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 싫다던 총장, 감찰위로 책임 돌려
새롭게 제기된 이정섭 검사 '봐주기 수사' 의혹
윤 대통령도 활용한 피의사실 공표 수사방식

23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검찰 내 숱한 문제를 야기했던 피의사실 공표와 대검찰청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위장전입과 무단 범죄경력 조회가 문제됐던 이정섭 차장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성상헌 기획조정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성상헌 기획조정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제 식구 감싸기’ 말이 가장 싫다던 총장, 외부 감찰로 책임 돌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문제를 지적했다. 송 의원은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검사에 대한 징계가 1년에 10건, 9건, 3건이었고 유독 검사만 ‘검사징계법’이 따로 있다”고 지적하며 “왜 검사만 다른 고위 공무원과 다르게 별도의 징계가 있냐”며 따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따로 있지만, 징계 양정에 대해서는 일반 공무원과 동일하게 다루게 되어 있다”며 “일반 공무원보다 징계가 약하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 내부에서 제 식구 감싸기란 말이 있는데, 검찰에서 청렴에 대해 문제가 있는 구성원은 배임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제 식구 감싸기란 말을 듣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질의 순서를 이어받은 이탄희 의원은 검찰 징계 현황을 꺼내며 “올 2월 서울고검 검사가 음주운전을 했다”며 “징계양정 기준에 따라 최소 감봉인데 견책받고 퇴직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대검 감찰위원회를 전원 외부 인원으로 구성된다”며 “징계양정 절차를 반드시 지키라, 말했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 날 숙취 중에 음주운전에 적발된 것으로 감찰위원회가 결정한 것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감찰위원회 또한, 총장님이 감찰 위원 전원 임명하는 것이고 그럼 다른 공무원들도 똑같이 징계받냐”며 사실상 검찰 특혜인 셈을 강조했다. 

김의겸 의원이 공개한 이정섭 검사 회합사진 ⓒ 김의겸 의원실
김의겸 의원이 공개한 이정섭 검사 회합사진 ⓒ 김의겸 의원실

새롭게 제기된 이정섭 차장 '봐주기 수사' 의혹

앞서 김의겸 의원은 위장전입과 무단 범죄경력 조회 등의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와 관련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이정섭 차장이 코로나로 외부인 출입이 제한됐던 스키장에서. 자신이 수사했던 그룹 부회장과 회동한 사진을 제시하며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정섭 차장이 접대받는 사진을 공개하며 한 인물을 가리켜 “이 자리의 호스트”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자리의 호스트는 우리나라 재계서열 10위 안에 가뿐하게 들어가는 재벌(기업)의 부회장”이라고 말하며 “이 부회장은 기업의 해결사로 징역까지 살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차장이 “3조 원대의 LNG 담합, 그룹 소유주의 폭행 사건, 일감 몰아주기 등 이 그룹을 2015년부터 수사해왔다”고 말하며 “과연 자신이 수사했던 그룹의 핵심인물로부터 저렇게 대접을 받는 게 적절한 관계인가” 질의했다.

이원석 총장은 “검찰도 사람 사는 곳”이라며 “실수도 분명히 나온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적하고 감찰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차장은 제 눈에서 보면 고위 검사도 아니”라며 “항변도 할 수 없는 이런 자리에서 인사청문회를 하듯 사적인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탄희 의원은 이 답변을 지적했다. “이 자리는 검찰 내부를 감찰할 책임이 있는 검찰총장 업무에 대한 질의하는 것인데 ‘이종섭 인사청문회’라는 답변이 나올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 의원이 공개한 사진에 대해 본인도 놀랐다며 “시민 출입이 제한된 스키장에서 본인이 수사한 그룹의 부회장과 회합을 한다는 것에 ‘감찰총장’이 되겠다던 총장께서 더 놀라야하는 것 아니냐” 일침을 가했다. 

김종백 씨의 사실관계서 ⓒ 박주민 의원실
김종백 씨의 사실관계서 ⓒ 박주민 의원실

윤 대통령도 활용한 검찰발 피의사실 공표 수사방식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언론을 활용한 검찰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지적했다. 그동안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보도를 통한 피의사실 공표는 언론을 통해 숱하게 나왔다. 형법 126조에는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행위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벌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미국은 연방검사업무지침에서 공판 전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 또한 ‘공소장을 공판에서 낭독하기 전에 문안대로 공개한 자를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당시 다스와 이 전 대통령의 민낯을 고발했던 김종백 씨에 관해 이야기했다. 김 씨가 작성한 사실관계서에 따르면 당시 김 씨는 고발 직전 본인의 신변을 우려해 윤석열 검사장과 사제지간이었던 양승규 교수를 찾는다.

이때 양 교수는 윤석열 당시 검사장에게 전화해 김 씨의 사정을 설명한다. 윤 검사장은 “바로 수사할 수 없으니, 우선 언론에 제보해 이 문제를 터트리면 그 이후에 검찰에서 수사하겠다”라고 발언했다.

박 의원은 “검사라면 누군가 범죄에 대한 확실한 정보와 자료를 갖고 있고, 고발한다면 본인의 업무로 받아 수사하는 것이 맞지 않냐, 일단 언론으로 가져가서 터트리라고 하는 것이 온당하냐” 지적했다. 이 총장은 “한 사람의 주장일 뿐 저게 다 맞다고 할 수 없는 거 아니냐” 반박했다.

또 박 의원은 “검찰의 언론 활용 수사가 검찰 수사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트리고, 수사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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