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정부 일각에서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을 두고 과학적으로 안전이 보장된 것이기에 정당하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나 자신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이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기에 한마디 하려 한다.

인류는 이미 오염물질을 바다에 버려서는 안 된다는 국제협약에 합의하고 이를 준수해오고 있다. 이는 오염물질을 바다에 버리면 바다가 오염되고 바다가 오염되면 인류뿐 아니라 지구 생명 전체가 위협받는다는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오염물질을 비록 미소한 양이라 하더라도 바다에 버리는 것이 유해하다는 것이 과학적 사실이지 “이를 바다에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 이는 과학적 사실을 전도시키는 것이며, 오히려 이것이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쪽을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는 극단적인 궤변에 해당한다.

오염된 화학물질 한 통을 적당히 희석시킨 후 이것을 바다에 방류하고 주변의 바닷물 샘플을 떠다 분석해보니 별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이것을 버려도 된다고 하는 주장과 같다. 국제협약이 금지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바다는 넓은 곳이기에 설혹 한 트럭을 버린다하더라도 당장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를 허용할 경우 언젠가는 오염될 것이며 오염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이 되기에 그러한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죄를 해도 부족한 범법자가 나서서 이를 방어하려는 사람을 향해 과학의 이름을 빌어 매도하는 것이야 말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물질문명이 지닌 부산물로 인해 설혹 우리가 최선을 다해 방어하려해도 우리의 바다는 불가피하게 오염되고 있다. 그렇기에 만일 가능하다면 이미 방류된 오염물질이라도 이를 거두어들여 따로 처리해야 할 마당에, 아직 바다 속에 들어가지 않은 오염물질을 고의로 바다에 집어넣는 것은 지구의 생명을 죽이려하는 극도의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장회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0여 년간 서울대학교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물리학 교육과 연구 이외에 과학이론의 구조와 성격, 생명의 이해, 동서학문의 비교연구, 통합학문의 가능성 등에 관심을 가져왔다. 저서로는 『과학과 메타과학』, 『삶과 온생명』, 『물질, 생명, 인간』,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공부 이야기』,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등이 있고, 지금은 충남 아산에 거주하며 자유로운 사색을 통해 통합적 학문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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