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안 됐으니 결백? 공소시효 만료
아들 증여세 납부 내역도 확인 안돼
블랙리스트 오를까, 연대 꺼리는 예술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뉴시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뉴시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주요쟁점들이 해소되지 않아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사진기자를 향해 내뱉은 “찍지마 XX” 욕설은 자신의 발언이 아니라고도 말해 ‘바이든, 날리면 논란’처럼 국민에게 또 청각 테스트를 하는 것이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구속 안 됐으니 결백?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의 청문회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청문회와 다르지 않았다. ‘문화 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블랙리스트 문건이 드러났음에도 일관되게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유 후보가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종북 예술인’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정원 문건을 직보 받은 정황이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인사청문회 전 경향신문은 해당 내용을 보도하며 ‘검찰 수사 기록을 살펴보면 유 후보가 직보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은 2010년에 국정원 국익전략실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에서 유 후보는 “전달 받은 일도 없고, 국정원에서 문체부에 주고 간 적도 없다”고 모든 증거를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유 후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2019년 펴낸 백서에 대해서는 “당시 장관 두 분, 비서실장, 청와대 행정관, 수석, 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 전부 구속되고 징계받았다”고 말하며 “왜 저를 구속하지 않았는지 자신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가 없었다는 주장과 상충하는 지점이다. 블랙리스트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징계는 설명되지 않는다.

유 후보는 자신이 구속되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하지만, 이는 공소시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유 후보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하던 시기는 2008년, 문제가 되는 ‘문화 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2009년이다. 문건이 공개된 2017년에는 공소시효(직권남용 7년)가 만료돼 고발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방송장악 문건에 대해 “자신은 구속되지 않았다”고 근거를 대며 똑같이 결백을 주장한 이동관 방통위원장 또한, 공소시효 만료 덕에 수사를 피할 수 있었다.

개인정보 뒤에 숨은 증여세 납부

2015년 31살이던 유 후보의 장남은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아파트를 7억 5천 5백만 원에 매입했다. 차남 또한 31살이 되는 2019년 같은 아파트를 17억 6천만 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이들 모두 대출을 받지 않고 현금으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는 인사청문회 전 답변서를 통해, 자신이 증여한 돈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 후보의 이 같은 입장은 청문회에서도 똑같았다. 하지만, 증여세 납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야당을 향해서는 독립 생계를 꾸리고 있는 두 아들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야당은 “재산 공개를 하란 것이 아니라, 증여세를 납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만 달라”고 요구했지만 유 후보는 ‘납부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유인촌 장관 지명 철회 문화예술인 공동행동 문화예술계 공동성명서 발표 국회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유인촌 장관 지명 철회 문화예술인 공동행동 문화예술계 공동성명서 발표 국회 기자회견 ⓒ 김준 기자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 오를까.. 연대 서명 꺼리는 예술인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던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단체들로 구성된 ‘블랙리스트 이후’는 유 후보의 장관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5일 진행된 유 후보 인사청문회에 이명박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의 책임과 위법성을 증언할 참고인을 참석시킬 예정이었으나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이후는 128개 문화예술단체와 942명의 문화예술인이 유 후보의 임명을 반대하는 연대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윤희 작가는 연대 서명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블랙리스트를 경험한 문화예술인들이 서명을 꺼리기 때문이다. 정윤희 작가는 “실제로 사회에서 체감하는 것보다 더 피해자들의 고통이 크다”며 “이번 연대 서명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면 똑같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것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6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유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 적격·부적격 의견을 병기한 보고서를 채택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