을 취득했는데, 공사가 중단되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스트레이트는 광양에서 아파트 완공 이후 20%가 미분양되자. 건설사가 1억원 할인분양을 내걸었다가 기존 입주자들이 반대시위를 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아파트가 완공되었어도 부동산 대출금리 인상으로 잔금을 완납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실수요자마저 생기고 있다. 서민 입주자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PF가 터지면 지지율과 총선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최대한 부동산PF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직접 개입하고 있다.

첫째로 지난 4월 금융기관 3천7백 곳을 모아, 대주단 협약을 맺었다. 부동산PF대출 금융기관에게 시행사가 돈을 못 갚을 경우, 대출 만기 연장도 해주고, 채무 재조정도 해주면서 버티라는 것이다.

둘째로 시중은행들한테는 상대적 자금여력이 있으니 'PF 정상화 펀드'라는 것을 만들어 부실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라고 요구했다. 5월에 1조원 만들라고 했다가 9월에는 1조원을 더 만들라고 요구했다.

셋째는 정부가 직접 부동산PF 보증에 나섰다. 신규 부동산PF에 나서는 시행사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은 부동산PF부실이 심화되고, 장차는 공급자체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정부는 부동산PF 보증액을 15조원에서 최근 25조원으로 규모를 확 늘렸다. 전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적 자금이다. 이런 식의 돌려막기를 통해서 9월 위기는 넘어갔다. 그러나 계속 돌아오는 부동산PF 위기를 언제까지 돌려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주택자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의 입장에서 정부가 부동산PF 돌력막기를 하는 것은 직접적 손해가 된다. 집값이 내려가 더 싼 값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은 실행하는 것은 시장논리로 보아도 공정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보아도 부자를 도와주는 정책이다.

서울대 모 교수는 다음과 같은 지적으로 현 상황을 준열하게 비판했다. ‘전세사기로 7천만 원을 잃은 청년이 자살했다. 그런데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남긴 시행사 대표, 부동산PF 임원, 건설사 대표들이 어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증권사들을 도와주는 1조원이면 1억원 전세사기 당한 청년 1만 명을 구제할 수 있다.’

일반국민

부동산PF가 터지면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국민경제가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국민의 목소리이다. 그러나 현재 조건에서 부동산PF부실 금융사, 시행사, 건설들이 무너진다고 해서 금융위기까지 올 것 같지는 않다. 부동산PF가 위기라고 큰 소리치는 또 하나의 목소리는 국민적 우려가 아니라 당사자들의 목소리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부동산PF가 터지면 나라경제가 큰일나니까 정부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큰일 나는 것은 그동안 부동산PF에 올라타 떼돈을 벌었던 시행사, 건설사. 금융권이다.

잘못된 투자에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시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외친다. 그러나 지금 대다수 정책은 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부자를 구출하는 정책이다.

좀비 부동산기업을 살리면 더 큰 금융위기가 온다. 좀비기업을 정리하면 오히려 차후 부동산투자가 상대적으로 건전한 기업에 의해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부터 하나씩 정리하지 않고 뒤로 모아두었다가 터지면 금융위기 규모는 더 크지게 된다. 결국 다시 국민의 세금을 들여 금융위기를 막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PF 구제금융을 중단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정리해 가야한다. 그것이 국민경제에도 좋고, 무주택자에게도 좋고, 일반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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