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법인, 다주택자, 주식 대주주 감세에 나선 작년의 대규모 부자감세에 이어, 2년째 대책 없는 감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업승계 증여세에 과세특례를 부여하고,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를 신설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미 올해 세수결손은 작년에 비해 48조원이 덜 걷힌 수준. 이에 더해 22년 통과된 감세 법안으로 23년부터 5년간 감수될 세수는 64조 원에 달한다.

이에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 기조에 대한 우려가 깊다.

▲7월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가 신혼부부의 결혼자금 증여세 세액공제를 1억5000만원까지 확대한다. 혼인신고일 전후 부모에게 받는 전세자금 등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뉴시스
▲7월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가 신혼부부의 결혼자금 증여세 세액공제를 1억5000만원까지 확대한다. 혼인신고일 전후 부모에게 받는 전세자금 등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뉴시스

혼인 증여재산 공제 1억 5천...상위 13% 위한 것

31일 오후, 민주연구원과 포용재정포럼, 국회 조세소위원회는 공동 주최로 ‘윤석열 정부 세법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고소득층과 기업주들을 위한 감세기조가 노골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본래 부모가 자녀에게 혼인신고일 전후로 2년 이내 1억 5,000만 원을 증여하는 경우 증여세 1,000만 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직계비속 증여공제한도 5천만 원에 더해 혼인공제 1억원이 적용되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부부를 합하면 3억 원까지 증여세를 면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증여할 자산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녀의 결혼 때마다 1억 원 이상을 증여할 경제력을 갖춘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3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세법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3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세법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하위 87%는 애초 증여세 내지 않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자녀 결혼을 지원할 50대-60대의 저축성 금융자산은 평균 1억 원에 불과하다”며 “보통 자식이 둘이니 1억을 다 소진해서 증여를 한다해도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실질적으로 1억 5천만 원 규모의 혼인증여에 대한 면세를 누리려면 저축성 금융자산을 2억 원 이상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데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자산 규모는 대한민국 상위 13%에 불과하다. 이에 장 의원은 “대한민국 부모 87%는 결혼비용을 지원해도 애초에 증여세를 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꼬집었다.

결혼을 장려한다는 명목이지만 총선용 생색내기에 그치며, 실질적으로 고소득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 작년에 결혼한 30대 인구 19만 명 중 5천만 원 이상의 증여를 받고 세금을 낸 인구는 4만 명에 불과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의 박용대 소장도 혼인 증여세공제에 대한 비판을 보탰다. 박 소장은 “기회의 균등과 부의 세습 방지 등을 고려하면 증여세 부담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더 강화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안대로의 감세는 계층간 위화감만 키우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패널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패널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주 위한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

가업승계 증여세에 대한 과세특례도 도마에 올랐다. 현 개정안은 가업의 증여재산가액이 60억 원 초과 300억 원 이하일 경우 증여세 세율을 20%에서 10%로 낮출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가업 상속 공제 이후 업종변경 범위도 확대한다.

그러나 이는 자산가들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업을 승계한다는 이유로 과세특례를 주면서 승계 후 업종 변경까지 허용한다면 가업 계승을 지원한다는 본래 취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에 박 소장은 “정부는 기업 부담을 완화한다고 취지를 설명하지만, 정작 기업 부담이 아니라 기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조세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철회되어야 할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막대한 세수결손 사태에서 정부는 마이너스 세입으로 귀결될 개정안을 제출한 상황.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국가의 재분배 기능이 무너지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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