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저지를 위한 철도파업으로 전국이 들썩이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대체인력으로 경찰과 군인을 투입한 데에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나서 노동자들의 헌법적 권리를 빼앗을 뿐 아니라 시민안전을 경시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다.

14일 오전 9시부로 제1차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18일 오전 9시까지 파업을 이어간다. 필수 유지인력 9천여 명을 제외하고 조합원 1만 3천여 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이에 국토부와 코레일은 군과 경찰을 포함한 약 5천여 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1일 오전 서울 구로구 한국철도공사 구로차량기지에서 철도노조 파업 대비 군지원 인력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비해 국방부 지원 군인력 304명 포함 총 645명의 대체인력(기관사, 전철차장 등)을 투입한다. ©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1일 오전 서울 구로구 한국철도공사 구로차량기지에서 철도노조 파업 대비 군지원 인력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비해 국방부 지원 군인력 304명 포함 총 645명의 대체인력(기관사, 전철차장 등)을 투입한다. ©뉴시스

위험천만한 군경 투입...실화냐

문제는 철도 기관사 대체인력으로 ‘철도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등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약 2달간 단기 실무 수습 교육만을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특사경은 운전 업무경력이 전무한 상태라 자칫 큰 사고를 낼 수도 있다.

이미 7년 전 철도노조 파업 당시 전문성 없는 대체인력 투입이 이뤄져 분당선 왕십리행 열차가 한 시간 넘게 멈춰 승객들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철도노조는 “노동자의 파업에 군과 경찰을 동원하는 것부터가 사회적 논쟁거리”라며 “군이 있어야 할 곳은 전선이며, 경찰은 치안에 힘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원, “재난안전법 적용 명분 없어”

국토부가 경찰과 군을 동원하는 명분으로 철도산업법과 재난안전법을 내세운다. 철도 운행 차질을 재난에 준하는 비상사태로 보고, 국토교통부의 요청을 받아 경찰청과 국방부가 인력을 지원하는 식이다.

그러나 법원 판결은 정부의 논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재난안전법, 철도산업법에 대해 “쟁의행위가 필수유지업무를 준수한 상태에서 진행된 이상 사회재난이나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군 인력 지원 결정의 정당한 법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노조법 무시한 국토부...월권 중단해야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에 대한 침해도 문제다.

노조법은 헌법에 적시된 단체행동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신규로 노동자를 채용하거나 외주를 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철도가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해 파업 참가자 100분의 50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체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 해도, 인력 수급은 노조법상 사용자인 코레일 내로 한정된다.

그러나 정부는 철도가 필수유지사업장이라는 이유로 폭넓은 해석을 적용하여 국토부를 사용자로 규정한다. 이에 대해, 사측과 노동자의 힘의 균형을 맞추고자 도입된 노조법의 입법 취지상, 정부가 노조법을 무시한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철도 파업을 지지하는 한 시민은 “정부가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사용자를 적극 확대 적용하는 모습이 놀랍다”며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한 사용자 확장에 거부권 행사 운운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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