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에게 ‘이승만 기념관’ 건립 협조 당부
‘이승만 받들기’는 헌법 유린
‘이승만 받들기’, 윤석열 스스로 ‘독재 매국’ 자처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최근 윤석열 정권은 ‘이승만 받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 오찬을 하며 ‘이승만 기념관’ 건립 협조를 콕 짚어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 58주기 추모식을 열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바로 세우는 일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승만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국부(國父), 독립과 호국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별”이라고 추켜세웠다.

지난달 27일에는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이승만 대통령 동상까지 세워졌다. 하지만, 6.25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저만 살겠다고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고 도망쳤다. 더구나 이승만은 1950년 6월 28일 오전 7시에 다리를 폭파하겠다고 방송한 후 새벽 2시 30분에 앞당겨 폭파함으로써 다리를 건너던 800여 명이 희생됐다.

과거 일부 극우 유튜버의 일방적인 주장이던 ‘이승만 받들기’가 이제 윤석열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바뀐 걸까.

‘이승만 받들기’는 헌법 유린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기서 ‘​불의’는 이승만 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된 3·15 부정선거와 이로 인한 4·19 혁명의 유혈진압(186명 희생), 보도연맹 학살 등 각종 민간인 학살 등을 의미한다. 더구나 이승만은 독립자금을 탕진하다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에서 탄핵당한 인물이다.

대한민국헌법대로라면 ‘이승만 받들기’는 헌법 유린에 해당한다.

윤석열, 이승만에 집착하는 이유

윤석열 정권이 헌법을 유린하면서까지 ‘이승만 받들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미국의 신냉전 질서 구축과 관련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미국은 냉전 체제 수립에 골몰한다. 냉전질서를 위해 당시 전 세계를 풍미하던 반파쇼(독일 나치즘, 이탈리아 파시즘, 일본 군국주의를 반대하는 사조)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대신 반공주의를 유포해 소련 악마화에 열을 올린다. 이승만은 이런 미국의 전략을 충실하게 따랐다.

이승만은 김구, 김규식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1948년 5.10단독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당시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김구 선생은 ‘단선은 분단’이라는 이유로 출마하지 않는다.

5.10단선을 통해 선출된 200명의 국회의원은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이렇게 간접선거로 대통령이 된 이승만은 ‘반민족 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반민특위)를 강제 해산하고 대신 국가보안법을 제정(1948.12.1.)한다.

반민특위 해산으로 살아남은 친일 경찰과 극우 세력은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빨갱이 사냥을 시작한다. 당시 ‘친일 청산’과 ‘단선 반대’를 외쳤던 독립운동가 출신 다수가 빨갱이로 몰려 구속된다. 1949년 한 해 동안 국가보안법 피해자 수가 무려 11만4천여 명에 이른다.

75년 전 미국은 이승만을 앞세워 반공주의를 유포하고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를 포위 압박함으로써 냉전 체제를 구축했다.

최근 미국은 다시 냉전질서 구축에 나섰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조선)을 악마화함으로써 신냉전 구축에 나선 것이다.

냉전과 마찬가지로 신냉전도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신냉전의 필수 요소인 한일 군사동맹을 강요하면서  대미 여론마저 악화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패권이 예전과 달리 매우 쇠락한 상태다. 신냉전 체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G7의 국력이 중국과 러시아가 이끄는 브릭스+(플러스)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듯 미국만 쫓는 윤석열 정권이 처지가 같은 이승만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시도는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승만 정권을 부정하며, 대한민국 국민은 전쟁 이후 이승만을 내쫓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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