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약 4만 명 실습생, 780시간 무임금노동
실습과 무관한 잡무 ‘최고 스승은 유튜브’
‘공짜 심부름꾼, 정부가 허락한 노예’

30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조무사 실습생들, 병원장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 ⓒ 김준 기자
30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조무사 실습생들, 병원장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 ⓒ 김준 기자

매년 4만여 명의 간호조무사 실습생이 780시간, 약 5개월 동안 무임금노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무보수 노동은 물론, 실습과 무관한 업무와 비인격적 대우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연맹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이 병원을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했으며, 실습생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조무사 실습생들, 병원장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 ⓒ 김준 기자
30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조무사 실습생들, 병원장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응시생 약 40,000명, 780시간 무임금노동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령이 정한 ▲740시간의 이론교육 ▲780시간의 실습을 거쳐 ▲자격시험에서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실습 동안 임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대부분 9시부터 18시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다른 경제활동을 하기도 어렵다. 식비나 교통비도 지원되지 않아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

소송을 담당하는 김진형 변호사(법무법인 가로수)는 이들을 마땅히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은 순수하게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지시와 명령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고 적절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례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 판례는 근로자 판단 기준에 대해 ‘계약 형식보다, 그 실질에 있어서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습과 무관한 업무 ‘최고 스승은 유튜브’

김 변호사는 이들이 “순수하게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실습 당사자들은 “실질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무료단순노무인력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이번 소송 원고라고 밝힌 A 간호조무사는 “실습을 위해 찾은 병원에는 제대로 된 커리큘럼도 없었으며 노동 착취 수준의 단순 노무만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실습한 A 간호조무사가 맡은 업무는 주로 빨래와 설거지, 약국 심부름 등이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환자가 오가는 병원에는 많은 양의 설거지와 빨래가 생겨나는데, 그 많은 양의 잡무를 모두 자신에게 떠맡겼다”고 성토했다.

간혹 환자가 없는 한가한 시간에 병원 전자차트를 보는 법이나 심전도 검사를 진행하는 방법 등을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몰라도 된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라’는 무책임한 말이었다고도 밝혔다. 실습이라는 목적으로 무임금노동을 감내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실습과 무관한 업무로 무임금노동을 감내하는 셈이다.

‘공짜 심부름꾼, 정부가 허락한 노예’

이들은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그 때문에 휴게 시간도 보장받지 못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허드렛일을 도맡았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대우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A 간호조무사는 “환자가 없을 때도 의자를 주지 않아 몇 시간씩 서 있어야 했고, 다리가 아파 견디지 못할 땐 보호대를 차거나 화장실과 계단에서 몰래 쉬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자신들을 ‘공짜 심부름꾼’, ‘정부가 허락한 노예’라고 자칭하는 이유다.

2021년 기준 간호조무사 응시자는 42,069명이었다. 매년 4만여 명이 780시간의 무임금노동을 감내하고 있지만 정부의 방관으로 실습생들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조무사 실습생들, 병원장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 ⓒ 김준 기자
30일 국회에서 열린 '간호조무사 실습생들, 병원장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은 “인력이 부족하면 병원 측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습생이 오는 시기까지 기다리고, 실제 실습생들이 일을 시작하면 이력을 채웠다 생각하고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병원은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창출하는 셈이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간호조무사 실습제도 개선을 위한 간호조무사 실습생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 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1차로 제출해 실습제도 개선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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