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출마론' 파장, 어디까지?
'측근 꽂기'가 진짜 이유인 까닭?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선포한 ‘영남 중진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연일 화제다. 인 위원장이 콕 집어 거론한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까진 험지 출마를 선언한 중진 현역이 하태경 의원에 그치고 있다.

과연 이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까? TK‧PK(대구경북‧부산경남) 지역 다선(3선 이상) 의원 물갈이로 이어질까? 아니면 김기현, 주호영 등 상징적 인물에 국한될까?

혁신위는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혁신위 정식 안건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해당 사안은 ‘정치적 권고’라는 설명이다. TK 중진 의원들 역시 수도권 출마설에 반발하면서도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가 총선 승률을 높이지 않을 거라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다.

이렇게 볼 때 ‘험지 출마론’은 중진 물갈이를 통한 공천 혁신안이라기보다 특정 지역 후보 교체를 위한 여론몰이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험지 출마론’ 진짜 이유

인 위원장이 혁신위를 맡은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은 없고, 여당 중진 특히 영남권 의원에 대한 희생만 강조돼 왔다. 이 때문에 인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집사 노릇을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6일 인 위원장이 용산 대통령실을 비판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결국 대통령은 잘하고 있으니,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위해서 충성하고 희생하라는 말이다”라면서,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집사 역할과 심부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서 최고위원은 “당선이 유력한 자리를 비우고 험지로 가라고 강요하고 있는데, 당선이 유력한 그 자리는 윤 대통령 키드와 직계가 차지할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실제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구갑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3선의 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석 사무처장의 해운대갑 내정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미 석 사무처장으로 기운 이상 괜히 버텨봐야 좋을 것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김기현 대표가 4선을 한 울산 남구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복두규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이 해당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복 기획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하던 최측근 인사다. 울산 출신에 학성고등학교를 졸업한 복 기획관이 해당 지역구를 노리고 있으니, 자리를 내놓으란 뜻으로 읽힌다.

김 대표에게 “수도권에 출사표를 던지고 총선을 진두지휘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5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을 콕 찍어 험지 출마를 종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주 의원은 대구 수성을에서 내리 4선을 했다. 그런데 21대 총선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에 자리를 내주고 수성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홍 시장이 대구시장이 되자, 2022년 6월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김재원 최고위원, 유영하 변호사 등 10여 명의 예비후보를 제치고 이인선 의원이 수성을 후보로 단수 공천됐다. 공천 이전 여론조사에서 딱히 우위를 점하지 않았는데도 경선 없이 단수공천을 받은 것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TK지역에 몇 안 되는 윤석열 열성 지지자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TK지역 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이태원참사 1주기 대신 박정희 추모행사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과 손을 잡았다.

윤 대통령은 수성구 출마를 희망하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이번에는 꼭 공천해야 한다. 그래야 박 전 대통령을 잡아둘 수 있다. 그렇다고 수성을에 이인선 의원을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수성갑에 주호영 의원이 자리를 내놔야 했던 것이다.

한편 용산 대통령실 출신 30여 명이 22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이들 중 다수가 당선이 유력한 TK‧PK 지역 출마를 희망한다. 당장 김인규 행정관(부산)과 이창진 선임행정관(부산), 배철순 행정관(경남) 등이 이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결국 윤 대통령 측근의 총선 출마를 위해서는 영남 중진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가 불가피하다. 만약 이들 중진이 낙선해도 총선 후 장관급 인선에서 재등용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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