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반복되는 인력 감축, 이유는
인력 줄이고, 요금 올리고..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재정 건전성’ 말하는 속내

“발빠짐 주의”가 아니다.

서울지하철 출입문에 “나빠짐 주의! 열차와 시민 안전 사이가 멀어집니다”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지난 9일과 10일 경고파업을 진행한 후, 수능을 앞두고 잠시 멈췄던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이 22일로 정해졌다. 이번엔 전면 총파업이다.

철도의 시설유지보수업무의 민영화를 촉진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38조) 개악안을 저지하기 위해 철도노동자들이 삭발까지 하며 총력투쟁을 예고했고, 며칠 뒤 서울지하철 노동자들도 총파업을 선포했다.

궤도 노동자들이 연이어 총파업 총력투쟁을 예고하는 이유는 국민의 발이 되는 철도와 지하철의 ‘안전’문제 때문이다. 철도의 안전 확보를 위해선 시설유지보수업무를 민영화 시킬 수 없다는 것. 안전업무를 외주화하는 등 인력을 줄이려는 지하철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즉, 열차와 시민안전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 ‘외주화’와 ‘민영화’란 소리다.

▲ 서울 시내 한 지하철 전동차에 노조 측 호소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 서울 시내 한 지하철 전동차에 노조 측 호소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철도·지하철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그리고 교통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은 시민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서울시는 지하철 요금을 150원 인상하면서 지난달 7일, 인원 감축 규모를 700여 명 늘어난 2,212명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요금 인상과 함께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한 경우는 전국 지하철 어디에서도 없다. 서울만 유일하다.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의 행보는 요금 인상분을 시민에게 전가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까지 잇따른다.

3년간 반복되는 인력 감축.. 이유는

2021년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구조조정’ 방침을 정했다. 총 정원의 10% 이상 규모인 1,971명을 구조조정하는 것, 그리고 안전관리 업무 외주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2022년에도 서울교통공사의 ‘경영혁신 계획’이 나왔다. 업무를 외주화하거나 교대근무제를 변경 개악하는 방법으로 2026년까지 1,500여 명 감축하는 계획이다. ‘경영혁신안’이라는 이름으로 안전업무 외주화와 2호선 1인 승무 도입 등이 포함됐다.

2021년, 2022년 두 번의 인력감축 추진은 노사가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합의를 내놓으면서 멈췄다.

그러나 올해까지 3년째 인력감축 추진이 반복되는 이유는 합의 파기를 거듭하는 서울시의 행태 때문이다.

올해 2월 서울교통공사는 또 한 번 요금인상을 앞둔 사전 자구책으로 ‘인력 감축안’을 발표한다. 2026년까지 2,212명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것. 전체 정원(16,367명)의 13.5%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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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줄인다고 적자 메꿔지나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서울시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요금 인상 명분을 쌓기 위한 인력감축”이라 꼬집는다. 비용절감(=교통비 인상)을 앞둔 수순이라는 뜻이다.

서울지하철의 적자 발생 이유는 따로 있다. 노선 연장,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확대, 안전업무 직영화, 심야 연장운행 시행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생긴 재정난이다. 그러나 공사는 적자를 메꾼다며 획일적 인력감축만 추진하고 있다. 적자는 시민들에게 떠넘겼다. 시민들은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교통비 인상 폭탄을 맞았다.

서울시는 10월 7일 지하철 요금 150원 인상을 발표하며 인력 감축 규모를 1,539명에서 2,212명으로 673명 확대했다. 만약 서울시가 공언한 150원 요금 인상이 추가적으로 진행된다면, 인력 감축 규모는 3천 명대가 될 것이란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은 지하철 안전까지 위협한다. 인원감축, 외주화로 인한 사건사고는 차고 넘친다. 익히 알려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물론, 신당역 참사 등. 세월호 사고, 구의역 사고 등의 교훈 속에 ‘안전 중시’라는 범사회적 여론이 조성되었지만 지하철(도시철도) 경영은 이에 역행한다. 안전인력은 늘 부족하고, 외주화로 인해 사고는 더 빈번하다.

올해 외주화 대상이 되는 업무 인력 383명 중 286명, 즉 75%가 지하철 안전 필수 업무 노동자들이다(본선 차량관리소 196명, 기지 구내 운전 업무 90명). 지하철의 종합 관제센터, 병원의 응급실과 같이 중대한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분야가 외주화되는 것이다.

