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3년 평가 두고 엇갈린 이견
‘퇴진 투쟁’ 이구동성.. 민주노총 역할 강조
‘진보연합정당’ 방침 충실 이행 VS ‘체제전환특위’로 로드맵 제시

120만 민주노총을 이끌 위원장 선거가 나흘이 채 남지 않았다.

기호1번 양경수-이태환-고미경 후보 조와 기호2번 박희은-김금철-이영주 후보 조가 맞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두 후보 측은 현장을 찾아 조합원을 만나고, 권역별 합동유세에 나서는 등 치열한 선거운동 중이다.

17일, 수도권 합동유세에 앞서 두 번째 언론사 초청 토론회가 열렸다.

양경수 후보 측에선 양경수 위원장 후보가 직접 참석했으며, 박희은 후보 측에선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가 참석했다.

▲ 17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임원선거 후보 토론회 ⓒ노동과세계
▲ 17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임원선거 후보 토론회 ⓒ노동과세계

처음 맞붙은 7일 토론회에선 총파업 투쟁계획, 민주노총 혁신 등에 대한 공방이 펼쳐졌고, 이번엔 ‘윤석열 퇴진 투쟁’을 비롯해, 총선·지방선거·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 역할과 정치방침 이행에 대한 치열한 격론도 벌어졌다.

민주노총 3년 평가 두고 엇갈린 이견

먼저 이영주 후보가 양경수 후보에게 “민주노총 3년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질문했다.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 위원장에 도전 중이다. 양경수 전 위원장의 3년 집행기간을 평가하며 이영주 후보는 “무기력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양경수 후보는 “지난 3년 자랑스러운 것도, 부족한 것도 있었다”고 입을 뗐다.

“3년 전 코로나 정국에서 2인 이상 집합 금지 시행에, 기자회견, 집회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5.1 노동절 투쟁 장소를 확보한 것부터 시작해 3년간 투쟁하는 민주노총을 위해 노력하며 코로나로 막힌 광장을 열어냈고,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이 연이어 구속되면서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7월 민주노총 2주간의 총파업에선 46% 이상의 국민 지지를 받았다”면서 “3년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한 걸음을 내딛겠다”고 약속했다.

▲ 기호1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노동과세계
▲ 기호1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노동과세계

양경수 후보는 이영주 후보에게 “민주노총 지난 3년을 비판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상대 위원장 후보인) 박희은 후보가 부위원장이었을 당시 같이 동의한 정치방침임에도 이를 비판하고, (양경수 후보가 내놓은)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집회 문화 혁신에 대해 ‘투쟁을 외주화하는 것이냐’고 폄하한다”는 것.

이영주 후보는 “선거는 민주노총 전망을 논쟁하는 투쟁의 자리이기도 하다. 120만 조합원의 의견을 듣고 하나로 모아가는 자리”라고 답변하며 “화물연대 투쟁에서 패배하는 등 민주노총이 3년간 치열한 산별 투쟁을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를 추가했다.

‘퇴진 투쟁’ 이구동성.. 민주노총 역할 강조

윤석열 정권 아래서 ‘민주노총이 정권 퇴진 투쟁을 어떻게 벌여갈 것인가’도 관심사다.

이영주 후보는 또 양경수 후보에게 ‘윤석열퇴진운동본부’가 “폭이 좁으면서도, 친민주당 단체도 있다”고 비판하며 보완 계획을 물었다.

양경수 후보는 “5월 양회동 열사 투쟁을 계기로 노동자·농민·빈민 등 기본 계급계층이 퇴진본부를 제안하고 투쟁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역시 퇴진본부 구성에 힘을 보태고 여러단체에 함께 하자고 설파해 왔다. 친민주당이라고 배제하고 문을 닫으면 누구랑 투쟁하며 어떻게 폭을 넓힐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지난주 전국비상시국회의와 공동으로 총궐기대회가 열렸고, 퇴진 이후의 한국사회에 대한 토론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기본 계급계층의 힘으로 광장을 열고, 퇴진투쟁을 하나로 모아내기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호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노동과세계
▲ 기호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노동과세계

정치방침 충실 이행 VS ‘체제전환특위’로 로드맵 제시

총선·지방선거·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 정치방침·총선방침 실행에 대한 서로 간의 공방도 치열했다.

양경수 후보는 이영주 후보 측의 ‘체제전환특별위원회’ 공약을 언급하며 “위원회를 만들어 진보정당과 논의하겠다는 건 내년 총선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곤 총선승리 대책을 물었다.

이영주 후보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잡아나가야 할 시기”라며 “내년 초 총선이 있지만 총선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 투쟁을 조직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노동개악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고, 선도적인 투쟁으로 총선에서 노동자 목소리를 높인 후 2027년 대선으로 나아가는, 체제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체제전환특위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정치·총선방침 대해선 “대대 결정 방침이라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며 “공동투쟁, 공동사업을 통해 합의와 공감을 만들고 진보정당 전체를 강화하는 것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경수 후보는 재질의에서 “공동사업, 공동투쟁을 하겠다는 건 10년간 해왔던 걸 계속하자는 소리로만 들린다”고 지적하며 “당장 1월부터 사회 전체적으로 총선에 집중될 것이고, 민주노총을 향한 요구도 높을텐데, 당장의 현실을 외면하겠다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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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 ‘단결’ 강조.. ‘진보연합정당’ 두고 다른 시각

반대로, 이영주 후보는 양경수 후보에게 “진보연합정당에 합류하지 않은 진보정당, 진보세력이 있어도 연합정당을 출범시킬 것인지” 물었다.

양경수 후보는 “민주노총 결정사항은 진보정당과의 신뢰와 합의로 연합정당을 출범하는 구조다. 합의가 없으면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하며 “‘반대하는 사람들 빼고 너희끼리 할거 아니냐’고 의심하는 건 모두가 단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결을 위해 서로의 차이는 줄이고, 공통점을 크게 봐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공동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토론해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양경수 후보는 “대대 결정 방침이라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영주 후보의 답변과 달리 “대대 결정 방침을 열심히, 충실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후보는 “패권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에 양경수 후보는 “가장 높은 수준의 단결인 진보연합정당부터 낮은 수준의 선거연대까지 열어놓고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민주노총 방침인데, ‘패권 부린다’는 주장은 동의가 되지 않는다”면서 “패권에 대한 의구심부터 시작하면 어떻게 한 걸음을 떼겠는가. 10년간 이어온 진보정당의 퇴보를 끊어야 한다. 조합원들과 함께 논의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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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선거 선거운동은 오는 20일 자정까지다.

21일(화)부터 27일(월) 오후 6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100만 명이 넘는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는, 대통령선거를 제외하면 전국 단위 선거 중 가장 큰 선거다.

재적 선거인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조가 당선하며, 당선자는 28~30일 중 공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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