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계엄령 확대 쿠데타냐 묻자, 대답 안 해
개인정보 가려도 자료 제출 못 한다는 후보
자료 제출 거절··· “CIA한테 받았냐” 묻자 정적
김 후보, “박근혜 탄핵 될 정도의 잘못 아냐”
남측위원회 "김영호 후보, 장관 자격 없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 청문회 제출 자료 부족으로 인사청문회가 연기되는 듯했으나 여야의 논의 끝에 후보의 성실한 구두 답변을 전제로 재개됐다. 하지만 김 후보는 “모른다. 대답해줄 수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의 답변을 계속 늘어놓았다.

이어진 청문회에서도 김 후보가 삭제한 유튜브 영상의 제목, 은마아파트 매매계약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5년 동안 후보 이름의 논문은 한 건도 없었지만 5,487개의 영상이 업로드됐고, 3억 7천만 원 수익 중 2억 8천만 원 경비로 썼다고 명시됐다”며 후보의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경비를 어떻게 썼는지 물으며 국세청에 경비와 관련한 세부내역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후보는 어렵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사무실 임차 계약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제3자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제3자 정보를 가리고 달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는 이 역시도 제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렇다면 비공개로 이 자리에 있는 위원장과 간사에게만 제출하라” 양보했지만, 김 후보는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도대체 그렇게 감추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CIA에게 받은 건 아니냐” 물었고 긴 정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어 이 의원은 “공개되면 어마어마한 파장이 있어서라고 밖에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홍걸 의원은 김 후보가 삭제한 유튜브 영상 제목을 문제 삼았다. ‘김정은 긴급 심장 수술설’, ‘통치 불능에 빠진 김정은을 위해 중국이 평양에 갔다’, ‘미국이 북한 지휘부를 타격하는 전투기를 급파했다’. ‘북한 중국이 4.15총선에 SNS를 통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모두 자극적인 김 후보의 유튜브 영상 제목이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었다”며 “그 내용을 참고한 것”이라 주장했다.

역사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윤호중 의원은 “김 후보가 자신의 책,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에 ‘북한의 한 사회에 대한 전북전략이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의 근거로 최순실 국정농단, 촛불 혁명을 예로 들었는데, 촛불 혁명이 북한의 전복전략에 대한 국민의 행동이라고 판단하냐” 물었다. 후보는 북한의 그런 전략에 국민이 이용당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이어 “5.16, 12.12가 군사 쿠데타가 맞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하던 김 후보는 “(전두환의) 5.17 계엄령 확대도 쿠데타가 맞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또, 우상호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잘못됐냐”고 묻자,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탄핵 될 정도의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후보는 마치 묵비권을 행사하듯 본인 추천자, 자료 제출요구,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등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부족했던 자료요구 대신 성실한 구두 답변을 기대했던 야당 의원들은 “이런 청문회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청문회는 다시 정회에 들어갔다.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즈음한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즈음한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한편, 같은 날 오전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의 청문회를 앞두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호 후보는 통일부 장관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김 후보가 지난 십수 년간 ‘김정은 정권 타도’, ‘북한 체제 파괴’ 등 대북 적대 발언을 쏟아낸 것은 물론, 남북 간 모든 합의를 폄훼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후보는 위에 거론된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 제목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헌법에 명시된 ‘평화적 통일’을 부정하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친일 논란이 불거졌던 이영훈의 ‘반일종족주의’를 감동적인 책이라고 치켜세웠던 적이 있다. 남측위원회는 “김 후보가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 판결을 반일종족주의적 사고라고 비난했다며 김 후보는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즈음한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즈음한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즈음한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즈음한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즈음한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즈음한 긴급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