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직원 40%까지 감축
"충원 없이 영업시간만 늘려"
"화장실 못 가, 방광염 걸리기도"
"면세점 특혜 중단 고려해야"

코로나19 위기가 사그라지면서 면세점도 이전 매출을 회복하는 추세다. 하지만 40%까지 감축된 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10년 들어 중국 단체관광객이 대규모로 한국에 밀려들면서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칭호를 얻게 됐다. 이와 더불어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면세점이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되자,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내수경기 불황에도 승승장구하던 면세점은 2019년, 코로나19가 발발해 하늘길이 닫히자 극심한 타격을 입게 된다. 2020년 면세점 매출액은 15조 5,052억 원으로, 2019년 24조 8,586억 원보다 약 40% 감소하게 됐다. 이 타격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면세점을 떠받치고 있던 90%의 협력업체, 파견업체 노동자들은 권고사직과 무급휴직 종용으로 인해 60%가 감소했다.

강성희 의원이 관세청에 요청해 공개한 면세점 근무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 30,599명의 비소속 직원은 2020년(12월) 16,329명, 2021년(12월) 12,497명, 2022년(12월) 11,583명으로 급감함. 같은 시기 소속 직원은 2020년 1월 4,370명에서 2022년 12월 3,424명으로 21% 감소한 것에 비해 62%라는 엄청난 감소폭을 보여주고 있음.(2020년~2022년변화) 출처 : 강성희 의원실
강성희 의원이 관세청에 요청해 공개한 면세점 근무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 30,599명의 비소속 직원은 2020년(12월) 16,329명, 2021년(12월) 12,497명, 2022년(12월) 11,583명으로 급감함. 같은 시기 소속 직원은 2020년 1월 4,370명에서 2022년 12월 3,424명으로 21% 감소한 것에 비해 62%라는 엄청난 감소폭을 보여주고 있음.(2020년~2022년변화) 출처 : 강성희 의원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년 2월 이후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상승했다. 출처: 한국신용평가, 호텔/면세산업 2023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전망.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년 2월 이후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상승했다. 출처: 한국신용평가, 호텔/면세산업 2023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전망.

이후 코로나19가 잠잠해지자, 면세점은 다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 15조 5,052억 원으로 급감했던 매출은 2022년, 17조 8,164억 원으로 상승했고,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액 또한, 1월 5,964억 원에서 4월 9,654억 원으로 62%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 1분기에 243억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4분기에는 264억 원을 기록해 계속해서 회복세를 보인다. 

하지만 흑자전환과 영업이익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오래 일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면세점이 인력 충원 없이 영업시간은 늘리고 있다’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력 충원 없이 영업시간 늘리는 면세점 규탄 기자회견’ ⓒ 서비스연맹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력 충원 없이 영업시간 늘리는 면세점 규탄 기자회견’ ⓒ 서비스연맹

김소연 백화점 면세점 판매 서비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면세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각 면세점은 앞다퉈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코로나19 시기 정부는 국토교통부를 통해 면세점의 임대료를 감면해 주고 보조금을 지원해 각종 혜택을 만들어 줬다”며 그 이유는 “고용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이 시점에도 면세점은 인원 충원도 없이 영업시간만을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주장에 따르면 현재 면세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은 코로나 이전의 40% 수준이다. 하지만 매출이 회복세에 들어섰음에도 40%의 노동자가 그 일을 감당하고 있고, 면세점은 영업시간까지 19시 30분에서 21시로 늘렸다. 현대백화점 면세점 무역센터점과 동대문 면세점은 이번 달 1일부터 각각 영업시간을 2시간, 2시간 30분 연장했다.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조합원은 “많은 동료가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돼 일자리로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면세점을 떠났지만, 사실상 코로나 종식과 함께 출국 객이 예전의 70~80%의 수준으로 회복됐음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 이전 20명이 교대로 일하던 큰 매장에서 현재는 6명이 두 개의 매장을 관리하다 보니 고객 응대, 제품 테스트, 캐셔 업무, 재고관리, 제품 정리, 컴플레인 처리 등 많은 업무를 혼자 도맡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장에서 혼자 일할 땐 자리를 비울 수 없어 화장실도 제때 갈 수 없게 되고 방광염부터 변비까지 호소하는 직원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금 감면을 통한 상거래를 허가하는 특혜산업인 면세점에 정부가 특혜는 주는 이유는 고용 창출이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며 고용의무를 다하지 않는 면세점의 경우 특허 갱신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매출도 늘고, 영업이익도 늘어나는데 고용하지 않는 면세기업들에 대한 규제 완화 등 각종 특혜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력 충원 없이 영업시간 늘리는 면세점 규탄 기자회견’ ⓒ 서비스연맹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력 충원 없이 영업시간 늘리는 면세점 규탄 기자회견’ ⓒ 서비스연맹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력 충원 없이 영업시간 늘리는 면세점 규탄 기자회견’ ⓒ 서비스연맹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력 충원 없이 영업시간 늘리는 면세점 규탄 기자회견’ ⓒ 서비스연맹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