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가 투명하면 공개하면 되는 거 아닌가?
왜 공개를 안 해서 세액공제 불이익을 주나?
노조를 탈퇴해야 하나...”

이는,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바다.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공격하던 윤석열 정부가 노조 회계를 소재 삼아 ‘민주노조 통제’와 ‘노조 죽이기’를 더욱 노골화할 심산이다.

▲ 지난 4월,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찾아온 고용노동부의 회계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 금속노조는 자료비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으며 자료 제출 또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행했다며 고용노동부의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 ⓒ뉴시스
▲ 지난 4월,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찾아온 고용노동부의 회계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 금속노조는 자료비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으며 자료 제출 또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행했다며 고용노동부의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 ⓒ뉴시스

정부가 19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회계를 공시하지 않은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은 연말정산 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시행령은 10월1일 시행된다.

시행령 개정에 따른다 치면, 노동조합은 10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노동부가 만드는 공시시스템에 2022년도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이를 행하지 않는 노조의 조합원들은 올해 10~12월(3개월치)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회계 공시 대상엔 단위노조뿐 아니라 산별노조, 총연맹 등 상급 단체도 포함된다. 즉,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회계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양대노총 약 250만 조합원이 해당한다.

노조탄압을 위한 치밀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에 대해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대노총은 노조 회계 투명성과 무관한 ‘노조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시행령의) 본질은 노동조합 통제, 산별노조 운동 탄압법”이라 비판했고, 한국노총도 “‘노조의 의무사항’을 신설하는 것은 위헌적 행정입법”이라고 일갈했다.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노조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에 대한 공표 시기와 방법을 구체화했다. 노조 대표자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공시시스템을 통해 매년 4월30일까지 결산 결과를 공표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언뜻 보면, 공시 ‘의무’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함께 개정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결산 결과를 공시한 노조에게만 세액공제가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공시 ‘의무’를 ‘강제’한 것이다.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에게만 공시 의무를 부여했지만, 1천명 미만 노조도 피해갈 수 없다. 상급단체·연합단체가 공시를 거부하면 1천명 미만 노조 조합원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산별노조에 속하는 단위노조(지회)의 경우, 민주노총, 산별노조, 지역지부, 그리고 1천명 이상 지회까지 모두 회계공시를 해야 조합원에 대한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조합원이 1천명 미만인 경우에도 그 단위노조가 속한 산별노조나 상급단체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세액공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조합원 1천명이 넘는 A자동차 노조가 회계 공시를 했어도, 노조가 소속된 (금속)산별노조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합원 1천명이 안되는 B병원 노조는 회계공시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B병원 노조가 (보건의료)산별노조에 가입되어 있고, 산별노조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 지난 7월,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대회.
▲ 지난 7월,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대회.

노조 분열.. 결국 ‘노조 죽이기’

정부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조합원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만들어 조합원들이 노조를 비판하게 하고, 노조는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게 되고, 조합원들이 노조를 탈퇴해, 결국 노동조합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의 다름 아니다.

특히나 산별노조의 분열까지 조장한다. 민주노총의 경우, ‘노동자정치세력화’와 더불어 ‘산업별노조 건설 운동’을 민주노총 강령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산별 건설 운동은 투쟁 속에 진전되고 확대돼왔다.

기업이나 직종과 상관없이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산별노조는, 기업별노조(사업장노조) 활동을 뛰어넘어 산업별 단결력과 상급단체(민주노총) 단결력을 높여왔다. 민주노총의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등의 위력적인 총파업에서 그 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걸 하나씩 분열시키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단결력을 잃은 노조? 결국 ‘노조 죽이기’다.

현행 노조법은 노동조합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를 공표하는 방법을 노동조합이 규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노조법에 따라 최소 1년에 1회 총회를 열어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는 물론 예산의 근거가 되는 사업계획, 기금 설치, 결산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등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그러나 노조법 시행령은 ‘감독’에만 눈이 멀어 노동조합의 운영 체계는 무시한 채 노동조합 통제하고, 탄압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시행령에 ‘결산을 마친 2개월 이내에 공표할 의무’를 신설해 노조법에도 없는 의무를 지게 했다. 산별노조의 경우, 중앙의 예산계획에 따라 산별 하부조직의 교부금이 결정되고, 산별 하부조직과 중앙의 사업이 확정되어야만 하부조직 집행 예산도 결정된다. 그러나, 2개월 이내에 공표하라는 건, 개별노조(단위노조)의 결산 결과 공표 시기에 산별노조도 맞추라는 의미다.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법 위에 시행령?.. ‘과태료’ 다음으로 노리는 것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려는 의도 역시 여전하다.

2016년 서울고등법원은 “노동조합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외부로 반출될 경우, 조합원이 아닌 이에게 장부와 서류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그에 따라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이나 전체 이익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조합원들의 등사(복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 노조법엔 노동조합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비치하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행정관청에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에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해 왔다. 조합원 명부나 회의록, 회계감사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은 노조, 자료의 비치와 보관 여부를 확인하려는 현장 조사를 거부한 노조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리고, 이번 노조법 시행령엔 제3자가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는 방법을 ‘결산 결과의 공표 방법 중 하나’로 규정했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조합원들에게도 인정되지 않는 회계자료 등의 등사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기 위해 법까지 무시하는 정부다.

과태료로 끝날 리 없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노동조합 회계를 공격했던 윤석열 정부가 이제 ‘공시 불이행’의 명분을 쌓아 노조 탄압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11월 ‘윤석열 퇴진’을 내건 민중총궐기를 준비 중이다. 한국노총도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예고했다. 정부와 노동자의 대치는 심해지고 정권 퇴진 요구가 높아질수록 노조 탄압과 분열 공작 역시 심해질 터. 노동자들의 ‘단결투쟁’ 고삐는 이미 당겨졌다.

▲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퇴진투쟁을 확대 강화할 것을 결의했다. ⓒ김준 기자
▲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퇴진투쟁을 확대 강화할 것을 결의했다.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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