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이사진 해임'
'재정을 통한 언론 길들이기'
"수신료 분리, 목욕물 버리려다 애 버린 격"
이동관 후보, 국정원 문건과 연관성 부정

정부가 협의 없는 독단적 행보를 보이며 방송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3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의 이사진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차기 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특별보좌관에게 멍석을 깔아주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시행령 개정 추진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방문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시행령 개정 추진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방문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전례 없는 이사진 해임’

방통위는 2일 MBC의 70% 지분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KBS에서도 윤석년 이사가 해임된 지 16일 만인 지난달 28일 남영진 이사장이 해임 절차 통보를 받았다. 또, 정미정 EBS 이사의 해임도 추진 중이다.

공영방송 성격을 띤 세 곳의 이사진 해임은 지금껏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KBS와 MBC의 보도를 문제 삼으며 ‘편파적’이라 지적해 온바, 공영방송에 대한 장악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방통위는 권 이사장이 MBC 경영 관리·감독을 게을리했다며 해임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만약 권 이사장과 김 이사의 해임이 이뤄지면 여야 3대 6인 이사회는 5대 4구도로 바뀌어 여당 주도로 MBC 사장 교체가 가능해진다. KBS 역시 남 이사장이 해임된다면 여야 4대 7에서 6대 5구도가 된다.

권 이사장은 지난달 10일부터 감사원의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방통위의 조사도 최근 시작됐다. 아직 권 이사장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방통위가 권 이사장의 해임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권 이사장은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기 위한 윤 정부의 무법적 행태가 도를 넘었다”며 “행정조사절차법과 기본법을 지키지 않아,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동관 후보가 방통위원장이 된 이후 이사장을 무리하게 해임하면 탄핵의 빌미를 줄 수 있어, 직무대행 체제일 때 처리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재정을 통한 언론 길들이기’

수신료는 공영 언론 주인을 국민으로 만드는 기반이다. 서울의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 TBS가 서울시의회 조례에 따라 재정을 지원받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여당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되자,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수정안(TBS 지원조례 폐지)’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TBS 시사프로그램은 모두 폐지됐고, 현재는 일부 직원들이 월급의 20%를 반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KBS 수신료 분리를 강행했다. 재정을 인질로 KBS도 TBS의 길을 가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 외에도, 30년 만에 전기요금 고지 항목에서 TV 수신료가 제외됐음에도 이후 어떻게 징수할 것인지, 정확한 대안이 없어 성급하게 분리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공영방송을 폐지하거나 민간 자본에 매각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지금 있는 공영방송에 문제가 있다면 나무라고 야단치고, 보완하려는 방법을 찾아야지,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준공영방송이라 불렸던 YTN 또한, 민영화 위기에 처해있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한전 KDN과 마사회는 애초에 YTN을 매각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7년째 흑자였고 성장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고 지부장은 “그러나 농림부에서 마사회를 압박했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으로 정부의 겁박을 느낀 한국 KDN이 매각을 결정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아마 이동관 후보가 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본격적인 행보가 이뤄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배제해왔다. 두 위원장의 업무보고도 받지 않았고, 이들은 서면 보고를 올린 뒤, 기자회견을 하는 방식으로 일을 이어왔다. 한 위원장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됐다. 

정부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다. 방통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이동관 후보는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에 (언론장악)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장악 배후에 홍보수석실이 있다는 보고서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동관 후보는 이 보고서와 자신의 연관성을 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이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향후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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