* 본선 차량관리소 : 전동차 운행 중 고장·장애·이례사항·민원 발생 시 운행 중 승객 탑승 상태에서 현장에서 조치를 취하는 전동차 검수원 조직으로 1~8호선에 산재해 있다.

* 기지 구내 운전 : 전동차 운행 전후 정비 및 검수를 위해 기지에 있는 경우 전동차 이동을 담당하는 승무원 조직. 해당 업무는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며, 1~8호선 11개 기지에 배치되어 있다. 회사 측은 이중 1~4호선 6개 기지의 구내 운전업무를 외주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신당역 참사 이후 2인 1조 근무를 보장하라는 요구도 넘쳐났지만, 공사가 2023년까지 내놓은 계획은 되려 ‘당직근무제 개선 운영(30명)’, ‘환승역 인력 통합운영(40명)’ 명목으로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게 공사의 안이다.

‘나 홀로 근무’로 인한 사고는 2013년 성수역 스크린도어(PSD) 사고, 2014년 독산역, 2015년 강남역, 2022년 정발산역 PSD 사고 등 다반사다.

공공교통 책임지는 건 ‘시민들’.. 높은 운임회수율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무임 수송, 조조할인, 환승할인, 심야시간 연장 운행 등 약자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하루하루 시민들의 발이 되어온 지하철.

공공재 역할을 톡톡히 하는 도시철도에 대해 정부의 지원은 부재하다. 국민들은 국비지원을 주장한다.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2020), 도시철도 재정악화의 원인으로 무임수송(47.2%)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무임수송 손실에 대해선 ‘국가가 50% 이상 보전해야 한다’는 응답이 70.7%나 차지했다.

서울의 지하철은 외국 운영기관에 비해 높은 운임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해 교통 운임으로 지하철 운영비용을 회수한다는 뜻이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지하철을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교통유발자(대규모 시설, 기업)가 고루 부담하는 실정이다. 반대로 서울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교통유발자의 부담이 없거나 경미하다. 그 결과 해외 주요 대도시의 운임회수율은 서울보다 낮은 반면, 서울은 높다.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 9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
▲ 9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

‘공공기관 혁신·재정 건전성’ 말하는 속내

정부는 도시철도 적자에 대한 지원은커녕 철도만이 아닌, 서울지하철에도 외주화, 민영화 속도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다.

행안부는 혁신 지침이라는 것을 통해 “인위적 인력감축이나 민영화는 배제”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행안부 지침이 ‘인력감축과 민영화 배제’를 언급할지언정, 윤석열 정부 정책은 그렇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재정 건전성’을 운운하며 공공서비스를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지방공기업의 핵심인 철도와 도시철도에서 구조조정을 꾀하고, 광범위한 민영화·영리화 수순으로 나아가는 게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서울시와 공사 경영진 역시 이에 발맞춰 대규모 인력감축을 내세우는 실정이다.

지난 8월, 서울교통공사가 제시한 인력감축 방법 역시 상시·지속·안전 업무를 자회사나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우선, 2022~23년 사이 차량관리소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하거나, 전동차 기계장비 유지관리 업무를 위탁하거나, 구내 운전 업무 위탁, 특수차(전기·궤도) 운전 업무 위탁, 5~8호선 궤도 유지보수 업무 위탁 등의 방법으로 383명을 구조조정하는 계획이다.

▲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교통공사노조 2차 총파업 계획 발표 기자회견 ⓒ뉴시스
▲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교통공사노조 2차 총파업 계획 발표 기자회견 ⓒ뉴시스

노조는 지난주 1차 경고파업을 마치면서, 동시에 2차 전면 총파업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 일주일 동안 변한 게 없다.

노조는 1차 경고파업 이후 지속적으로 서울시와 공사 측에 입장 변화와 진지한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공사는 갑자기 강력 대응 기조로 돌변했다.

노조는 올해 12월 정년퇴직에 따른 현장안전 및 업무 공백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불과 몇 달 남지 않은 1월1일이 되면 안전인력에 공백이 생긴다. 그러나 서울시와 공사 측은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노사 합의로 작성한 단체협약엔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결원을 충원하도록, 신규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는 “이견을 좁혀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으나, 서울시와 공사 측이 대화를 중단하고 공세 일변도로 나간다면 22일부터 2차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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